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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바이러스' 유출? <부산행> 현실이라면…

[송기원의 포스트 게놈 시대] 합성 생물학의 위험성

'합성 생물학(Synthetic Biology)', '유전자 가위(CRISPR/CAS-9)' 등 지금 가장 뜨거운 첨단 생명과학의 이모저모와 그것이 가져올 사회적 파장을 살펴보는 '송기원의 포스트 게놈 시대' 연재를 시작합니다. 송기원 연세대학교 교수(생화학)가 사회, 경제, 윤리 등 우리의 삶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는 과학기술의 최전선을 친절하게 안내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관련 기사 : 송기원의 포스트 게놈 시대)

2012년 6월 <네이처>에 발표된 논문 하나는 전 세계를 긴장시켰다. 이 논문은 조류를 숙주로 하는 독감 바이러스에 합성 생물학 방법을 조금 적용하여 변형시켰을 때 아주 쉽게 포유류에 감염될 수 있는 형태의 조류 독감 바이러스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고하였다.

바이러스가 특히 인간에게 치명적으로 작용하는 경우는 변이에 의해 바이러스가 변형되어 원래 숙주가 아닌 새로운 숙주를 감염시킬 수 있게 되었을 때다. 원래 숙주는 바이러스와 함께 생존하면서 면역이 발달해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반면, 새로운 숙주는 변형된 바이러스에 무방비로 노출되기 때문이다.

1918년 제1차 세계 대전보다 더 많은 5000만 명의 생명을 앗아간 것으로 추정되는 스페인 독감도 원래 조류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사람을 감염시킬 수 있게 변형되어 발생한 것으로 생각되고, 에이즈(AIDS)를 일으키는 HIV도 원래 영장류 바이러스였는데 인간에게 감염될 수 있게 변형되어 치명적으로 작용했다고 여겨진다.

합성 생물학적 방법으로 바이러스를 기존 숙주가 아닌 다른 숙주를 감염시킬 수 있는 형태로 쉽게 변형이 가능하다는 이 연구는 합성 생물학이 갖는 위험성을 우리에게 다시 환기시켰다. 이전 글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이미 2005년에는 합성 생물학적 방법을 적용하여 쉽게 스페인 독감 바이러스를 다시 실험실에서 합성해 복원하였다.

그 이후로 현재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가 접할 수 있는 바이러스의 유전자 정보를 기초로 어렵지 않은 합성 생물학적 방법을 적용하여 많은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실험실에서 쉽게 만들어 낼 수 있는 상황이다. 즉, 합성 생물학이 바이오 테러를 위한 생물무기로 사용될 수 있는 바이러스나 기존 면역 시스템을 회피할 수 있는 세균의 생산에 아주 쉽게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바이러스나 세균 등 합성 생물학 연구의 대상이나 설계 제작된 생물체가 가질 수 있는 잠재적 위험성에 더하여 더 문제를 심각하게 하는 것은 합성 생물학 기술의 개방과 대중화 추세이다. 생명과학의 발전과 그 기술의 보급 속도가 매우 빨라지고, 가격이 급속도로 하락하면서 DNA 합성이나 염기 서열 해독 등 20년 전만 해도 최첨단으로 여겨졌던 기술들이 지금은 누구나 주문하고 값싸게 서비스 받을 수 있는 일반적인 기술이 되었다.

또 합성 생물학의 다양한 부품이나 방법들이 이미 인터넷을 통해 쉽게 공유되고 있다. 병원균의 DNA 정보, DNA 정보 변형을 통해 독성을 실험실에서 합성하거나 변경하는 방법들이 널리 보급돼 있는 전문 학술지를 통해 지속적으로 발표되고 있으며, 많은 기초 지식과 기술들은 여과 없이 공개되고 있다. 즉, 합성 생물학은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아주 낮은 기술이다.

