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년 11월 23일 16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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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인배들의 세상'
[정찬주 연재소설 '하늘의 道'] 제9장 끊이지 않는 역모<46>
이과(李顆)의 역모 사건이 터져 조정이 또 한 번 뒤집히고 뒤숭숭할 때였다. 그러니까 조광조까지 연루된 김공저와 박경의 역모 사건이 일어난 지 8개월만이었다. 중종이 즉위한 지 2년이 지나가고 있건만 아직도 왕의 권위가 바로 서지 못하고 조정이 혼란스럽다는 증거였다
정찬주 소설가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는 법"
[정찬주 연재소설 '하늘의 道'] 제9장 끊이지 않는 역모<45>
달도 없는 한밤중이었다. 누군가가 명경의 문을 쾅쾅 두들겼다. 한천은 취객인 줄 알고 모른 체했다. 그러나 문을 두드리는 사람은 좀처럼 물러가지 않고 있었다. 잠잠하다가도 한천이 잠을 청하려고 눈을 붙이려들면 다시 문을 두드리곤 하는 것이었다. 한천은 문을 열어
"그 집의 물을 마신 것이 부끄럽다"
[정찬주 연재소설 '하늘의 道'] 제9장 끊이지 않는 역모<44>
갖바치 문하에서 공부하던 한천은 명경을 관리하는 사인(舍人)이 됐다. 탁발과 시주로 끼니를 잇던 갖바치의 생활이 더욱 어려워졌으므로 한천의 입이라도 덜기 위해서였다. 물론 초설의 입장에서는 사서삼경을 외고 중국말도 능통한 한천이 필요했다. 명경은 중국에서 온 사
다시 부는 역모의 피바람
[정찬주 연재소설 '하늘의 道'] 제8장 새 세상의 아침<43>
조광조는 25세가 되어서야 용인 초당을 벗어나 자유롭게 서울을 출입했다. 그때 조광조는 천민 갖바치와 나눈 얘기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일찍이 낙산에 사는 비승비속의 갖바치가 조광조에게 '한원당 공(公)이 세상에 나오지 않고 숨어 사는 것을 도학의 근본이라
마음 속의 조강지처
[정찬주 연재소설 '하늘의 道'] 제8장 새 세상의 아침<42>
표주박 같은 상현달이 밤하늘을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크고 작은 별들도 달을 중심으로 밝게 빛났다. 며칠 동안 안개가 끼어 밤하늘이 흐릿했었는데, 모처럼 나타난 별들이 또록또록 빛을 발하고 있었다. 피를 부른 반정의 회오리바람이 가시고 새로운 세상의 앞날을 예고하
"한 입으로 두 말 한 게 누구냐?"
[정찬주 연재소설 '하늘의 道'] 제8장 새 세상의 아침<41>
초설이 운영하는 서울의 명경이나 과천의 기방은 연산주의 시대가 막을 내리면서 더욱 번창했다. 한강의 모든 나루터가 개방되고 나자 서울의 거리는 완연하게 활기가 돌았다. 땅을 잃고 떠돌던 서울 주변의 양인들도 고향으로 되돌아갔고, 보따리 장사나 나무꾼들도 성문 밖
폐주에 대한 연민
[정찬주 연재소설 '하늘의 道'] 제8장 새 세상의 아침<40>
중종이 내린 은사(恩赦)의 대상은 주로 연산군 갑자년 이후에 사화에 연루되어 죄를 진 청류사림들이 대상이 되었다. 그때 극형을 받은 선비들은 관직을 추증했다. 그러나 현행범이나 흉악범, 파렴치범과 잡범은 제외되었다. 김종직의 제자인 남곤과 이장곤 등도 귀양살이
"어제까지는 태평성대라고 하더니…"
[정찬주 연재소설 '하늘의 道'] 제7장 반정 전후 <39>
동녘하늘에 먼동이 트려 하고 있었다. 가을의 이른 새벽이었으므로 떠도는 안개는 살얼음처럼 차가웠다. 큰 부채를 손에 쥔 박원종은 어깨를 부르르 떨며 진저리를 쳤다. 차가운 날씨 탓도 있었지만 그는 심장이 곧 터질 것만 같았다. 옅은 안개 속에서 반정군은 박원종의
어두운 임금, 밝은 임금
[정찬주 연재소설 '하늘의 道'] 제7장 반정 전후 <38>
하늘의 도38 하늘의 도<38> 제 7장 반정 전후 서울에서 장단 석벽으로 가는 중간 숲속에는 어영군 1천여 명이 군영을 설치하여 며칠째 대기하고 있었다. 연산주가 재상들을 대동하여 장단 석벽으로 유람을 가려다 급히 연기하는 바람에 경호하는 어영군도 임시로 주둔하
욕심의 끝은 패가(敗家)
[정찬주 연재소설 '하늘의 道'] 제7장 반정 전후 <37>
진성대군의 사저는 장정과 심순경의 휘하 군사들이 삼엄하게 경계를 펴고 있었다. 장정은 사저의 정문인 솟을대문을 중심으로 군사를 배치했고, 심순경은 후문 좌우로 군사를 잠복시켰다. 새 임금으로 옹립할 진성대군이었으므로 철저하게 신변을 보호해야 했다. 연산주 심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