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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이기준 사태'에서 무엇을 배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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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이기준 사태'에서 무엇을 배웠나?

[기자의 눈] 버티는 김병준, '이기준의 교훈' 잊지 말아야

논문 관련 부정 의혹으로 사퇴 압력을 받고 있는 김병준 교육부총리가 물러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김 부총리는 30일 오후 기자들에게 배포한 글을 통해 그간 제기된 의혹 중 논문의 중복 발표에 관한 것만 '행정적 실수'라며 사과하고 나머지 의혹들은 모두 부인하는 기존의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이런 김 부총리의 태도에 대해 야당과 시민사회단체는 물론 여당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이들은 학자로서 지켜야 할 윤리를 위반한 이가 교육 수장을 맡아서는 안 된다며 김 부총리에게 물러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김 부총리는 단지 최근의 논문 관련 부정 의혹에 의해서만 사퇴 압력을 받고 있는 게 아니다. 그는 이미 국회 인사 청문회를 거치며 외고 지역 제한 유보 등을 둘러싼 '말 바꾸기', 병역 의혹 등으로 여론의 강한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청와대는 여전히 김 부총리를 두둔하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고 지역 제한 유보를 둘러싼 '말 바꾸기' 등은 인사 청문회를 무사히 통과했으니 문제될 것이 없고, 논문 관련 부정에 대해서는 사실 관계가 좀 더 분명히 드러날 때까지 기다려보자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김 부총리의 거취를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더 지속될 전망이지만 김 부총리가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선을 던지는 이들이 많다.
  
  2005년 이기준사태, 참여정부의 느슨한 공직 윤리기준 드러내
  
  그런데 이런 풍경이 그다지 낯설지가 않다. 2005년 초에도 비슷한 상황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당시 노 대통령은 2004년 말 대규모 수능 부정 사건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안병영 교육부총리의 후임으로 이기준 전 서울대 총장을 임명했다.
  
  이 전 총장의 교육부총리 내정이 발표되자마자 반발 여론이 거세게 일었다. 이 전 총장은 판공비 유용, 불법적인 사외이사 겸직 등의 이유로 서울대 총장에서 중도하차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참여정부의 느슨한 윤리 기준을 질타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서울대 총장에서 낙마했던 내막이 당시 언론을 통해 널리 알려졌음에도 대학 총장보다 더 상위의 공직에 임명한 데에서 현 정권이 고위공직자에게 요구하는 윤리의 수준이 얼마나 허술한 것인지가 잘 드러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당시 청와대는 여론의 반발을 무시하고 이 전 총장의 교육부총리 임명을 강행했다. 대통령이 직접 이 전 부총리를 두둔하고 나섰다. 주요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여론조사 결과 이기준 교육부총리 임명에 반대하는 의견이 80%를 넘었던 2005년 1월 6일, 노 대통령은 이 전 부총리를 임명하면서 대학교육의 경쟁력을 확충하기 위해 적절한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노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들끓는 반발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야당과 시민사회단체의 반대 성명이 줄을 이었다. 결국 취임 5일째인 2005년 1월 10일 이 전 부총리의 사의를 대통령이 수리하면서 논란은 종식됐다.
  
  닮은꼴 이기준-김병준 사태, '자발적 퇴진'과 '버티기'의 차이뿐
  
  이기준, 김병준 두 사람은 모두 대학 교수 출신으로 교육부총리에 오른 후 교수 재직 시절 벌어진 일로 퇴진 압력을 받은 셈이다. 이들의 거취를 놓고 벌어진 논란은 1년 반의 터울에도 불구하고 여러 모로 닮았다.
  
  우선 청와대의 해명 방식이 닮았다. 이기준 전 부총리의 사외이사 겸직, 판공비 유용, 아들 국적 문제 등이 논란이 될 무렵 이병완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현 청와대 비서실장)은 "어찌 보면 이미 흠결이 다 나와서 검증이 됐다고도 볼 수 있고 총장 직을 사퇴하면서 그에 대한 대가는 다 치렀다"라고 말했다.
  
  김병준 부총리에 대해 "인사청문회도 통과했는데 무슨 문제가 있느냐"며 두둔한 정태호 청와대 대변인의 최근 발언과 닮은 대목이다.
  
  또 제기되는 의혹에 대해 해명할 때마다 새로운 의혹이 불거진 것도 닮았다. 2005년 당시 이병완 수석은 이기준 전 총장에 대해 "검증 과정에서 보니 재산 문제는 오히려 청빈하다 할 정도로 깨끗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해명은 금세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다. '겨우 집 한 채' 정도를 갖고 있는 청빈한 학자라던 이 전 총장은 수십억 대의 부동산을 은닉하고 있었을 뿐 아니라 세금을 포탈한 혐의까지 드러났다.
  
  최근 김 부총리가 논문의 중복 게재에 대해 "행정상의 실수일 뿐"이라며 사과하자 연이어 또 다른 중복 게재 사례가 드러난 것과 닮았다.
  
  물론 서로 다른 대목도 있다. 이 전 부총리는 퇴진 압력이 고조되자 결국 스스로 사의를 표했다. 반면 김 부총리는 여론의 반발이 거세게 고조된 30일 오후 교육부총리 직에서 물러나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자신의 논문 표절 의혹을 보도한 언론에 대해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기준 사태 책임지고 사표 제출했던 김병준
  
  그런데 2005년 당시 논란을 일으켰던 이기준 전 총장을 교육부총리로 추천한 인물 중 하나가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을 맡고 있던 김병준 현 교육부총리였다. 김 부총리는 지난해 1월 10일 김우식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 문재인 당시 청와대 시민사회수석, 이병완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 박정규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 정찬용 당시 청와대 인사 수석과 함께 이기준 전 부총리 사태의 책임을 지고 동반 사표를 제출하기도 했다. 이들 6명은 이 전 서울대 총장을 교육부총리로 추천한 청와대 인사추천위원들이었다. 당시 노 대통령은 이 중 박정규, 정찬용 수석의 사표만 수리하고, 나머지는 유임했다.
  
  김 부총리는 이 전 부총리의 후임인 김진표 교육부총리 임명에 대해서도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김병준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해 2월 김진표 교육부총리의 인선 배경을 설명하면서 "대학교수부터 교육과정까지 모두 바뀌어야 하는데 기업 등 수요자와 얘기할 분이 필요하다"라고 말한 바 있다.
  
  김병준, 전임 부총리들의 진퇴 논란에서 무엇을 배웠나?
  
  2005년 초 노 대통령이 이기준 전 서울대 총장을 교육부총리에 임명한 것은 참여정부 교육정책의 초점이 초중등 교육에서 대학 교육으로 옮겨지게 된 분기점으로 평가된다. 그리고 이 전 총장이 물러난 뒤 취임한 김진표 전 교육부총리 역시 이런 흐름의 연장선 상에 있었다.
  
  이런 흐름 변화는 2004년 말부터 노 대통령이 종종 피력해 온 '대학은 곧 산업'이라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그런데 노 대통령의 이런 인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인물도 김 부총리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그는 이기준, 김진표 두 전임 교육부총리의 임명과 참여정부 교육정책의 방향 전환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친 인물인 셈이다.
  
  2005년 초 이기준, 김진표 두 전임 교육부총리 임명에 관여했으며, 자신이 추천한 이 전 부총리가 비리로 낙마한 데 대한 책임을 지고 사표를 제출하기도 했던 김 부총리가 당시의 사태에서 무엇을 배웠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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