이점은 핵에너지 개발 기술과 비교하면 더욱 분명해진다. 핵에너지 기술은 태생적으로 철저한 보안 속에서 개발되고 지금껏 세계적으로 철저히 관리되고 있는 반면, 핵 기술 이상의 잠재적 위험성을 갖는 생명과학 관련 기술은 대중에게 개방되고 공유되고 있으며 이런 추세는 합성 생물학의 대중화로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이전 글에서 언급했던 합성 생물학 연구의 대중화가 갖는 문제는 바이러스나 세균의 변형 등 잠재적 위험성을 가진 연구를 누가 어디서 어떻게 진행하고 있는가를 알거나 통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기존의 제도권인 연구소나 대학을 벗어나 Do-It-Yourself (DIY) 연구를 진행하는 이들이 생명공학의 혁신을 가져올 수도 있겠으나 잠재적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는 존재가 될 수 있다.

이러한 합성 생물학 연구의 대중화 위험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는 사회의 위기 관리 및 국가의 안보와도 맞물린 중요한 문제이다. 즉, 이미 수천 명이 넘는다는 세계 도처의 DIY 생물 연구자들의 존재 자체가 합성 생물학의 특징과 맞물려 커다란 위협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러한 DIY 생물 연구자 그룹을 일컬어 '바이오 해커'라고 부르기도 한다. 바이오 해커는 순수한 열정으로 가득한 비제도권의 생물학자들을 이르는 말이다. 원래 해커는 직위나 명예에는 관심 없이 자신이 흥미를 가지고 있는 분야에서 열정을 가지고 탐구하는 사람들을 이르는 말이고, 모든 정보를 공유해서 더 빨리 배우고 가르칠 수 있어야 한다는 이상을 공유한다고 한다.

바이오 해커(biohacker, 또는 biopunk)는 그런 해커 정신을 생물학 시스템에도 적용하려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그러나 마치 컴퓨터에 악성 바이러스를 만들어 살포하거나 저장된 정보를 빼내는 불특정 나쁜 사람들이 끼어 있듯이 바이오 해커 중 이런 사람들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또한 컴퓨터 해커들이 잠재적으로 끼칠 수 있는 악영향에 비할 때 바이오 해커는 대상이 생물체이기에 더 큰 위험을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1993년 미국의 기술평가국(US Office of Technology Assessment, OTA)이 낸 보고서에서는 처음으로 민간 부문에서 적용될 목적으로 개발되었지만 군사적 목적으로도 이용될 수 있는 기술들을 가리켜 이중 활용(dual use) 기술이라고 불렀다. 인간이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따라 인류에게 득이나 해가될 수 있는 양날의 칼이 아닌 기술이 거의 없지만, 합성 생물학은 대표적인 이중 활용 기술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합성 생물학이 갖는 잠재적 위험성 때문에 미국의 생물 보안에 관한 국가과학자문위원회(National Science Advisory Board for Biosecurity, NSABB)는 합성 생물학 연구에 대해 다음과 같은 권고사항을 제시하였다(NSABB, 2010).

첫째, 합성 생물학은 생물 안보의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제도적인 감시와 통제가 필요하다. 둘째, 군사 및 민간용으로 동시에 사용될 수 있는 이중 활용 기술의 경우 생명과학이나 학계를 넘어서는 통제가 필요하다. 셋째, 이중 활용 기술의 연구 주제들을 다루거나 합성 생물학을 연구하는 연구 집단과 소통할 수 있는 협력 또는 교육 프로그램의 개발이 필요하다. 넷째, 미국 정부는 새로운 과학적 발견이나 기술을 감찰하기 위한 정책적인 노력에 합성 생물학을 포함시켜야 한다.

합성 생물학이 바이오 테러를 위한 생물 무기 생산에 쉽게 적용될 수 있기에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우리도 다양한 안보적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진입 장벽이 상대적으로 낮은 합성 생물학 기술의 특성과 내부에서 어떤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지 세계 학계에 전혀 노출되지 않는 북한의 합성 생물학 발전 정도도 안보 차원에서 우리가 그냥 무심히 지나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우리 정부는 합성 생물학의 잠재적 위험성에 대해 어떤 입장과 정책을 가지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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