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훈 한국 측 수석대표는 이날 저녁 9시 30분 브리핑에서 "이번 협상에서 양측은 협상을 적기에 타결하는 방안에 대한 강한 의지를 상호 확인했으며, 이를 기초로 주요 쟁점들에 대한 절충안을 적극 모색했다"며 "(한미 FTA 적기 타결의) 시금석이 됐다"고 밝혔다.
웬디 커틀러 미국 측 수석대표도 이날 오후 5시 30분경 브리핑에서 "이번 협상은 지금까지의 협상들 중 가장 성공적이었다"면서 "바깥 날씨는 춥지만, 협상장에서는 봄이 올 조짐이 보이기 시작한다"고 자평했다.
투자자-국가 소송제, 수석대표급 협상 의제로 '영전'
이번 7차협상에서는 이미 분과장급 협상을 거치면서 상품무역 분과, 금융서비스 분과, 통신·전자상거래 분과 중 전자상거래 분야 등에서 '가지치기' 작업이 마무리되면서 민감한 중소 규모의 쟁점들이 대부분 타결됐으며, 고위급 협상에서 논의돼야 할 핵심 쟁점들만 남았다.
'무역구제-자동차·의약품' 빅딜 논의에 집중됐던 수석대표급 협상에서는 우리 측이 무역구제 관련 기존의 '5(반덤핑)+1(세이프가드)' 요구사항을 완화한 새로운 안을 제시했다. 또 이 협상에서는 배기량 기준 자동차 세제의 개편 및 건강보험 약값 적정화 방안에 대한 미국 측 요구를 반영하는 문제도 논의됐다. 이와 관련해 커틀러 대표는 "우리는 (한국 측이 제시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면밀히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석대표급 협상에는 국내에서 최근 위헌 논란이 되고 있는 '투자자-국가 소송제(ISD, 투자자-국가 분쟁해결절차)'도 주요 의제로 올라갔다.
하지만 수용(expropriation) 관련 분쟁을 국제중재절차 대신 국내구제절차로 해결하자거나, 간접수용(수용은 아니지만 수용과 같은 효과를 내는 정부 정책) 예외조항의 예시에 부동산 정책과 조세 정책을 넣어달라는 한국 측 제안에 대해서는 아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협상 기간에는 워싱턴 밖에서 협상 분위기를 고무하는 소식이 줄줄이 날아왔다. 13일 베이징에서는 6자회담의 성공리에 마무리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어 14일 서울로부터는 농림부가 오는 5월 국제수역국(OIE) 총회에 대비해 태스크포스를 구성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를 계기로 한미 FTA의 걸림돌인 미국산 쇠고기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전망도 흘러나왔다.
같은 날 마드리드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이 조지 부시 미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한미 FTA를 3월말까지 체결하는 방안에 대한 양국 정상의 의지를 재확인했다.
하지만 협상장 안에서는 한국 측이 무역구제-자동차·의약품 빅딜의 첫 단계부터 '실수'를 했다는 불길한 소식도 전해졌다. 이번 협상 기간 중 여러 차례 개최됐던 '수석대표 2명+분과장 2~4명' 협상에서 한국 측이 '비합산(non-cumulation, 국가별 산업피해 합산 금지)'을 가장 중요한 요구사항으로 내세운 게 '잘못된 전략'이라는 점을 확인한 것. 협상 고위관계자는 "우리가 잘못 알았다"고 털어놓기까지 했다. (☞관련기사 보기)
하지만 우리 측은 공식적으로는 비합산을 포함해 기존의 무역구제 관련 요구사항을 계속 요구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한미 FTA 8차 협상은 다음달 8~12일 닷새 간 서울에서 열릴 예정이다. 웬디 커틀러 대표는 5시 30분 브리핑에서 다음달 5일 협상이 열릴 예정이라고 밝혔으나, 김종훈 대표는 9시 30분 브리핑에서 협상 날짜를 바꿔 전달하며 "양측이 회기 사이에 해야 할 숙제가 많아 8일에 협상을 개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한미 FTA 7차 협상 결과> 다음은 한미 양국 수석대표들의 이날 브리핑 내용과 협상기간 동안 협상장 안팎에서 흘러나온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한미 FTA 7차 협상의 결과를 협상 분과 및 작업반 별로 정리한 것이다. 상품 분야 3개 분과 및 2개 작업반 △상품무역(공산품) 분과=상품무역(공산품) 분과는 한미 양측이 협정문을 완성하고, 품목별 관세 이행시기를 일부 앞당기는 등 협상이 '마무리 단계'로 진입했다. 