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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가위, GMO인 듯 GMO 아닌 G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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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가위, GMO인 듯 GMO 아닌 GMO?

[송기원의 포스트 게놈 시대] 유전자 가위 기술의 적용 방법과 가능성

'합성 생물학(Synthetic Biology)', '유전자 가위(CRISPR/CAS-9)' 등 지금 가장 뜨거운 첨단 생명과학의 이모저모와 그것이 가져올 사회적 파장을 살펴보는 '송기원의 포스트 게놈 시대'. 송기원 연세대학교 교수(생화학)가 사회, 경제, 윤리 등 우리의 삶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는 과학기술의 최전선을 친절하게 안내합니다. (☞관련 기사 : 송기원의 포스트 게놈 시대)

크리스퍼 기술에 대해 더 이야기를 풀어가기 전에 앞의 두 글에서 계속 이야기했지만 아직 '크리스퍼'라는 유전자 가위 기술이 무엇인지 간단히 머릿속에 정리되지 않는 독자들을 위해 요약하자면, 이 기술은 CRISPR라는 유전자와 Cas9로 구성된 유전자 가위이다.

이 가위는 원래 세균에서 면역 반응을 수행하는 시스템에서 유래한 것으로 CRISPR는 자르기를 원하는 부분의 DNA 염기 서열을 지정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유전자이고 Cas9는 CRISPR가 지정한 부분을 직접 자르는 가위 기능의 단백질이다. 그러므로 이 가위를 이용하려면 자르기 원하는 유전체 DNA 염기 서열에 해당하는 부분을 21개의 염기 서열로 합성하여 CRISPR 유전자 사이에 포함시켜 주면 자르고 싶은 부분을 아주 특이적으로 지정 할 수 있다.

생명과학 연구나 생명공학의 응용 분야에서 유전자 가위는 단순하지만 매우 중요한 핵심 기술이다. 그 이유는 모든 생명체가 가지고 있는 DNA 유전체 정보에 외부로부터 원하는 유전자를 도입하거나 생명체가 가지고 있는 유전체를 잘라 내거나 혹은 다른 유전자로 바꾸는 등 생명체의 유전체를 우리의 의도대로 변화시켜 새로운 형질을 가진 유전자 변형 생물체 제작을 위해 가장 핵심적인 기술이기 때문이다.

2012년까지 10여 편도 발표되지 않던 크리스퍼 연구 관련 논문은 크리스퍼를 특이적인 유전자 가위로 사용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된 이후 급격히 증가하여 2013년 약 100여 편, 2014년 약 240편이 발표되었다. 현재는 거의 모든 분자생물학 연구실에서 크리스퍼를 이용하여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상상할 수 있는 아주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하게 응용이 진행 중이다. 예를 들자면, 이번 주 맥주에 대한 신문 기사에도 맥주 맛을 더 좋게 만들기 위해 기존 효모 대신 크리스퍼를 이용해 유전체를 변형시킨 효모를 맥주 제조에 이용한다는 것이 보도 되었다.

CRISPR/Cas9을 유전자 변형에 이용하기 위해서 가장 많이 쓰이는 방법은 CRISPR 유전자와 Cas9 단백질 발현에 관여하는 각종 유전자를 통째로 모두 세포 내로 도입시키는 방법이다. 세포 내로 도입된 이들 유전자들은 각각 RNA와 단백질로 발현되어 세포 내에서 활성을 가지고 기능하게 된다.

이렇게 필요한 유전자들을 세포 내로 도입하는 방법은 이미 기존의 유전자 재조합 기술에서 많이 사용하던 방법, 재료 등 유전자 재조합 기술과 여러 부분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비용이 저렴하고 적용이 쉽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 방법은 유전자 가위를 연구용 생명체 변형에 적용하는 대부분의 실험실에서 사용하고 있다.

