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주시의회 농업정책위원회가 대표적인 도시공원인 구룡산공원 보존 관련 예산을 삭감하고 양서류공원 민간위탁을 부결하는 등 도시공원 보존에 잇따라 찬물을 끼얹었다.
시의회 농업정책위원회는 지난 23일 47회 임시회 1차 상임위 회의에서 시가 제출한 ‘양서류생태공원 관리·운영 민간위탁 동의안’에 대해 “민간단체 위탁 운영의 효과가 미미하다”며 부결했다.
양서류 생태공원 민간위탁은 2009년부터 (사)두꺼비친구들이 수탁 운영해온 산남동 원흥이생태공원과 성화동 맹꽁이생태공원, 산남생태공원 등 3곳이 해당된다.
문제는 농업정책위가 최근 구룡산 현장 방문에서 “맹꽁이가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등 장마철에만 볼 수 있는 맹꽁이의 특성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비롯한 구룡산 생태에 대한 전문성이 빈약한 상태에서 내린 판단이라는 점이다.
두꺼비생태문화관의 조사에 따르면 구룡산에는 식생 285종, 척추동물 69종, 곤충(저생식물) 116종, 어류 23종, 버섯 57종 등 모두 600여 종의 다양한 생물이 서식하고 있다.
솔부엉이 등 천연기념물이 8종, 수리부엉이 등 멸종위기종 11종을 비롯해 북방산개구리를 비롯한 기후변화생물지표종 14종 등이 함께 살고 있는 생태계의 보고로 불린다.
이 같은 조사와 연구는 두꺼비친구들이 지난 10여 년간 위탁운영하며 기록하고 관찰한 결과다.
앞서 농업정책위는 지난달 25일 2019년도 2회 추가경정예산 안을 예비심사에서 장기미집행 도시공원 매입비(공원녹지시설비) 475억 6840만 원을 세입·세출에 넣지 않고 기금으로 편성한 것을 문제 삼아 전액 삭감했다.
공원녹지시설비 475억여 원은 구룡산공원 등 거버넌스에서 정한 내년 일몰 대상 필수공원 25곳(3530㎢) 일부를 매입하기 위한 예산이었지만 시의회를 통과하지 못해 추진 동력을 잃게 됐다.
또 다른 문제는 농업정책위 소속 의원들은 그동안 구룡산 보존을 비롯한 도시공원일몰제와 관련해 전혀 활동이 없던 상태에서 관련 예산 삭감과 민간위탁 동의안을 부결하면서 시민과 거버넌스의 의견에 부합한다는 점이다.
구룡산공원 보존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특정 시민사회단체 주도가 아닌 지역주민들이 자생적으로 힘을 모아 촛불집회 등을 진행해 왔고 민관거버넌스가 새로 꾸려지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또한 문재인 대통령도 후보시절인 2012년 7월31일 두꺼비생태공원을 방문해 “원흥이방죽을 지켜줘서 고맙다. 구룡산을 비롯한 자연생태계를 잘 보존해 달라”고 했으며 지난 5월 청주 방문길에 전달한 아이들의 손 편지에 응답하기도 했다.
산남동의 한 시민은 “청주의 허파로 불리는 구룡산을 지키기 위해 어린아이부터 팔순 어르신까지 작은 촛불을 켜고 힘을 모아 왔는데 일면식도 없는 시의원들이 관련 예산을 삭감하고 생태공원 위탁을 부결하는 것을 보고 한심하기 그지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몇몇 시의원들이 구룡산 보존을 위한 주민행사에서 함께 촛불을 드는 것을 보고 많은 힘이 됐는데 이런 결과가 나와 뜻밖이다. 구룡산 보존을 막는 의원들이 구룡산의 가치에 대해, 두꺼비에 대해 제대로 알기나 하는지 의문스럽다”고 꼬집었다.
성화동의 한 시민도 “그동안 민간개발을 추진해온 시의 정책대로 흘러가는 느낌이 든다. 거대한 행정조직의 힘 앞에 시민들의 의견은 또 무시되는 것”이라며 “시의회가 시민의 의견을 대변하는 기구인지 시의 정책을 뒷받침해주는 하부조직인지 개탄스럽다”고 비난했다.
이에 따라 구룡산의 상징인 두꺼비친구들의 두꺼비생태문화관은 내년 1월까지 민간위탁 운영이 종료될 처지다. 이들은 오는 25일 이사회를 열고 공식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