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나라에서든 최근 발표되는 미래의 경제 패권을 가를 신기술에는 반드시 합성 생물학이 포함되어 있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후 합성 생물학에 대한 분석을 대통령 자문 기구 대통령생명윤리위원회(President's Commission on Bioethical Issues)에 직접 의뢰하였다.
미국 대통령생명윤리위원회에서 2010년에 발간한 보고서는 합성 생물학이 재생 에너지와 의료, 보건, 농·식품 및 환경 분야 등에 응용 될 수 있는 잠재력이 크다고 예측했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는 정부의 여러 기관이 참여하는 합성 생물학 실무 기관을 만들고 에너지부와 국립과학재단을 중심으로 합성 생물학 연구를 활발히 지원하고 있다. 합성 생물학 분야가 시작된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이나 영국 등도 합성 생물학 연구에 대한 지원을 늘리는 추세다. 우리나라에서도 합성 생물학 등 유전자 기술이 국가 10대 성장 동력으로 지정되어 연구 지원을 받고 있다.
합성 생물학이 그간 어떤 성과를 내었고 또 어떤 가능성을 가지고 있기에 여러 선진국에서 앞을 다투며 지원에 열심인 것일까. 그간 가장 눈에 띄는 합성 생물학의 성과는 일전에도 언급했던 말라리아 치료제 아르테미시닌의 대량 생산이 합성 생물학적 방법으로 2013년 가능해진 것을 들 수 있다.
상업적으로는 석유에서 나일론을 처음 개발했던 미국 듀폰(Dupont)에서 2009년 개발한 섬유인 소로나(Sorona)가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소로나는 석유나 동식물에서 얻어지는 기존 섬유와는 다른 합성 생물학적 방법으로 옥수수에서 뽑아낸 당을 원료로 효모나 세균이 만들어내는 '바이오 섬유'이다.
즉, 생명체인 효모나 세균을 원하는 화학 반응 공정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합성 생물학적 방법으로 변형시켜 당으로부터 섬유를 만들도록 한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소로나는 질기고 얼룩이 잘 묻지 않으며 변형도 거의 없고, 소로나로 만든 카펫이나 의류는 커피나 케첩 등을 쏟아도 거의 얼룩이 남지 않기 때문에 매우 인기라고 한다.
더 놀라운 것은 소로나 등 합성 생물학적 방법을 이용하는 바이오 섬유는 제조 과정의 온실 기체(온실 가스) 배출량이 석유를 원료로 만들어진 섬유보다 63% 적어 환경 친화적이라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석유 화학 분야의 대표 기업이었던 듀폰은 화학 제품의 원료를 석유에서 '바이오매스'라고 부르는 옥수수와 콩 등 식물로 바꾸고 있다.
듀폰은 식물에서 추출한 천연 원료 '바이오매스'를 원료로 합성 생물학적 기술 개발을 통해 10년 이내로 기존의 화학 공정을 70% 이상 모두 합성 생물학적 공정으로 바꿀 예정이다. 화석 연료의 고갈과 지구 온난화 등 환경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면서 생산성을 유지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 합성 생물학 기술로 물질의 대사 과정을 바꾼 생명체를 이용하는 공정이라는 것이다. 현재 식량 자원인 옥수수나 콩 대신 갈대 등 비식용 원료의 바이오매스를 이용하는 기술도 합성 생물학적 접근으로 연구가 진행 중이다.
합성생물학적 바이오 연료의 생산에도 응용되고 있다. 바이오 연료란 동식물 그 자체 또는 이들의 배설 및 잔재 물질과 같은 바이오매스에서 얻는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의미한다. 바이오 연료를 얻는 방법은 합성 생물학이 탄생하기 이전부터 개발되어 왔고, 현재에는 바이오매스를 태우거나 화학적 처리를 통해 혹은 세균을 비롯한 미생물에 의한 생물학적 분해 과정을 이용해 바이오 연료를 얻는 방법들이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미래에는 합성 생물학적 방법을 이용해 바이오매스를 효율적으로 생분해하도록 설계한 생명체를 통해 바이오 연료가 생산될 것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기존에 옥수수나 사탕수수에서 추출하던 바이오 알코올을, 귀중한 식용 작물을 낭비하는 대신 비식용 작물 혹은 낙엽 등과 같은 죽은 식물에서 뽑아내는 합성 생물학 기술이 거의 상용화 단계에 이르렀다고 한다.
