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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양심 지키기 위해 사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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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양심 지키기 위해 사직합니다"

<시사저널> 기자 전원 노조에 사표 위임…공은 사측에

지난 1월부터 파업을 진행해온 <시사저널> 노동조합이 사측에 '최후통첩'을 보냈다.

지난해 '삼성 기사 삭제 사건'이 있은 뒤 사측에 편집권 독립을 요구해오던 23명 기자 전원은 28일 노조 집행부에 사직서를 위임하고 "독립 언론 정신을 구현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누구도 복귀하지 않겠다는 결의를 모았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날 <시사저널>의 모회사인 서울 용산구 서울문화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 같이 밝혔다. 파입에 돌입한 지 139일만이다.

"과거 마무리하고 제2의 창간 위한 방법 제시했다"

<시사저널> 노조는 지난달 5일 선임기자들로 구성된 새 집행부를 선출하고 회사와 집중 협상을 벌여왔다.

노조에 따르면 서울문화사 심상기 회장은 지난 50여일간 "내가 반드시 여러분과 함께 <시사저널>을 중흥시키겠다", "<시사저널>을 한국의 <타임>으로 만들겠다"고 밝히며 노사간 대화재개를 촉구했다.
▲ 28일 <시사저널> 기자 전원은 노조 집행부에 사직서를 위임했다. ⓒ언론노보 이기범

이후 노사는 총 다섯차례의 공식 및 비공식 협상을 가졌고 지난 10일 노조는 △제2의 창간 정신에 맞는 새로운 리더십 필요 △<시사저널> 사태 이후 단행된 모든 징계 및 고소·고발 철회 △편집권 보장을 위한 편집규약 제정 등을 요구하는 최종안을 사측에 전달했다.

노조의 이런 요구는 지난 1년간 끌어온 <시사저널> 사태를 마무리하는 의미를 담은 것이었다. 지난해 6월 삼성 관련 기사를 편집국장 모르게 삭제했던 <시사저널> 금창태 사장은 이후 항의하는 기자들에게 무더기 징계조치를 내렸다. 이로 인해 '편집권 독립 장치 마련'을 요구하며 노조를 설립했던 기자들은 지난 1월 단체협상이 결렬된 뒤 파업에 들어갔다.

이후 금창태 사장은 <오마이뉴스>, <PD수첩> 등 이 사건을 보도한 매체를 비롯해 민주언론시민연합, 한국기자협회 등 시민단체들, 독자들의 모임인 '시사저널을 사랑하는 모임'(시사모)의 운영진 등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했다. 이를 지켜보던 기자 및 언론계 내부에서는 금창태 사장이 물러나는 것이 사태 해결의 지름길이라는 목소리가 불거졌다.

또 이런 가운데 금 사장은 기자들의 숫자와 맞먹는 외부 인사들로 구성된 '편집위원회'를 동원해 기자 없는 <시사저널>을 계속 발간하고 있다.

"한국의 <타임> 만들겠다던 심 회장은 무슨 생각인가"

그러나 사측은 지난 15일 "새로운 리더십이나 징계, 편집권 등은 회사의 경영권과 인사권에 해당하는 사항이므로 노조와 협의할 대상이 아니다"라며 사실상 노조의 안을 거부하는 '답문'을 보내왔다. 또 사측은 "회사에 대한 적대 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외부 매체 및 단체, 독자들에 대한 고소를 철회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으며 이전 집행부와 약속했던 '편집규약 제정'조차 폐기하겠다고 밝혔다.

<시사저널> 노조는 "우리는 이 같은 '막가파식 회사안'이 과연 심 회장의 의중을 반영한 것인지 궁금하다"며 "이것은 노사 상생은커녕 공생이라는 조직체의 기본 원리마저 파괴하겠다는 독기를 뿜는 비이성적 안"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우리는 회사가 그간 보여준 인식과 대응 수준으로는 정치와 자본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을 추구해온 <시사저널>의 창간정신을 지켜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며 "우리는 기자로서의 양식과 양식을 지키기 위해 배수진을 쳤고 이제 심 회장이 언론사주로서의 양심과 양식을 걸고 이에 답변할 차례"라고 밝혔다.

정희상 노조위원장은 "두 달 동안 할 수 있는 일을 다 했고 지금 우리의 심정은 참담하지 않다"며 "한국 언론의 새 지평을 열어나간다는 각오로 끝까지 사측과의 협상에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사표를 쓴 우리의 선택은 '최악'이 아니라 오히려 이기기 위한 출사표"라며 "설사 지더라도 사회적으로는 지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건 <시사저널>의 미스터리다"
▲ <시사저널> 기자들의 사직서 ⓒ언론노보 이기범

<시사저널> 노조는 지난 15일 보내온 사측의 회신이 '최종안'인지에 대한 여부를 확인한 뒤 <시사저널> 사태가 1주년을 맞는 오는 6월 15일 이전에 '결별'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다. 그러나 사실상 상당수의 기자들은 노조의 안을 거부한 사측이 원만한 타협 자체를 포기했다고 보고 있으며 새 매체 창간을 준비하고 있는 태세다.

<시사저널> 김은남 기자는 "오늘로써 20권째 '짝퉁 시사저널'이 발행됐다"며 "우리는 이제 사측에 '<시사저널> 훼손을 절대 멈추지 말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인맥과 학연을 총동원해 <시사저널>을 제작 중인 금창태 사장은 최근 광고와 기사를 헷갈려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를 당하기도 했다"며 "심 회장은 이런 <시사저널>에 정말 만족하는지 궁금하다"고 밝혔다.

또 다른 기자는 "심 회장이 협상 테이블에 참석하는 등 해결되는가 싶던 사태에서 사측의 태도가 표변한 건 미스터리에 가깝다"며 "기자들과의 타협을 포기한 듯 보이는 사측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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