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기로에 선 <시사저널>, 새 국면 맞을까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기로에 선 <시사저널>, 새 국면 맞을까

사측 '요지부동'으로 협상 결렬…새 노조집행부 선출

지난해 '삼성 기사 삭제 사건'으로 촉발됐던 <시사저널> 사태가 새 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시사저널 노동조합은 5일 선거를 통해 정희상 기자를 위원장으로, 이숙이 기자를 부위원장으로 하는 새 집행부를 선출했다. 정 기자는 90년대 초 한국전쟁 전후 양민학살사건을 취재하는 등 <시사저널> 내 탐사전문기자로 일해왔다.

그간 내부 반대를 무릅쓰고 지난 3월 중 보름간 기자회견, 인터뷰 등 외부 활동을 중단한 채 사측과 집중 협상을 벌여왔던 기존 집행부는 4일 협상 결렬에 대한 책임을 지고 총사퇴했다. 시사저널 노조는 지난 1월부터 파업을 진행 중이다.

"<시사저널>을 진실로 살리는 길 고민할 것"
▲ 지난 2월 12월 열린 <기자로 산다는 것>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시사저널> 기자들 ⓒ프레시안

노조 관계자는 "사측은 3월 한달간 '냉각기'를 갖고 협상에 집중할 것을 노조에 제안했었다"며 "'그러나 기자들에 대한 징계 철회 및 '편집과 경영의 분리' 문제 등에 대해 사측의 입장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사측이 강경한 입장을 굽히지 않음에 따라 그간 온건한 자세를 취했던 노조 측의 대응 태도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새로 선출된 정희상 노조위원장은 "근본적인 전략변화까지도 염두에 두고, 보다 비장한 각오로 협상에 임하겠다"며 "정통 시사매체인 <시사저널>을 진실로 살리는 길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정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은 사측과 타협을 기대하기 보다 기자들이 독자적인 매체를 창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노조 안팎으로 제기되고 있는 상황을 반영한다.

지난 1월 기자들의 파업 이후 편집위원 및 외부 기고로 채워지면서 파행적으로 발행되온 <시사저널>은 그간 정기독자가 상당수 감소됐으며 광고 매출 또한 악화됐다.

한국의 '자본과 언론 관계' 적나라하게 보여준 <시사저널> 사태

<시사저널> 사태는 지난해 6월 금창태 사장의 지시로 삼성 관련 기사가 편집국장 모르게 삭제되면서 불거졌다. 금 사장은 이후 항의하는 기자들에 대해 집단 징계조치를 내렸고 단체협상이 결렬된 지난 1월 시사저널 노조는 '편집권 독립'을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갔다.

이후 열린우리당 차원에서 '<시사저널> 사태 진상조사위원회'가 구성되는 등 한국 내 '자본과 언론의 관계'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건으로 주목을 받아왔다.

금 사장은 기자들이 파업에 돌입하자 기자들의 숫자와 맞먹는 편집위원들로 구성된 '편집위원회'를 동원해 <시사저널>을 계속 발간하고 있다.

또 금 사장은 <오마이뉴스>, <PD수첩> 등 이 사건을 보도한 매체를 비롯해 시민단체·독자들의 모임인 '시사저널을 사랑하는 모임'(시사모)의 운영진 등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원만히 해결된다면 <시사저널> 사태는 큰 자산이 될 것"

정희상 새 노조위원장 인터뷰

- <시사저널> 집행부가 총사퇴하게 된 계기는?

기존 집행부는 지난해 6월 기사 삭제 사건이 발생한 뒤 10개월, 갈등이 파국으로 치달은 지난해 12월 이후 4개월 가까이 싸움을 해왔다. 지난달 막판에 사측과 일종의 '신사협약'을 맺고 외부 활동을 중단한 채 집중 협상을 했다.

그러나 사측은 이 사태의 모든 과정에서 쌍무간에 발생된 문제에 상호 유감을 표시하고, 원만히 합의하자는 원칙 하에서 교섭을 시작했던 대원칙에 어긋나는 요구를 하며 강경한 자세를 보였다.

사측과 '신의성실' 원칙에 입각해서 협상하겠다고 했던 기존 집행부는 더 이상 자신들의 힘으로는 난국을 돌파할 길이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

- 어떤 결심으로 위원장에 나서게 됐나?

신임 집행부라고 해서 뾰족한 수가 있는 건 아니다. 그러나 보다 비장한 각오로, 근본적인 전략변화까지도 염두에 두고 협상에 임하겠다. <시사저널>의 '정신적 지분'을 가진 우리들은 <시사저널>이라는 '정통 시사매체'의 회복을 바란다. 그 회복은 사측과의 협상이 원만히 타결돼서 심상기 회장이 소유한 현재의 시사저널 사로 복귀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그러나 사측이 계속 원칙을 지키지 않고 더이상은 어렵다고 판단되면 다른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기자들에게 '정신적 지분'이 있다는 것은 오피니언 리더와 독자층이 인정하고 있다. 이 싸움에 열화와 같은 지지를 보내줬다. 자본력을 가진 몇몇 분들이 이미 <시사저널> 기자들과 함께 새 매체를 창간하는 것이 정통 시사저널 정신을 계승하는 유일한 방법이라며 제안들도 해왔다.

<시사저널>을 진실로 살리는 길이 무엇인가. 우리는 비장한 협상을 진행할 것이고, 결국 사측과의 타협이 불가능하다고 최종 확인되는 순간, 유감스럽지만 새로운 매체 속에서 <시사저널>의 정신을 꽃 피워나가고 맥을 이어나갈 것이다.

- <시사저널>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사회적 관심이 줄어들고 있다. 우려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그렇다. 기간이 길어지면 이 사태를 안타깝게 지켜보고 있는 수많은 독자와 국민들에게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불씨나 관심이 사그라드는 것들이 안타깝다. 이들의 관심은 <시사저널>이 새로운 매체로 갈 수 있는 동력과 저력이라고 생각한다. 협상이 다시 결렬된 상황에서 우리는 많이 부각되진 못하더라도 필요한 조치들은 다시 취할 것이다.

- 사측이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이라 보나?

기자들이 볼 때는 사측 협상단이 안이한 인식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단편적인 노사관계로 보고 자신들이 밀어붙이면 이길 수 있다는 근시안적 사고를 가진 게 아닐지.

그러나 그들은 최종 책임자가 아니다. 심상기 서울문화사 회장이 결단해서 원만하게 타결해야 할 것이다. 언론사업가 이전에 기자 출신의 선배로서 자신의 명예와 명성에도 영향 미칠 수 있는 이 사태에 하루 속히 통 큰 결단을 내리길 바란다.

지금은 완승·완패구도가 아니다. 기자들은 돌아간다면 망가져있는 '짝퉁 시사저널'을 회복해야할 책임의식을 느낀다. 다행히도 한 축(사측)에는 망가지는 이미지가 있었지만 다른 한 축인 노조측이 많은 자산을 일궈놓은 부분이 있다. '시사모'로 대변되는 독자 미디어 운동도 있고 <시사저널>이 노사간 합의를 이뤘다는 모습도 보여줄 수 있다. 매체 브랜드 이미지 제고, 판매, 독자 확보 등 큰 가능성을 가진 자산으로 만들어질 수 있다. 심 회장이 '윈윈'의 결정을 내리길 바란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