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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 전에 죽었던 생쥐가 살아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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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 전에 죽었던 생쥐가 살아났습니다!

[송기원의 포스트 게놈 시대] 합성생물학과 멸종 유전체 및 동물 복원

'합성 생물학(Synthetic Biology)', '유전자 가위(CRISPR/CAS-9)' 등 지금 가장 뜨거운 첨단 생명과학의 이모저모와 그것이 가져올 사회적 파장을 살펴보는 '송기원의 포스트 게놈 시대' 연재를 시작합니다. 송기원 연세대학교 교수(생화학)가 사회, 경제, 윤리 등 우리의 삶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는 과학기술의 최전선을 친절하게 안내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관련 기사 : 송기원의 포스트 게놈 시대)

마이클 크라이튼의 원작을 1993년 스필버그 감독이 영화로 만든 <쥬라기 공원>은 호박 화석 속의 모기 혈관에 보존되어 있던 공룡의 DNA를 타조 알에 넣어 멸종 공룡을 부활시키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다룬다. 이 책과 영화의 제목은 '쥬라기 공원'이었지만 영화에 나왔던 복원 공룡은 쥬라기가 아닌 백악기 시대의 크고 위협적인 공룡이었다.

물론 1993년은 난자의 핵을 체세포의 핵으로 치환하여 체세포 복제 동물을 만드는 방법인 체세포 동물 복제가 가능해지기 몇 년 전이고 합성 생물학적 방법을 이용하여 유전체 DNA를 복원하는 기술도 없던 시기였다. 따라서 이 영화는 상상에 기반을 둔 영화였다. 그러나 1996년 복제양 돌리의 탄생으로부터 시작된 체세포의 핵을 자체의 반쪽짜리 유전 정보를 갖고 있는 난자의 핵으로 대치하여 체세포와 동일한 유전 정보를 갖는 동물을 복제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가능해졌다. 또 합성 생물학의 방법을 이용하여 유전체를 합성하는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사라진 바이러스나 동물의 유전체를 복원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즉, 쥬라기 공원이 더 이상 SF 영화가 아닌 현재를 우리가 살게 된 것이다.

1918년에 발생했던 스페인 독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때문이었고 제1차 세계 대전에서 사망한 사람의 수보다 3배 이상 많은 5000만 명을 희생시킨 20세기 최악의 전염병이었다. 그 당시에는 분자생물학이 발전하지 않았기 때문에 스페인 독감 바이러스는 그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채 독감 바이러스 감염자의 사망과 함께 사라져버렸다.

2005년 미국의 질병통제예방센터 연구진은 합성 생물학적 방법을 이용하여 사라진 지 90년 가까이 된 스페인 독감 바이러스를 다시 되살려냈다. 알래스카의 영구 동토층에서 약 90년 전에 스페인 독감으로 희생된 한 여성의 사체를 발굴하고 그 폐 조직에서 스페인 독감 바이러스의 DNA를 채취해 바이러스 유전자의 염기서열을 읽어냈다.

읽어낸 바이러스 유전자 정보에 따라 유전체 DNA를 합성하여 세포 내로 유전자를 옮기는 DNA 운반책인 플라스미드 백터에 삽입한 후 세포 내로 집어넣었다. 이렇게 세포 안으로 들어간 스페인 독감 바이러스 유전자 정보로부터 세포 내에서 바이러스를 구성하는 단백질과 유전체가 발현되고 복제되어 수백, 수억 개의 스페인 독감 바이러스로 증식될 수 있었다.

그리고 2007년 1월 일본 도쿄 대학교 의학연구소는 복원된 스페인 독감 바이러스를 원숭이에 감염시키는 실험이 성공했다는 결과를 과학 잡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물론 재미로 이렇게 인류에게 치명적일 수 있는 바이러스를 복원해 낸 것은 아니었다. 스페인 독감 바이러스가 최근 몇 년 사이에 큰 문제가 되고 있는 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와 비슷하기 때문에 조류인플루엔자 백신을 만들기 위한 중요한 실마리가 될 것으로 예측하고 복원해 낸 것이다. 그러나 바이러스 복원은 누가 어떤 이유로, 얼마나 보안과 차폐가 가능한 시설에서 하는가가 중요한 안보상의 문제이고 여전히 찬반 논쟁이 엇갈리고 있다.

