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의 박사학위 논문을 표절해 학회에 먼저 발표했다'는 의혹에 휩싸인 김병준 교육부총리가 "먼저 나온 논문이 나중에 나온 논문 표절하는 것을 봤냐"며 "그 친구(김 부총리가 표절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논문의 원저자)가 내 것을 원용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 부총리는 25일 국무회의에 앞서 기자들을 만나 이같이 말하며 "사회과학에서 자료는 공유하는 것"이라며 "연구 가설 설정과 분석 방법, 프레임워크를 내 허락 하에 그 친구가 원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부총리는 "그러나 두 논문은 다른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실엔 이견 없지만 해석에는 심각한 차이
김 부총리의 논문과 이미 사망한 신 모 씨의 박사학위 논문이 모두 신 씨가 수집한 데이터를 활용했다는 사실과 김 부총리의 논문이 시간상으로는 먼저 발표됐다는 사실에 대해서 현재로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당시 김 부총리가 신 씨의 논문에 사용될 데이터 조사 설계와 분석 등을 지도하며 데이터를 같이 활용하기로 합의하였으며 같은 데이터라도 방법론을 달리하면 별개의 논문으로 봐야 한다"며 "신 씨의 박사학위논문보다 김 부총리의 논문이 먼저이기 때문에 표절은 말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익명을 요구한 한 행정학자는 "이번 사건을 두고 '정확히 표절이다'고 판단하기는 힘들 것 같다"면서도 "비슷한 시기에 같은 데이터로 논문 두 개를 만들어 하나는 대학원생 박사학위 논문으로 제출하고 다른 하나는 그 지도교수가 같은 학교 학술지에 싣는 다는 건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 학자는 "김 부총리 측은 논문 발표가 신 씨의 박사학위 논문 통과보다 두 달 앞섰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인데 그건 더 말이 안 된다"며 "논문 제출은 통과일 보다 훨씬 이전이라는 사실을 애써 모른 척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만약 이 정도는 학계의 관행이 아니냐는 식으로 나온다면 물론 할 말은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열린우리당 우상호 대변인은 같은 날 "정치적 판단으로 명예가 걸려 있는 학자 논문에 시비를 거는 것은 참으로 온당치 못하다"며 "학자의 학문적 행위에 대해 공당 대변인이 논문내용에 대한 검증 없이 바로 사퇴를 요구하는 모습에서 학문까지 정략적으로 공격하는 천박성이 드러났다"고 한나라당을 공격하는 동시에 부총리를 엄호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은 "교육부가 김 부총리의 사조직도 아닌데 해명하는 것은 진실규명의 올바른 방법이 아니다"고 교육부를 꼬집으며 "표절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즉각 부총리 직에서 물러나라"고 공세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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