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교육부총리 후보자가 18일 국회인사청문회에서 외국어고 신입생의 지역별 모집제한 실시 시기를 연기할 것이라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국회에 제출한 서면답변에서는 "2008학년도부터 외고 학생모집 대상지역을 광역자치단체로 제한하는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며 외고 지역 제한 정책을 예정대로 추진할 계획임을 밝혔으나 불과 며칠 사이에 태도가 돌변한 것이다.
김 후보자의 갈팡질팡하는 태도로 지난달 교육부가 이 정책을 발표할 때부터 '졸속 추진' 논란이 일었던 외고 정책은 더욱 큰 비난 여론에 휩싸일 전망이다. 특히 김 후보자의 입장 변경은 그의 두 딸의 외고 특례입학 의혹과 연관된 것이라는 점에서 한나라당 등 야당의 비난이 거세다.
또 '전문성 부족' '코드인사' 등을 이유로 열린우리당 일각에서조차 김 후보자 내정에 대한 반대 의견이 제시됐음에도 불구하고 '정책 일관성'을 이유로 인사를 강행한 청와대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외고 지역 제한 정책은 처음 발표될 때부터 청와대 지시 의혹이 제기되는 등 청와대 측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김병준 "외고 지역 제한 시기 재논의할 수 있다"
김병준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외고 신입생의 지역별 모집제한 실시 시기를 재논의할 수 있다"면서 "외고 지역제한 방침을 2008학년도에 실시해야 하는지는 일 할 기회가 주어진 후에 교육감이나 외고 교육주체들과 함께 논의해보겠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의 이같은 입장 발표 후 교육부는 바로 "지역제한 방침을 3년간 늦춰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시행 유예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에 앞서 전국외고교장협의회는 교육부에 "외고 지역제한 방침 시행시기를 오는 2010년으로 연기해달라"는 건의문을 제출했으나 정부와 청와대는 강행 입장을 고수해 왔다.
그러나 새 교육부 수장으로 내정된 김 후보자의 발언을 계기로 교육부는 외고 지역제한 방침을 지난달 19일 발표한 지 한 달 만에 번복하게 됐다.
외고 지역제한 정책에 대해 외고 교장 등 관계자와 일부 학부모들의 반발이 상당히 거셌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정부의 입장 후퇴로 사실상 이 정책이 백지화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까지 제기되고 있다.
또 정부 교육정책에 대한 신뢰도에도 큰 흠집이 생기게 됐다.
김 후보자의 입장 선회, 두 딸의 외고 특례입학 의혹 때문?
특히 김 후보자의 입장이 돌연 바뀐 이유가 이날 청문회에서 불거진 두 딸의 외국어고 특례입학 의혹 때문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날 청문회에서 한나라당 정문헌 의원은 "외고의 특별전형 자격 조건은 6개월 이상 해외에서 정상적으로 학교를 다녀야 되는데 후보자의 장녀는 6개월 이상 외국에 거주한 적이 없다"며 김 후보자의 큰 딸이 '관광비자'로 일본에 체류하다가 이듬해 7월 귀국한 뒤 대원외고 1학년에 편입한 사실을 문제 삼았다.
또 김 후보자의 둘째 딸은 2002년 3월 2일 S여고에 입학했다가 사흘 만에 시험을 치르지 않고 대일외고로 전학을 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김 후보자는 "부모를 따라 외국으로 가면 합법이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없다"며 "두 딸의 외고 입학은 아이들의 적응문제를 생각해 외국 생활 경험이 많은 학생들이 많은 학교에서 공부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에서 편입학시켰다"고 답변했다. 김 후보자는 1999년 여름부터 1년간 일본 게이오 대학에 방문교수로 체류했다.
그는 또 "(우수한 학생들끼리 공부시키는) 수월성을 생각했다면 강남으로 갔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외고 정책에 대한 논란이 한창이라는 점에서 김 후보자의 두 딸의 외고 편입학 과정에 대해 야당의 비난이 쇄도했다. 정문헌 의원은 "사회지도층 인사로서 외고에 편법 입학시키는 것은 문제가 있지 않으냐"고 말했다. 김영숙 의원은 "해외에서 유학하고 외고에 편입하는 등 혜택을 누리면서 남의 자식에 대해선 제재를 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내 자식은 되고 남의 자식은 안 된다는 이중적 태도"라고 비판했다.
결국 이런 비난은 김 후보자가 "외고 지역 제한 정책의 시행 시기를 재검토하겠다"며 한발 물러서게 만드는 데 지대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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