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 전후하여 천관우 선생과 김재준 목사님이 서거하시고 윤배 형님이 서거하였고 또 함석헌 선생님께서 서거하시었다.
일산에 이사한 뒤 지학순 주교님과 장일순 선생님께서 서거하시었다.
내 언제나 사랑하는
내 고향 다시 갈까?
아아 내 고향 그리워라.―
지주교님은 당뇨에 합병증으로, 장선생님은 위암으로 서거하시었다.
나는 비로소 내 마음에 들어온 허망한 죽음의 흰빛을 깨달았다. 영결미사도 장송도 흰빛, 산에서 터덜터덜 돌아오는 길도 흰빛이었다.
온통 흰빛뿐.
나는 감성적인 사람이다.
동학과 서학의 오랜 융합의 감각이 마침내 내 안에서 허물어졌다.
얼마 안 있어 내 아버지 김맹모(金孟模) 님도 서거하시었다. 나의 근거가 무너졌다. 그러나 나는 비석 뒷면에 다음과 같이 썼다.
무궁무궁한 우주의 저 흰길에서 다시 뵙겠습니다.
이 비문을 이제 세 분 아버지 앞에 함께 바친다. 달리 더 할 말이 없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