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미국 의회 내 논의를 주도하고 있는 미 의원들에게 한미 FTA의 문제를 직접 전달하고 상호 의견을 교환하자는 취지에서 반FTA 원정시위대가 준비한 '의회 브리핑'이 그야말로 성황을 이뤘다.
'한미FTA 7차협상 저지 원정투쟁단'(단장 정광훈)은 13일 오후 2시(현지시각) 미 하원 의사당인 캐논빌딩 441호에서 미국의 모든 의원들에게 보낼 한미 FTA 관련 서신의 내용을 설명하는 브리핑을 가졌다. 이 브리핑은 미 민주당의 정치적 기반인 미국노총산별회의(AFL-CIO)와 함께 준비한 것이다.
이 자리에는 한미 FTA를 포함해 미 대외통상 정책을 관할하는 여러 위원회 소속 하원의원들의 통상 담당 보좌관들이 예상을 훨씬 넘어서서 50명 정도 참석, 브리핑 룸을 가득 메웠다.
특히 포트니 피트 스타크 의원(캘리포니아 주), 조셉 크라울리 의원(뉴욕 주), 자비얼 버세라 의원(이상 모두 민주당 소속·캘리포니아 주) 등 한미 FTA 비준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세입세출위원회 소속 24개 의원실에서 대부분 이 브리핑에 참석했다.
한국 자동차 세제 개편?…美 노동자에도 별 도움 안 돼
이날 브리핑은 한국 측 인사들과 미국 측 인사들이 교대로 한미 FTA의 문제점을 알리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허영구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복수노조 허용 및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3년 후로 유예 등 최근 국회를 통과한 노사관계로드맵의 내용이 보여주는 한국의 열악한 노동 상황에 대해 설명하며, 한미 FTA는 한국의 노동 조건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프 보그트 AFL-CIO 무역자문위원도 이같은 허영구 부위원장의 말에 동의한 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식 모델을 따르고 있는 한미 FTA는 미국 노동자들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티브 베컴 전미자동차노조(UAW) 국제국장은 특히 미국 측이 한국 측 배기량 기준 자동차 세제를 철폐하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한미 양국 간 자동차 통상 마찰의 역사를 돌이켜 보건대 이런 요구가 미국 노동자들에게는 아무런 이득을 가져다주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GM, 포드 등 미국 내 자동차업계에 불어 닥친 구조조정의 효과만 더욱 증폭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광훈 한미FTA 저지 범국민 운동본부 공동대표는 △한미 FTA 추진 과정에서 드러난 한국 정부의 비민주성과 폐쇄성 △건강보험 약값 적정화 방안에 미국 측 입김이 반영될 경우 대중의 의약품 접근권이 낮아질 가능성 △한미 FTA로 피해를 볼 것이 확실한 농업이 한국에서 갖는 문화적, 환경적 가치 및 식량주권의 문제 △투자자-국가 소송제(ISD) 도입으로 인한 공공정책의 무력화 가능성 등 한미 FTA의 문제들을 포괄적으로 설명했다.
지적재산권 전문가인 숀 플린 아메리칸 대학 법대 교수는 미국 측이 선진7개국의 평균 약값인 A7 가격을 한국 측에 요구하고 있다며,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이 이들 국가의 절반도 안 되는 상황에서 이런 요구가 관철되면 한국 시민들의 약값 부담만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그는 건강보험 약값 적정화 방안인 '포지티브 리스트(약값 대비 약효가 우수한 약에만 건강보험을 적용해 주는 것)'이 큰 의의가 있는 제도인데, 한미 FTA는 이를 저해할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한국이 15%의 법률 고쳐야 한다'는 사실에 놀라기도
이 자리에 참석한 보좌관들은 특히 '투자자-국가 소송제(ISD, 투자자-국가 간 분쟁해결절차)'가 정부의 공공정책 권한을 어떻게 제한하는지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어떤 보좌관은 한미 FTA로 인해 한국 측이 약 15%의 법률을 고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 것에 놀라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이밖에 원정시위대는 이날 오후 5시 상원 재무위원회 위원장인 맥스 보커스 의원실 수석통상법자문관을 별도로 만나 한미 FTA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또 원정시위대의 일원인 정혜원 민주노총 금속연맹 국제부장은 이번 7차 협상에 앞서 미시간 주를 방문해 세입세출위원회 산하 무역소위 위원장인의 샌더 레빈 의원과 만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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