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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하 회고록 '나의 회상, 모로 누운 돌부처' <305>
역(易)
아내는 토지문화관에서 한달에 두 번씩 도원 유승국(道原 柳承國) 선생의 주역강의를 연세대 매지리분교 철학과의 특강형식으로 개설하였다. 나는 그 강의에서 꼬박꼬박 주역의 기초를 배우고 주역 속에 숨겨져 있는 정역의 예감을 읽는다. 놀라운 것은 유선생님이시다. 팔순
김지하 시인
2003.06.17 08:50:00
김지하 회고록 '나의 회상, 모로 누운 돌부처' <304>
아내에게
페미니즘이라는 유행어를 쓰고 싶지는 않다. 또 거기에, 그 반열에 끼일 사람도 못 된다. 아내의 일은 바로 이제껏 내가 하고저 했던 일이어서일 뿐이다. 후천개벽 말이다. 후천개벽만이 아내의 일일 수 있다. 왜냐하면 '이사'는 그이기 때문이다. 그의 일, 그의 길
2003.06.16 08:52:00
김지하 회고록 '나의 회상, 모로 누운 돌부처' <303>
동대문 병원
나는 다리를 부러뜨렸다. 캄캄한 밤에.별도 없는 캄캄한 한겨울 밤, 해남 근교의 한 논바닥에 굴러떨어져 왼쪽 무릎 아래 다리를 부러뜨렸다. 지독한 통증 속에서 별도 없는 캄캄한 겨울 하늘을 쳐다보았다. 나는 북극성과 북두칠성을 찾아야 한다. 그것은 확신과 고요일 것
2003.06.14 08:56:00
김지하 회고록 '나의 회상, 모로 누운 돌부처' <302>
민족미학
본디 부산 민족미학연구소의 소장 채희완 아우와의 약속은 일정 기간 부산에 머물면서 민족미학의 기초에 관련된 일련의 강의를 해주기로 한 것이었다. 우선 강의하고 뒤에 희완 아우와 연구소 팀이 그 강의를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정리해 실천문학사에서 책으로 출판하는 것
2003.06.13 09:06:00
김지하 회고록 '나의 회상, 모로 누운 돌부처' <301>
등탑암
맑은 날은 대마도까지 환히 보이는 해운대 언덕 위에 불 켜진 등탑이 하나 서 있다. 등대가 길 잃은 뱃사람들에게 북극성 노릇을 하듯 등탑은 참 삶의 길로 나그네를 인도하는 난야(蘭若)인 셈이니 곧 절집이나 다름없었다. 그래서 '암(庵)'이다.숙일스님의 등탑암에
2003.06.11 08:58:00
김지하 회고록 '나의 회상, 모로 누운 돌부처' <300>
부용
저 산속에, 저 숲속에 내가 지나온 길이 나 있을 것이다. 그 길 위에 나를 싣고 온 자동차 바퀴 자국도 있을 것이다. 그 자국 위에 누군가 알코올로 새겨놓았을 것이다."나는 부용芙蓉으로 간다"라고.그렇다. 그렇게 해서 나는 내가 온 길을 알려놓고서 부용에 머물렀다.사실
2003.06.10 08:46:00
김지하 회고록 '나의 회상, 모로 누운 돌부처' <299>
산에서
산에서 산이 내려온다고 한다.그 말을 전한 사람은 죽었다.죽은 그 사람의 말을 타고 산에서 산이 내려왔다. 창이 뚫리고 벽이 무너지고 지붕이 내려앉았다.눈과 혀와 성기가 뽑히고 콧구멍과 귓구멍과 똥구멍에는 말뚝이 박혔다.물에서 물이 올라온다고 한다.그 말을 전한
2003.06.07 09:32:00
김지하 회고록 '나의 회상, 모로 누운 돌부처' <298>
일본
작년 초까지 세 번을 다녀왔다. 일본엔.4332 년(1998년) 겨울 가와사끼(川崎) 시의 초청으로. 4333년(1999년) 봄 교토(京都) 장래세대를 위한 재단 초청으로 '공공성(公共性) 세미나'에. 그리고 4334년(2000년) 봄, 교포잡지 《새누리》 초청의 한일 세미나를 위해
2003.06.06 08:51:00
김지하 회고록 '나의 회상, 모로 누운 돌부처' <297>
삼남민족 네트워크
나의 관심은 또한 그무렵 만사천 년 전의 마고(麻姑)로부터 천칠백여 년 전의 고구려와 고려에 이르기까지의 동이(東夷)의 예술적 상상력과 역사의식과 종교철학적 사상이 어떻게 현대에 되살아나 미래의 아름다움과 세계사와 철학을 바꾸느냐에 집중되어 있었다. 그러기에
2003.06.05 08:58:00
김지하 회고록 '나의 회상, 모로 누운 돌부처' <296>
흰 그늘
달이 천심(天心)에 이르렀나보다.나의 회상은 어쩌면 '흰그늘'을 천심으로 하는 달의 한 주기(週期)였는지도 모르겠다.시인에겐 그 시학의 유일화두(唯一話頭)가 바로 천심이다. 예컨대 고독이라든가, 그리움이라든가, 민중이라든가, 님이라든가…… 내겐 '흰그
2003.06.04 08:5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