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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짜배기 주고 쭉정이 받는 게 '빅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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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짜배기 주고 쭉정이 받는 게 '빅딜'?"

[한미FTA 뜯어보기 234] 경찰 원천봉쇄에 도심 사방팔방서 "FTA반대"

미국 워싱턴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7차 협상이 열리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12일 '반(反)한미FTA' 진영의 시위가 종로 보신각, 광화문, 명동, 태평로, 삼성동 등 서울 시내 곳곳에서 벌어졌다.

'한미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는 이날 오후 2시부터 종묘에서 집회를 열고 광화문까지 삼보일배를 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경찰이 과거와 마찬가지로 집회금지를 통고하고 경찰 병력 5000여 명을 동원해 집회 참가자들의 종묘 접근을 원천봉쇄하자 범국본 회원들은 단체별로 흩어져 도심 곳곳에서 시위를 벌였다.

명동, 보신각, 광화문, 프레스센터, 삼성동 곳곳 "한미FTA 반대!"
▲ 12일 오후 서울 명동 입구에서 한미 FTA 반대 시위대들이 거리에 묶어 놓은 돼지를 시민들이 바라보고 있다. 시위대는 이날 오후 2시께 돼지 한 마리와 염소 6마리, 무 1톤 트럭분량 등을 거리에 쏟아 놓으며 기습시위를 벌이다 출동한 경찰에 연행됐다. ⓒ연합뉴스

농민 20여 명은 오후 2시30분께 명동 입구 거리에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 '한미 FTA 반대' 등의 문구가 적힌 천을 몸에 두른 돼지 한 마리와 염소 여섯 마리를 끌고 나왔고, 차도에는 무 300여 개를 쏟으며 FTA 반대 구호를 외치는 등 기습시위를 벌였다.

경찰은 황급히 돼지와 염소를 잡아 인근 경찰 지구대로 옮겼고, 시위를 벌이던 농민 일부를 연행했다.

그 뒤 농민 200여 명은 오후 4시부터 서울 삼성동 미국 상공회의소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하지만 경남 산청 등 일부 지방 거주 농민들은 이번에도 경찰의 봉쇄로 서울로 올라오지 못해 마찰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에 앞서 '한미FTA 저지 여성대책위원회'는 광화문 미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미FTA 체결은 여성 노동자들의 고용 불안을 심화시키는 것은 물론, 여성 농민들을 빈곤의 나락에 떨어지게 만들 것"이라며 "밀실협상과 퍼주기식 협상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언론노조 조합원 80여 명은 이날 프레스센터 앞에서 단식·노숙농성에 돌입했다. 이들은 오는 15일 7차 협상이 종료될 때까지 농성을 벌인다.

종묘 집회장소로의 진입이 무산된 민주노총과 대학생,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은 집회 장소를 종로 보신각 앞으로 옮겼다. 오후 4시께 보신각에 집결한 400여 명의 이들 단체 회원들은 집회를 열었다.

"알짜배기 다 내주고 쭉정이 받아오는 게 '빅딜'이냐"

'보신각 집회'에서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은 "미국에 간 원정투쟁단은 백악관 울타리 바로 옆에서 시위를 벌이는데, 국내에서는 노무현 정권이 집회 자체를 못하게 금지시키고 있다"며 "헌법에 보장된 집회의 자유도 지켜지지 않는 마당에 노 대통령은 개헌 운운하지 말고 있는 헌법이나 제대로 지키라"고 언성을 높였다.

강 의원은 이어 "한FTA의 보따리 내용을 살짝 들춰보니, 우리 보따리에는 알짜배기들이 가득 들어있는데 미국 보따리에는 순 쭉정이만 들어 있다"며 "알짜배기 내주는 '빅딜'이 주제인 7차 협상을 가만 놔두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 경찰의 원천봉쇄로 보신각 앞으로 장소를 옮겨 집회를 열고 있는 범국본 소속 단체 회원들. ⓒ프레시안

김성희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한미FTA 협상 과정을 보면 알짜배기 금융산업을 모두 미국 금융자본에 넘겨주겠다는 것으로 보인다"며 "한미FTA가 체결되면 약탈적 외국자본에게 면죄부를 주고 국내 비정규직을 양산하며 서민들은 고금리의 사채금융에 의한 생활고에 내몰리고 말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은 "유럽에서는 영화와 농업을 지키기 위해 정부가 시민단체 등을 찾아다니며 '협상에서 힘을 얻게 시위를 해달라'고 말한다"며 "그러나 우리 정부는 부탁은 커녕 집회의 자유마저 침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논리싸움 밀리니 '광개토대왕' 운운하냐"

오종렬 범국본 상임공동대표는 "정부는 한미FTA를 해야 하는 이유를 설파하다 '논리'에서 밀리니까, 이제 TV광고로 광개토대왕 운운하며 한미FTA만 체결하면 미국 시장은 온통 우리가 먹게 될 것이라는 등 감정적으로 국민들을 호도하고 있다"며 "이는 정부가 한미FTA 추진의 논리적 설득력을 잃은 방증이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집회를 여는 동안 경찰은 3회에 걸쳐 '불법집회'라는 이유로 경고방송을 실시했으나, 물리적 충돌 없이 오후 5시 40분경 평화롭게 집회를 마무리했다. 범국본은 이날 오후 8시부터 서울 명동에서 '한미FTA 반대 문화제'를 여는 등 7차 협상 기간 동안 국내에서 '반FTA' 여론 형성 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쳐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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