복원에 성공한 최초의 멸종 동물은 스페인 북부에 살던 산양의 일종인 피레네 아이벡스였다. 2000년 피레네 아이벡스는 공식적으로 멸종되었다고 공표되었으나 죽기 전에 과학자들이 그 피부 세포 샘플을 채취해 동결 보관하고 있었다. 이 피부 세포에서 피레네 아이벡스의 유전체 DNA 정보를 얻을 수 있었고 피레네 아이벡스의 체세포 핵을 일반 염소 난자의 핵과 치환하여 2003년 복제 아이벡스가 태어났으나 안타깝게도 태어나고 나서 수 분 내에 사망하였다. 그러나 복제된 아이벡스의 탄생을 통해 냉동 보관된 조직만 있다면 다른 멸종 동물도 생명공학으로 복원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가능성이 제시되었다.

이후 2008년 일본 이화학연구소의 데루히코 와카야마 박사 팀은 세계 최초로 죽은 후 16년간 동결 보존되었던 쥐의 세포로부터 복제 쥐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 연구의 성공으로 동결에 의해 세포가 사멸한 경우에도 그 세포 내 핵을 이용하면 생명체를 다시 만들어내는 것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증명된 것이다.

ⓒRIKEN

이 컬럼에서 소개했던 최근 인간 유전체 합성 계획을 제안한 미국 하버드 대학교 의과 대학의 조지 처지 교수는 2015년 약 1만 년 전 멸종한 매머드 부활 프로젝트를 시도한다고 발표했다. 이 프로젝트는 빙하 속에서 발견된 매머드 사체에서 매머드 유전체 정보를 얻는 데서 시작한다. 이를 아시아 코끼리의 유전체 정보와 비교하여 그 중 매머드에 특이적인 유전자의 일부를 아시아 코끼리의 유전체에 집어넣고 코끼리 유전자 가운데 매머드와 다른 부분의 다양한 유전적 변이를 유발하는 유전체 편집을 통해 매머드와 비슷한 동물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만약 이 프로젝트가 성공한다면 그것이 내포하는 과학적 의미는 합성 생물학 기법을 이용한 유전체 편집이 고등 생물체에서도 가능하고 우리가 원하는 고등 생명체 합성이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연구는 미국의 한 비영리 재단이 테드(TED)와 내셔널지오그래픽의 후원을 받아 진행하고 있는 'Revive & Restore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로 지원되고 있다.

매머드가 살던 툰드라에 비슷한 동물을 복원하여 이곳의 생태계를 복원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한다. 또 이런 동물 복원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재단의 공동 설립자인 브랜드는 2013년 테드 강연에서 인류는 지난 1만 년 동안 자연에 커다란 피해를 주었고 이제 이러한 피해를 복구할 수 있는 기술을 갖게 되었으므로 이를 복구해야할 도덕적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멸종 동물 복원 프로젝트의 목적을 얼핏 들으면 매우 생태주의적이거나 도덕적인 접근 같아 보인다. 그러나 현재도 이를 제재할 수 있는 재정적 지원이 없어 상아를 탐내는 인간의 밀렵으로 멸종 위기로 몰리고 있는 아프리카 코끼리가 있는 바, 많은 재원이 투입되는 멸종 동물 복원 프로젝트가 정말 지금 인류가 해야 할 선택인가에 대해 회의가 든다.

또 매년 3만 종 이상이 인간 활동으로 사라지는 현재, 지구 역사에 있었던 그 어떤 멸종보다도 빠른 속도로 인류에 의해 생태계가 파괴되는 시기를 살고 있는 현재에서 이러한 첨단 과학 기술을 이용한 몇몇 동물의 복원 시도가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인가 하는 의문이 꼬리를 문다.

첨단 생명공학 기술을 이용해 멸종된 종을 부활시키겠다는 시도는 대중들에게 과학기술로 인류가 직면한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잘못된 믿음을 주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이런 의문이 단지 나의 기우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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