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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유전자 탓' 운명에 맞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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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유전자 탓' 운명에 맞서다

[송기원의 포스트 게놈 시대] 유전자 가위와 유전자 치료

인간의 질병 중에는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유전체 정보 중 단 하나의 유전자에 있는 변이로 그 유전자 정보가 제대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해 발생하는 유전병이 약 700여 개쯤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그중에는 혈우병 등 치명적인 유전병이 많다. 또한 우리는 대부분 유전자를 어머니와 아버지에게서 하나씩 받아서 두 카피씩 가지고 있는데 유전자에 따라 그 중 하나만 변이가 있어도 질병이 발생되는 경우도 있다. 또 다른 경우에는 그 중 한 카피가 변이로 유전병의 소지를 갖고 있으면, 이 변이를 가지고 있는 개체는 나머지 하나의 정상 유전자 카피 덕분에 아무 증상이 없어도 이 변이 유전자가 유전 정보 내에 숨어 있다가 마찬가지로 다른 개체인 배우자의 숨어있던 변이 유전자 카피를 만나게 되면 자손 세대에서 갑자기 나타날 수도 있다.


인류가 막대한 자본과 노력, 시간을 투입해 게놈 프로젝트로 인간 유전체 정보를 알고 싶어 한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도 이러한 개인이 잘못이 아닌 부모에게서 받아 타고났기에 부조리하다고 밖에 설명할 수 없는 유전병의 운명에 속수무책으로 순응할 수는 없다는 자각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1980년대로 접어들어 유전체에서 특정 유전자의 DNA를 확보하고 원하는 생물체에 넣어 발현시킬 수 있는 기술인 DNA 재조합 기술이 보급되기 시작하면서부터 과학자들은 유전체에 존재하는 질병을 유발하는 변이된 유전자를 고칠 수 있게 하는 '유전자 치료(gene therapy)'를 꿈꾸며 가능한 여러 가지 방법의 기술을 발전시켜 왔다. 생명체 개체의 유전자를 원하는 형태로 바꾸기 위해 꼭 필요한 기술은 유전체 내 특정 유전자 부분을 잘라내는 것이다. 잘못된 부분을 잘라낼 수 있어야 그 부분을 새것으로 대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CRISPR 기술이 앞으로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 할 수 있는 분야는 유전자 치료라고 할 수 있다.

유전자 치료란 유전자 질환을 일으키는 변이된 유전자를 정상적인 유전자로 대체함으로써 유전병을 치료하는 방식이다. 지금까지의 유전자 치료는 앞에서도 CRISPR 가위가 갖는 장점에 대해 설명한대로 유전체 전체 중에 우리가 고치고자 하는 유전체의 DNA 염기서열 만을 자르는 좋은 가위가 없었다는 것이 가장 큰 한계였다. 또한 유전자 치료를 위한 가위를 유전정보를 고치고자 하는 인체의 세포에 넣어서 발현시키기 위해서는 독성을 제거한 각종 바이러스를 유전자 가위 전달 매개체로 사용해야 했는데, 우리 몸의 면역체계가 바이러스를 공격하는 문제로 인해 치료 성공률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바이러스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환자가 사망에 이르는 등 다양한 문제점들이 발생했다. 이렇듯 기존의 유전자 치료법이 갖고 있는 한계 때문에, 유전체 내에서 자르고자 하는 부분에 대한 특이성이 높고 꼭 CRISPR와 가위로 작동하는 Cas9에 해당하는 유전자를 직접 세포에 넣어주지 않고 CRISPR 부분에 해당하는 RNA와 정제된 Cas9 단백질만 넣어 주어도 작동시킬 수 있는 CRISPR-Cas9 기술은 기존의 유전자 치료의 기술적 한계를 해결 해 줄 수 있는 열쇠로 주목 받았다. 현재는 CRISPR가 갖는 이런 장점들에 더해 유전자 치료법이 갖고 있는 엄청난 경제적 잠재력에 주목한 다양한 벤처기업들이 설립되어 크리스퍼를 유전자 치료법으로 상용화를 위한 연구를 진행 중에 있다.

CRISPR를 이용한 유전자 치료의 임상실험을 최초로 승인해 준 국가는 중국이다. 현재는 크리스퍼 기술을 이용하여 다양한 인간의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전 세계 연구진이 앞 다투어 임상시험에 돌입하고 있다. 예전부터 유전병으로 잘 알려져 온 혈우병을 치료하기 위해 미국 벤처업체인 샌가모 바이오사이언스는 올해 혈우병 환자 80명을 대상으로 원래 기능이 변이되어 혈우병을 유발하게 된 유전자를 그대로 둔 채 정상으로 혈액을 응고시키는 단백질의 유전자를 골수세포에 삽입하는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2016년 6월 21일, 미 국립보건원(NIH) 자문위원회는 최초로 CRISPR-Cas9을 활용해 암환자를 치료하는 임상시험을 허가했다. 임상시험 승인을 요청한 에드워드 스태드마우어 박사는 T 면역세포의 유전자를 편집하여 암세포를 탐지하는 단백질 유전자를 삽입해 직접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유도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최종 승인까지 떨어지면 세계 최초로 크리스퍼 가위를 이용한 암환자 치료가 이뤄지게 된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연구팀은 올해 말쯤 암환자 18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에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번 연구 승인에 힘입어 하버드 의과대학 교수인 조지 처치가 설립한 에디타스 바이오테크놀로지스도 2017년 CRISPR를 이용하여 희귀한 실명 질환에 대한 임상시험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 시도되고 있는 이러한 모든 크리스퍼를 이용한 유전자 치료는 이미 우리가 부모의 유전정보를 받아 개체가 되어 태어난 후에 적용하는 방법으로 성체에 있는 문제의 원인이 되는 세포를 인체 밖으로 꺼내서 크리스퍼 기술을 적용하여 유전체 정보를 바꾼 후 다시 인체 안으로 넣어주는 세포 치료이다. 따라서 개체가 가지고 있는 변이가 있는 유전자 정보 전체를 바꿀 수 없고 효과가 일시적이라는 근본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다.

우리는 수정란이라는 하나의 세포와 부모에게서 받은 유전체 정보로 시작되었지만 성인이 된 우리 몸은 약 100조 개의 세포로 되어 있고 그 세포마다 부모에게서 받은 유전정보를 포함하고 있다. 또한 우리 몸의 세포들은 계속 새것으로 바뀌고 있다. 세포들마다 수명이 정해져 있어 특정시간이 지나면 새 세포로 대체된다. 이해하기 쉽게 예를 들자면 매주 목욕할 때 때를 밀어도 계속 또 다음 주에도 때가 밀리는 것은 우리의 피부세포가 계속 새것으로 대체되면서 죽은 세포가 밀려 나오기 때문이다. 또, 우리의 혈액 내에 있는 적혈구나 면역세포인 백혈구 등의 세포는 모두 40~60일이 지나면 새것으로 바뀐다. 따라서 세포의 입장에서 보면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내가 아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이미 개체가 된 후에 병이 나타나는 특정 세포에 유전자 치료를 적용해도 그 효과는 세포가 지속되는 동안에만 한시적이다. 따라서 유전자 가위 기술을 이용하여 세포의 유전체 정보를 바꾸는 유전자 치료는 수정란이나 아주 초기 배아세포에 적용해야만 영구적으로 효과적인 치료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인간 배아의 유전체의 정보를 바꾸는 것은 여러 가지 우려와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다음 글에서는 인간 배아에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을 적용하는 문제에 대해 논의해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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