하지만 미국 측이 한국의 대미수출액 중 23%를 차지하는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에 대한 관세를 여전히 '기타(관세철폐 이행기간 10년 이상)' 단계에 분류해 놓고 있어, 한미 양국 간 '관세철폐 즉시 품목수' 비율은 79.3% 대 65.8%(수입액 기준)로 여전히 불균형 상태다. △농업 분과=농업 분과에서는 한국 측이 자체 마지노선으로 관세철폐 예외 혹은 저율할당관세(TRQ) 적용을 받는 민감품목의 수를 235개에서 100개로 낮췄다. 한국 측은 이번 7차 협상에서는 이렇게 개방 수준을 높인 안을 미국 측에 제시하지 않았지만, 미국 측이 다음 협상에서 추가적인 농업시장 개방을 요구할 경우 이 안을 제시하겠다는 방침이다. 우리 측의 관심이 높은 특별 세이프가드나 TRQ에 대한 협의는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 한편 한국 측 협상단이 '쌀' 시장도 일부 개방할 것이라는 '설'이 퍼지고 있는 데 대해 농림부와 김종훈 대표는 각각 이런 설을 강하게 부인했다. 한편 미국 측은 쌀이 한국 측에 민감한 품목인 만큼 협상 막바지인 3월말에야 쌀을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을 것이라고 밝혀 왔다. △섬유 분과='200여 개 섬유 품목의 관세만 즉시 철폐하고, 나머지 품목의 관세는 5년 내 철폐하라'는 한국 측의 완화된 요구에 대응해, 미국 측이 수정 양허안을 2차례 제시했으나 한국 측은 만족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 측도 85개 섬유 품목에 대해서만 원사 기준 원산지 판정 방식(얀 포워드)을 적용하지 말라는 기존의 완화된 요구를 추가로 더 완화해 미국 측에 제시했다. 한편, 우리 측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는 관세의 조기 철폐, 섬유제품의 원산지 규정문제와 미국 측에서 관심을 보이는 우회수출 방지 방안, (일반)세이프가드를 맞바꾸는 방안에 대해서는 지난 5~6차 협상 때와 마찬가지로 별도의 차관보급 회의가 열렸다. 미국 측은 이 회의에서 우회수출을 방지하기 위한 방안을 최대한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동차 작업반=자동차 작업반에서는 자동차 기술표준을 미국형으로 할 것이냐, EU(유럽연합)형으로 할 것이냐를 놓고 한미 양측이 줄다리기를 계속했다. 미국 측은 자동차 기술표준은 미국형으로 하자는 입장이지만, 우리 측은 미국뿐 아니라 EU 국가들에도 연간 수십 만 대의 차를 수출하는 만큼 이런 입장을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의약품·의료기기 작업반=건강보험 약값 적정화 방안에 대한 이의기구 설립, 의약품 특허 보호기간의 실질적인 연장, 의료 분야 상호자격인정(MRA) 등 주요 쟁점에 대한 양측 간 이견이 축소됐으나, 그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투자·서비스 분야 4개 분과 △투자 분과=미국 측은 외환 세이프가드를 도입하자는 한국 측 요구를 수용하는 대신 외환 세이프가드를 투자자-국가 소송제(ISD)의 적용대상에 넣자고 새롭게 제안해 왔다. 지난 5차 협상에서는 미국 측이 세이프가드를 허용하는 조건으로 세이프가드로 인해 유출입이 제한된 자금에 대해 정상적 수익을 보장해 달라고 요구해 왔고, 우리 측이 현행법이 허용하는 수준에서 미국 측 요구를 다 들어주겠다고 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한편, 투자자-국가 소송제(ISD, 투자자-국가 간 분쟁해결절차) 관련 협상에서는 우리 측이 △수용(expropriation) 관련 분쟁은 국제중재절차 대신 국내구제절차에서 해결하자 △간접수용(수용은 아니지만 수용과 같은 효과를 내는 정부 정책) 예외조항의 예시에 부동산 가격안정화 정책과 일반조세 정책을 넣어 달라 등 2가지 요구를 되풀이 했으나, 미국 측도 "고려는 해보겠다"는 입장으로 일관했다. △서비스 분과='방송 및 시청각 서비스 시장을 개방하라'는 미국 측 요구가 거셌고, 우체국 택배에 대한 미국 측 불만도 사그라지지 않았다. 한국 측도 미국 측으로부터 전문직 비자 쿼터를 받아내지 못했다. 하지만 '일반화물을 이용한 국내 택배서비스'의 개방 대상 제외 등 기타 쟁점들을 이번 7차 협상에서 거의 다 정리됐다. △금융서비스 분과=이 분과의 협상에서는 외국 보험회사 직원이 국내에 들어와 영업을 하도록 허용하는 범위를 보험계리, 보험손해사정 등 보험부수서비스로 한정하는데 양측이 합의했다. 