최근에는 미생물로부터 얻은 3종의 효소 유전자를 옥수수에 이식해 잎과 줄기의 셀룰로오스를 에탄올의 원료에 해당하는 탄수화물의 일종으로 전환시키는데 성공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이렇게 되면 옥수수는 식용으로, 잎과 줄기는 바이오 연료를 만드는 재료로 활용될 수도 있다. 따라서 현재 차세대 바이오 연료를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공정을 도입한 세균이나 효모 등 생명체를 합성 생물학적 기술들을 활용해 새로이 만들어 내는데 노력이 경주되고 있다.
아르테미시닌의 경우처럼 합성 생물학을 이용해 인간에게 유용한 의약품을 쉽게 만들어 내는 것뿐 아니라 인간 세포에 합성 생물학 기술을 직접 적용해 질병 치료에 응용하려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마르틴 푸세네거 스위스 취리히 공과 대학 교수는 '합성 면역학'이라는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합성 생물학을 이용해 세포와 조직을 배양하는 과정에서 원하는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염색체나 유전자를 인위적으로 변형해 인체의 면역 세포를 유전자 변형을 통해 재설계하는 것이다.
여기서 재설계된 면역 세포는 세포막에 있는 단백질에 대한 유전자의 변형을 통해 그 면역 세포의 인식 능력에 변화를 준 세포를 의미한다. 예를 들자면, 면역 세포에 암세포만을 특이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단백질에 대한 유전자와 암세포를 죽이는 바이러스를 함께 발현하도록 설계한다는 것이다. 환자의 혈액에서 꺼낸 면역 세포를 합성생물학적 기술로 암세포만 인식해 죽이도록 재설계하여 다시 체내로 주입하여 암세포만을 선택적으로 죽일 수 있는 치료 기술로 개발한다는 것이다.
합성 생물학은 기존의 예방주사 백신의 생산 과정을 개선시키고 개발 속도를 크게 단축시켰다. 신속한 바이러스 DNA 염기 서열 분석을 통해 변이된 바이러스를 분류하고 이에 대한 컴퓨터 모델링으로 독성이 제거된 백신을 설계한 후 합성 생물학적 기술로 백신으로 사용될 바이러스 유전 정보를 합성하고 이를 미생물 등에서 쉽게 대량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방법을 이용하여 세계 최대 규모의 제약 회사인 노바티스(Novartis)는 2013년 중국 상하이를 중심으로 감염이 확산된 H7N9형 조류 인플루엔자(AI) 백신을 불과 며칠 만에 개발했다. 노바티스 연구진은 중국 위생 당국이 인터넷에 공개한 확산된 바이러스 DNA 염기 서열을 내려 받아, 이틀 만에 똑같은 유전 정보의 바이러스를 만들어 냈고 나흘 뒤에는 바이러스에서 독성 부분을 제거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합성해서 며칠 내로 백신을 대량 생산 할 수 있었다.
언급한 성과에서 쉽게 유추할 수 있는 것처럼 이미 진행되었거나 진행 중인 합성 생물학 연구들은 현재 인류가 대면하고 있는 심각한 식량 문제, 의약품 문제, 공해 등 환경 문제 등을 해결 할 수 있는 수단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합성 생물학 기술이 만병통치약처럼 가까운 미래에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고 상용화가 된다면 인류에게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합성 생물학 기술은 정말 인류에게 많은 문제의 해결사가 되어 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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