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년 11월 23일 16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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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한 마음으로 씨를 뿌렸으니..."
[정찬주 연재소설 '하늘의 道'] 제16장 개혁세력의 최후 <76ㆍ최종회>
기묘년 11월 25일. 조광조는 서울을 떠난 지 7일 만에 유배지 능성에 도착했다. 의금부 도사와 나장들의 묵인 하에 귀양길에서 지인을 만나면 짧은 송별연도 가질 수 있었다. 용인에서는 개혁의 동지이자 고향사람 이자를, 전주에서는 전주부윤 이사균(李思鈞)을, 광주에서
정찬주 소설가
유배(流配)
[정찬주 연재소설 '하늘의 道'] 제15장 개혁세력의 최후 <75>
삭풍이 차갑게 목덜미를 파고드는 초겨울 아침이었다. 거리에는 허연 서리가 깔려 있고, 까마귀들이 비명 같은 소리를 떨어뜨리며 날아가고 있었다. 남곤은 끝내 병을 핑계 대며 입궐하지 않았다. 자신을 쏘아보던 정광필의 눈과 마주치는 것이 곤혹스러워서였다. 그래도 중
역전(逆轉)
[정찬주 연재소설 '하늘의 道'] 제15장 개혁세력의 최후 <74>
가을바람에 낙엽이 우수수 지는 밤이었다. 찬바람이 불자 귀뚜라미들이 더욱 자지러지게 울었다. 그날 밤도 중종은 대간들의 면담 요청을 물리치고 홍빈의 침소로 찾아가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숲이 가까워서 그런가, 홍빈의 방에서 듣는 귀뚜라미소리가 더 시끄럽구나."
"난파선에 탄 것 같으이"
[정찬주 연재소설 '하늘의 道'] 제15장 개혁세력의 최후 <73>
기묘년 8월. 천둥 번개가 쳐대는 저물녘이었다. 먹구름장이 몰려와 하늘이 캄캄해지는 것으로 보아 곧 장대비가 쏟아질 것 같았다. 저잣거리는 피난이라도 간 듯 한산해져버렸다. 다만 조광조의 집 문턱만 여전이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선비들이 조광조의 집 앞에
"여악(女樂)을 없앤다고 도덕이 바로 섭니까"
[정찬주 연재소설 '하늘의 道'] 제14장 지극한 정치를 향하여 <72>
중종 14년 봄. 인왕산과 남산에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날이었다. 중종은 우의정 안당의 집에 술과 고기를 하사했다. 안당의 아들, 처근, 처겸, 처함 삼형제가 모두 현량과에 급제했기 때문이었다. 안당 집 마당은 봄날 화전놀이를 하듯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그런데 초대를
"전하! 소격서를 혁파하소서"
[정찬주 연재소설 '하늘의 道'] 제14장 지극한 정치를 향하여 <71>
작년 겨울부터 주청사(奏請使) 대사를 바로 선정하지 못하고 지금까지 끌어 왔던 것은 명나라 황제의 생일을 축하하는 경하사(慶賀使)와 함께 떠나기로 했기 때문이었다. 주청사는 관례대로 1월에 중국으로 떠날 계획이었으나 명나라 황제의 생일에 맞추어지는 경하사와 함께
조광조를 위한 인사
[정찬주 연재소설 '하늘의 道'] 제14장 지극한 정치를 향하여<70>
한천의 집으로 가장 늦게 달려온 사람은 양팽손이었다. 그는 퇴청한 후 정광필의 집으로 가 얘기를 나누고 오는 길이었던 것이다. 이미 모였던 사람들이 다 돌아가고 남은 사람은 조광조와 한천뿐이었다. 양팽손은 방안에서 상념에 잠겨 있는 조광조를 보고는 속으로 흠칫
소인배들의 세상에서
[정찬주 연재소설 '하늘의 道'] 제14장 지극한 정치를 향하여<69>
정축년 겨울. 의정부에서는 다음해인 무인년에도 명나라에 주청사를 보내기로 결정했다. 명나라에 주청할 안건은 태조의 종계개정(宗系改正)이었다. 왕실의 법통을 바로 세우는 일이었으므로 종계개정은 어느 왕조에서나 숙원이었는데, 명나라 <대명회전(大明會典)>에
외통수
[정찬주 연재소설 '하늘의 道'] 제13장 화광동진(和光同塵)<68>
조광조가 사간원의 정언이 된 이후 한천의 발걸음도 바빠졌다. 조광조가 한천을 불러 지시한 것은 아니지만 스승과 제자의 인연이 있고, 특히 조광조의 동지들을 드러나지 않게 도와주라는 초설의 당부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명경은 벼슬아치들의 얘기를 듣는 데 최고의 장
죽을 각오로 돌파하다
[정찬주 연재소설 '하늘의 道'] 제13장 화광동진(和光同塵)<67>
사역원에서 퇴청한 한천은 바로 명경으로 갔다. 요즘 한천의 업무란 역과를 응시하고자 사역원으로 모여든 응시생들에게 중국어를 강의하는 일이었다. 아무라도 사역원에 들어와 강의를 들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품계가 높은 관리의 추천이나 면접을 정식으로 통과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