또 향후 증권거래소 상장 시 외국인 지분 제한을 허용하고, 외국계 은행 본점의 자본금을 국내 지점의 자본금으로 인정하지 않기로 하는 등 잔여 쟁점들이 대부분 정리됐다. 하지만 '국책금융기관인 산업은행의 정책금융 부문을 유보안에 넣어주면, 금융정보의 해외위탁을 허용하겠다'는 우리 측의 제안에 대해 미국 측이 '금융정보의 해외위탁뿐 아니라, 신용평가업의 국경간 거래도 허용하라'며 맞서면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또 우체국 보험의 정책 기능 인정, 외환 세이프가드 등에 대한 양측 간 이견도 지속됐다. △통신·전자상거래 분과=통신 분야의 협상에서는 '기간통신 사업에 대한 외국인 지분 제한(49%)을 완화하라'는 미국 측 요구가 그 어느 때보다도 거셌다. 민간 사업자에게도 기술 선택의 자율성을 주자는 미국 측 압력도 여전했다. 사실상 협상이 종결된 전자상거래 분야에서는 MP3 음악파일 등 온라인 디지털 제품에 대해서는 영구 무관세를 적용하고, DVD 타이틀 등 오프라인 디지털 제품에 대한 관세도 철폐하기로 했다. 또 전자인증 및 전자서명, 온라인 소비자보호 등에 대한 합의도 마무리됐다. 비관세 무역장벽 관련 4개 분과 △원산지·통관 분과=6자회담의 진전으로 인해 미국 측이 개성공단산 상품을 한국산으로 인정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됐다는 한국 측 기대감이 높아졌다. 하지만 미국 측은 6자회담과 개성공단 문제는 관계가 없다는 무덤덤한 반응을 보였다. △무역구제 분과=이 분과에서는 이미 수석대표급 협상 테이블로 넘어간 한국 측 '5(반덤핑)+1(다자 세이프가드)' 요구사항이 전혀 다뤄지지 않았다. 대신 한미 양측은 양자 세이프가드 4대 쟁점인 세이프가드 존속기간, 재발동 여부, 발동기간, 잠정조치 도입여부 등에 대해서만 다뤘다. △위생검역(SPS) 분과, 기술표준(TBT) 분과=이 분과들의 협상 진척사항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았다. 기타 5개 분과 △경쟁 분과=지난 3~4차 협상에서 이 분과의 핵심 쟁점이었던 '재벌(Chaebol)에도 공정경쟁을 적용하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의 각주에 대해 양측 간 이견이 지속됐다. '독점·공기업도 상업적 고려를 해야 한다'는 조항에 대한 양측 간 이견도 다 해소되지는 않았지만, '정부의 공공서비스 요금 체계를 훼손해서는 안된다'는 문구가 삽입되는 등 일부 진전이 있었다. △정부조달 분과=13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별도로 열린 이 분과의 협상 진척사항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열려진 바 없다. △지적재산권(IPR) 분과=한미 양측은 특허권, 저작권, 상표, 집행 보호 등 각 분야별 쟁점에 대한 절충안을 마련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했으나, 그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 없다. 다만, 한국 측은 저작권 보호기간의 연장이 한국에 끼칠 손해가 크지 않다는 판단 하에 저작권 보호기간을 저작자 사후 50년에서 70년으로 연장하라는 미국 측 요구를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에서 '검토할 수 있다'는 전향적인 자세로 돌아선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 분과, 환경 분과=이 두 분과의 협상도 몇 가지 쟁점을 남기고 모두 정리됐다. 남은 쟁점은 노동 분과의 공중의견제출제도(Public Communication), 환경 분과의 대중 참여(Public Participation), 양 분과에 공통적인 분쟁해결절차의 회부 대상이 되는 법률 등이다. 또 노동 분과에서는 다음 협상에서 미국 측이 미 민주당의 입김을 담은 새로운 요구를 해올 가능성이 있다. △분쟁해결·투명성·총칙 분과=우리 측은 법률 제·개정 시 입법예고기간을 20일에서 60일로 연장하라는 미국 측 요구에 대해 '연장' 자체에는 원칙적으로 합의해 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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