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FTA 지렛대로 GM 농산물까지 강요
국회 농림수산위원회 강기갑 의원(민주노동당)은 "미국이 FTA를 지렛대 삼아 쇠고기에 이어 GM 농산물까지 강요한 사실이 확인됐다"며 산업자원부, 농림부로부터 확보한 관련 자료를 12일 공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미국은 2006년 3월 열렸던 GM 농산물에 대한 한미 간 기술 협의에서 "한미 FTA 협상이 시작됐으니, GM 농산물에 대해 양자 협정을 추진하자"며 구체적인 협정문 초안을 제시했다. 특히 미국은 11월에 열린 기술 협의에서는 "GM 농산물 관련 법의 기준 완화를 위한 양국 간 합의각서를 체결하자"고 요구하기까지 했다.
당시 미국은 국내에서 아직 시행되지도 않은 GM 농산물 관련 법(유전자 변형 생물체의 국가 간 이동 등에 관한 법률)의 개정을 요구했다. 미국의 요구 사항은 △법의 시행에 따라서 미국의 유전자 조작 농산물이 바로 수입 중단이 되지 않도록 경과 규정을 둘 것 △GM 농산물과 일반 농산물을 교배해 얻은 농산물은 별도의 심사를 하지 않거나 그 심사 기간을 단축할 것 △GM 농산물을 수출할 때 제출할 자료를 줄일 것 등이다.
미국의 이런 요구에 대해 한국 정부는 합의각서 체결은 거부했으나 일부 요구 사항에 대해서는 수용할 뜻을 비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농림부는 지난 12월 GM 농산물과 일반 농산물을 교배해 얻은 일부 농산물에 대해서는 약식 심사만 하기로 결정했던 것.
이와 관련, 강 의원은 "농림부의 자료를 보면 GM 농산물을 수입할 때 요구할 자료를 줄일 태세"라고 덧붙였다.
'유전자 변형 생물체의 국가 간 이동 등에 관한 법률'이란? 이 법은 2000년 몬트리올 생물다양성협약 특별 당사국 총회에서 채택된 '바이오안전성 의정서'에 따라 준비됐다. 한국은 이 의정서에 2000년에 서명한 뒤 국내 이행법인 이 법률을 2001년에 제정·공포했다. 그러나 이 법은 한국 정부가 의정서 비준을 계속 미루면서 아직 시행되는 않고 있다. |
강기갑 "발효도 안 된 법의 기준 완화를 들어주다니…"
강기갑 의원은 "미국이 개정을 요구한 법은 잠재적 위험성을 가진 GM 농산물 등이 국가 간에 이동할 때 위해성을 평가하고 관리하기 위한 법"이라며 "법이 시행되기도 전에 이것을 완화하고자 하는 미국의 요구는 법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시도"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 정부는 먹을거리 안전을 위해서 미국의 어떤 요구도 받아들여서는 안 될 것"이라고 못박았다.
강 의원은 또 "스위스는 미국과의 FTA로 얻을 이득이 많았음에도 GM 농산물에 대한 국민투표를 계기로 결국 FTA 체결을 중단했다"며 "스위스가 FTA를 중단할 만큼 중요한 GM 농산물에 대한 관리 문제를 한국에서는 몇몇 관료가 좌지우지하면서 심지어 미국의 일방적인 요구를 수용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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