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표절 의혹, 교육부의 두뇌한국(BK)21 연구실적 허위보고, 논문 중복 게재 등 학자로서 부도덕한 행위로 사퇴 압력이 일고 있는 김병준 교육부총리가 지난 2001년 거액의 용역비를 받고 사실상 제자의 박사학위 논문 자료를 만들어준 게 아니냐는 새로운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이 지난 28일 "억울해도 어느 한계점을 넘었다면 결단할 때는 결단해야 한다"는 입장을 김 부총리에게 전달하는 등 여당 내에서도 사퇴 불가피론이 일고 있지만, "억울하다. 국회 청문회를 열어달라"며 버티고 있는 김 부총리의 거취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제자인 구청장에게 1억원대 연구 수주 후 박사 학위 줘
김병준 교육부총리는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시절인 지난 2001년 박사학위 논문 지도 제자인 당시 진영호 서울 성북구청장으로부터 1억500만 원 상당의 '성북구 내·외부 행정수요 조사 및 서비스 기준설정을 위한 용역'을 따냈다고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31일 보도했다.
문제는 제자인 진 전 구청장이 2002년 2월 이 용역 과제 보고서의 상당 부분을 원용해 국민대에서 행정학 박사학위를 받은 것.
김 부총리가 당시 소장이었던 국민대 지방자치경영연구소는 2001년 3월 성북구청으로부터 연구 용역을 수주한 뒤 그해 9월 150쪽 분량의 '21세기 성북비전을 위한 행정수요 조사' 보고서를 제출했다. 이 보고서는 성북구민 1122명을 대상으로 도로교통·청소환경·문화체육 등 10개 분야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분석해 놓았다.
진 전 구청장의 박사 논문인 '지방 행정수요 파악 및 대응방안에 관한 연구 : 성북구 사례를 중심으로'는 이 국민대 지방자치경영연구소의 설문조사 등 연구 보고서를 상당 부분 인용하고 있다.
총 181쪽 분량의 진 전 구청장의 박사 논문 중 설문조사 내용을 다룬 78쪽 분량에서 사용된 66개의 표와 내용의 상당 부분이 김 부총리의 용역보고서를 인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 부총리의 용역 연구보고서와 진 전 구청장의 박사학위 논문이 작성된 시점도 두 사람 사이의 모종의 거래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을 더욱 증폭시킨다. 국민대 학사 일정상 박사학위 논문을 10월 말까지 제출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김 부총리의 연구보고서가 배포된 지 한 달도 채 못 돼 진 전 구청장이 박사학위 논문을 제출한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김 부총리 측이 사실상 진 전 구청장의 박사학위 논문 자료를 만들어 준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또 진 전 구청장은 박사학위를 받은 2002년 국민대 겸임교수로 위촉됐다.
한편 김 부총리가 당시 한국학술진흥재단(학진) 홈페이지에는 이 용역의 연구비를 당초 성북구청의 용역 수주액 1억500만 원의 절반도 채 안 되는 4700만 원으로 공개한 점도 의혹을 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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