그리나 CRISPR와 Cas9 등 크리스퍼 기술과 관련된 유전자들은 세균의 유전자이고 적용하려는 다양한 생명체에게는 '외부 유전자'이기 때문에 GMO(유전자 변형(조작) 생명체) 관련 법규에 의해서 규제를 받는다. 대부분 국가에서는 인위적으로 외부 유전자가 도입된 식물, 동물 등을 GMO라고 규정짓고 각종 정책과 규제를 실행한다.

이를 피하고자 과학자들은 자르고자 하는 염기 서열을 포함하는 CRISPR 유전자 등 관련 유전자들을 도입하는 대신 자르고 싶은 유전체 부분의 염기서열 21개에 해당하는 서열의 guide RNA를 따로 실험실에서 합성해 만들고 여기에 이미 단백질로 발현되고 정제된 Cas9을 함께 복합체로 직접 세포 내부로 투입시키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이 방법을 이용하면 외부 유전자를 도입할 필요 없이 이미 식물이나 동물에 존재하고 있는 유전자를 잘라내고 이어 붙임으로써 새로운 형질을 가진 품종을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외부 DNA 사용 없이 농작물 유전자 변형을 성공시킬 수 있는 이 방법은 이미 상추, 담배, 벼 등에 적용되었고 종자 산업 혁신을 기대한다고 한다.

이 방법은 관련 유전자들을 직접 넣어주는 방법보다 성공 확률이 상대적으로 낮지만 GMO의 기준에 해당되지 않아 GMO 관련 법규의 규제를 받지 않는 편의성이 있어 농작물이나 가축 등 식품으로 사용되는 생명체의 유전체를 편집하는 방법으로 많이 이용되고 있다.

실제로 많은 크리스퍼 연구자들은 본인의 결과물이 GMO가 아니라는 것을 역설하며 기존 GMO와의 차별화를 주장하고 있다. Cas9 단백질과 가이드 RNA를 사용해 만든 식물이나 동물은 외부 유전자가 전혀 삽입되지 않았고 단지 원래 식물이나 동물이 가지고 있던 유전체 정보의 아주 작은 특정 유전자 부분만 삭제하는 등의 변화를 유발해 자연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변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 작은 변이만 가지고 있어 외부 유전자가 삽입된 GMO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그러나 GMO를 강력하게 규제 해 온 유럽에서는 이 문제를 민감하게 받아들여 2015년 12월, 유럽 의회에서 크리스퍼 기술을 적용한 생명체에 대한 규제 기준을 마련하라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선언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의 가장 큰 장점으로 지난 글에서 유전체의 원하는 부분만을 자르는 특이성에 대해서 이미 이야기 했다. 과학적으로 크리스퍼 기술이 갖는 특이성이라는 매우 중요한 장점 외에도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은 생명체의 유전체를 변형시키는데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감소시키는 혁신을 가져왔다.

예를 들자면, 2005년 Zinc Finger 유전자 가위를 이용해서 유전체 편집을 수행하는 경우 적어도 약 5000달러의 비용이 들었는데 크리스퍼를 이용해 동일한 작업을 수행할 경우 단돈 30달러 정도의 비용밖에 들지 않는다. 또 기존 방법으로 특정한 유전자를 제거시킨 생쥐를 만드는데 적어도 1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었는데 크리스퍼 방법을 이용하면 2달 이내에 가능하다.

이런 경제성과 비용 등 CRISPR 기술의 우수한 효율성은 생명과학 연구의 양적 성장은 물론, 품종 개발, 다양한 목적의 생명체의 유전체 편집, 유전병 치료 등 무한한 산업적 활용 가능성을 제시하면서 'DNA 혁명'이라고까지 불리고 있다.

새로 발견된 금광으로 사람들이 몰려드는 것을 영어로 '골드 러시(gold rush)'라고 하는데 2013년 이후 전 세계적으로 크리스퍼를 적용하는 많은 다양한 벤처들이 설립되었고 이 벤처 회사들로 막대한 투자 자본이 몰리는 '크리스퍼 골드 러시'가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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