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교육부총리가 국민대 교수로 재직할 당시 심사했던 제자의 박사학위 논문을 거의 베껴 권위 있는 국내 학회지에 기고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은 직간접적으로 사퇴를 촉구하는 등 '김병준 때리기'를 재개했다.
"학회지에 기고한 논문이 자기 과 학생 박사학위 논문과 비슷"
24일 <국민일보>는 김 부총리가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시절이던 1988년에 발표한 '도시재개발에 대한 시민의 반응-세입자를 중심으로'라는 논문이 같은 과 학생 신 모 씨의 박사학위 논문과 거의 동일하다고 보도했다.
한국행정학회에서 발행한 한국행정학보 그 해 6월호(제22권 1호)에 기고한 김 부총리의 논문이 국민대 행정학과 신 모 씨가 1987년 제출한 '도시재개발 지역주민의 정책행태에 관한 연구-세입자를 중심으로'라는 논문과 비슷하다는 것. 김 부총리는 당시 박사학위 논문 심사위원으로 참가해 부심으로 이 논문을 심사했다고 한다.
또한 △김 부총리의 논문 제목이 '지역주민'에서 '시민'으로, '정책행태'가 '반응'으로 단어만 바뀌었을 뿐 신 씨의 논문 제목과 유사하다는 점 △신 씨의 설문 및 면접조사 결과를 그대로 차용했다는 점 △신 씨가 논문에서 사용한 표 5개를 그대로 옮겨 사용하거나 수치만 일부 변경해 활용했다는 점 △문장 자체가 유사한 것도 17개에 이른다는 점 등을 들어 구체적인 표절 의혹을 제기됐다
비록 김 부총리가 자기 논문의 첫 장 각주 등에서 '서베이 데이터는 신 모 씨로부터 수집된 것'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신 씨의 논문명을 기재하지 않는 등 출처를 부실하게 밝혀, 김 부총리의 논문은 '중복논문'에 해당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김 부총리는 "한국행정학보에 실린 내 논문이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며 "나는 인용을 하더라도 각주를 다는 등 철저하게 연구하는 사람"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지금 고인이 된 신 씨는 내가 1985년에 쓴 논문을 먼저 베낀 것으로 기억한다"며 "당시 신 씨가 위중한 상태라 학위논문에 문제가 있어도 그냥 통과시켰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국민일보>는 김 부총리가 1985년 한국정치학회보에 게재한 논문은 세입자 실태와 직접적 관련성이 없는 '정책 집행에 있어 대상집단의 정책관여'였다고 반박했다.
"교육부 수장의 자질을 의심케 하는 일"
이러한 의혹이 제기되자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은 교육부의 수장이 표절을 했다는 것은 그 자질을 의심케 하는 것이라는 취지의 논평을 내놓고 모든 의혹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한나라당은 "교수들의 표절이 상아탑의 신뢰를 무너뜨린 것이라면 교육부 수장의 표절은 국민들의 신뢰를 무너뜨린 것"이라며 "이러한 인사가 청와대의 정책실장 역할을 해 왔고 급기야 교육부총리를 하고 있다니 누구를 믿고 교육행정을 맡겨야 하는지 한국 교육의 미래가 암울하기까지 하다"고 비판했다.
한나라당은 "특히 도덕적 우월성을 강조하는 참여정부의 고위 핵심인물의 이러한 행태는 참여정부의 실상을 가늠케 한다"며 "송자 전 교육부 장관도 표절의혹 등으로 장관직을 사퇴한 바 있다"고 압박했다.
민주노동당도 "두 자녀의 외고 문제와 관련한 부적절한 처신도 국민들에게 실망이었지만 학계의 부도덕한 관행을 충실하게 따른 논문표절 행위는 국민들에게 충격 그 자체"라며 "나는 괜찮고 남들이 하면 문제라고 하는 이중적 태도는 누구에게도 설득력을 가질 수 없다"고 꼬집었다.
민노당은 "모든 것이 사실이라면, 어떻게 어린 학생들에게 정직과 신뢰를 가르치고 한 나라의 교육을 책임지는 교육부총리 역할을 계속할 수 있겠느냐"며 "본인의 분명한 해명과 이에 따른 책임 있는 태도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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