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년 11월 22일 2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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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류거(隨流去)와 강(江)에 대한 객담
서연의 '농막(農幕)에 불을 켜고' <22> 김형(金兄)에게
김형(金兄)!지난번 제 누추한 집에 오셨을 때도 걱정스럽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만, 형의 몸이 너무 여위었습니다. 병이 아닌 줄은 압니다. 자기절제에 엄격한 형이 채식과 소식으로 자신의 삶과 공부를 다그친 결과로 짐작하고 있습니다. 형이 제 집 마당에 처음 들어섰을
서연 농부
어눌한 생명 하나가 다시 생명을 말하네!
서연의 '농막(農幕)에 불을 켜고' <21>
인도의 전통 종교 중에 자이나교(Jaina敎)라는 종교가 있다. ‘아힘사(Ahimsa)’를 제1의 계율로 삼고 있는 종교다. ‘아힘사’의 계(戒)란, 살아 있는 모든 존재의 생명을 빼앗지 않는다는 ‘불살생(不殺生)’의 계를 말한다. 지난 4월 하순, 인도 출신의 생태운동가로 잘
무위의 텃밭과 유위의 텃밭 사이를 오가며
서연의 '농막(農幕)에 불을 켜고' <20>
뒤란에 텃밭을 일궜다. ‘뚝섬 오그라기’라고 부르는 적상추와 배추도 심고, 고추와 갓도 읍내 닷새장에서 모종을 구해 심었다. 토종 씨앗들인 멧돌호박과 오이, 야생아욱, 고수도 파종하고, 먹는 음식은 아니지만 목화와 꽈리의 씨앗들도 묻었다. 무너진 담장 주변엔 울타
소쩍새 우는 밤의 봄새 이야기
서연의 '농막(農幕)에 불을 켜고' <19>
봄새들이 돌아왔다. 여름철새라 부르는 새들이다. 물에선 물새가, 산에선 산새가 울었다. 봄은 꽃으로도 오지만, 새를 통해서도 온다. 조신(鳥信)이다.마을 옆을 흐르는 강은 이미 오래 전부터 수선스러웠다. 텃새인 원앙이와 흰뺨검둥오리도 보이고, 본래는 겨울철새이지만
호랑지빠귀의 휘파람 소리가 들려올 때
서연의 '농막(農幕)에 불을 켜고' <18>
얼굴에 술꽃이 피었다. 밭일을 며칠 하다 보니 봄볕에 낯이 익고 말았다. 봄볕엔 살갗이 쉬 탄다. “가을볕에는 딸을 데리고 나가 일하고, 봄볕에는 며느리를 데리고 나가 일한다”는 속담도 알고 보니 그만한 내력이 있었다.가족농이 됐든, 두레농이 됐든 여럿이 함께 할 일
솔부엉이, 허생원 그리고 평창강변에서
서연의 '농막(農幕)에 불을 켜고' <17>
인시(寅時) 말미에 잠이 깼다. 밖은 아직 어둠이 깊었다. 거처를 옮긴 후 처음 맞는 밤인 탓인지 잠이 깊게 들지 못했다. 뒤란으로 통하는 창호를 보니 창살의 윤곽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집 뒤편 길가의 가로등 불빛 때문이다. 한지를 바른 문은 뒤란의 마가목과 주목의 그
직관과 자유에 대한 단상 (둘)
서연의 '농막(農幕)에 불을 켜고' <16>
“일년 중 가장 큰 행사는 ‘참’ 춤 의식이다. 이 의식이 열리는 기간엔 불교의 기본적인 가르침을 연극의 형태로 상연하고, 모든 사람의 ‘적(敵)’ - ‘자아(自我)’ -의 형상을 죽이는 의식을 치른다. 승려들은 티베트 신들의 모습을 나타내는 다채로운 가면을 쓰고 춤을
직관과 자유에 대한 단상 (하나)
서연의 '농막(農幕)에 불을 켜고' <15>
홍화에 꽃망울이 돋기 시작하던 어느 초여름이었다. 생명이란 것도 무상(無常)했다. 꽃망울이 몸피를 부풀려가며 그 태깔을 드러내기 시작하자, 홍화의 그 짙푸른 잎은 빛을 잃기 시작했다. 누군가가 빛나기 위해선 또 다른 누군가는 자신의 빛을 죽여야 하는 걸까.홍화밭 아
숨탄님과 땅보탬
서연의 '농막(農幕)에 불을 켜고' <14>
‘숨탄것'이라는 우리말이 있다. ‘숨쉬는 일을 타고난 것’이라는 뜻이다. 곧, 모든 동물을 가리킨다. 그러나 잼처 두루 살펴보면 숨이란 게 동물만 쉬는 것도 아닌 것 같다.풀이나 나무 같은 식물도 숨을 쉬고, 옹기장이의 말을 들어보면 옹기도 숨을 쉰다. 집 짓는 이
“왜 자꾸 까불고 그래요?”
서연의 '농막(農幕)에 불을 켜고' <13>
산골로 들어와 처음 맞는 그 해 겨울 어느 날이었다. 이른 아침나절부터 눈꽃바람이 불더니 오후로 접어들면서부터 함박눈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미구(未久)에 눈은 한 뼘 넘게 쌓였다. 폭설이었다. 앞산은 눈발 속에서 겨우 그 형체만 알아볼 수 있었고, 앞산 너머 ‘산너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