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성 생물학(Synthetic Biology)', '유전자 가위(CRISPR/CAS-9)' 등 지금 가장 뜨거운 첨단 생명과학의 이모저모와 그것이 가져올 사회적 파장을 살펴보는 '송기원의 포스트 게놈 시대'. 송기원 연세대학교 교수(생화학)가 사회, 경제, 윤리 등 우리의 삶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는 과학기술의 최전선을 친절하게 안내합니다. (☞관련 기사 : 송기원의 포스트 게놈 시대)
합성 생물학의 다양한 측면을 설명한 이전의 글들을 읽으며 마음이 불편하셨던 분들이 계셨을 것이다.
그 첫 번째 이유는 아마도 '합성 생물학'이라는 단어에서 유래한 것일 수 있다. 가장 상반되는 두 단어인 인간이 화학적 반응을 통하여 상품을 만들어 낸다는 단어인 '합성'과 자연에 존재하는 살아있는 유기체를 총칭하는 '생물'이라는 두 단어가 붙어 있는 자체가 기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생명체에 대한 개념을 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불편한 이유는 합성 생물학이 만들어 내는 대상물에서 비롯되었을 수 있다. 합성 생물학으로 인류에게 도움이 되는 바이오 섬유 소로나나 말라리아 치료제 아르테미시닌, 또 급하게 퍼지는 바이러스의 백신을 신속하게 만들어 내는 등의 성과에 대해서는 그 유용성에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나 인간의 유전체를 합성해 만든다든지 이미 멸종된 스페인 독감 바이러스를 만들어 내거나 기존 바이러스를 인간에게 아주 치명적인 형태로 바꿀 수 있다는 사실에는 누구나 합성 생물학에 대한 두려움을 느낄 것이다. 합성 생물학으로 몇몇 멸종 동물을 복원하는 것에 대해서는 개인마다 가치관에 따라 입장 차이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또 합성 생물학이 갖는 특징인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낮은 기술이고 합성 생물학 연구의 대중화 추세와 바이오 해커의 출현에 대해서는 과학자뿐 아니라 일반인에게 과학 연구가 개방된다는 측면에서 지지하는 입장과 그 연구 내용과 절차에 대해 제재할 수 없고 위험하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입장이 존재할 수 있다. 그렇게 짧게 정리해 본 것처럼 합성 생물학은 우리 사회의 가치관, 연구 대상, 연구 절차 등 다양한 층위의 윤리적 문제와 긴밀히 연관되어 있다.
앞에서도 언급했던 것처럼 합성 생물학은 자연세계에 존재하지 않는 생물 구성 요소와 시스템을 설계하고 제작하거나 자연 세계에 이미 존재하는 생물 시스템을 재설계하여 새로이 제작하고자 하는 것으로 정의된다. 이미 정의 자체로서 우리에게 '생명이란 무엇인가'의 윤리적 질문을 내포하고 있다.
쉽게 머릿속으로 떠오르는 질문은 생명체라는 것이 인간이 마음대로 바꾸거나 만들 수 있는 존재인가, 자연 세계에 존재하는 생물 시스템을 인간의 의도대로 설계하고 제작하는 것이 옳은가, 인간에게 그럴 권리가 있는가, 인간에 의한 생물체 변형과 합성이 지구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가 등등이다. 즉, 생명체를 대하는 우리의 가치관이 성립되어 있지 않는 상태로 대답하기 매우 어려운 질문들이다.
그리고 이에 대한 대답은 합성 생물학이 경제적 이익 창출 및 이를 위한 연구의 세계적 경쟁 앞에 놓여 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면 더 어려워진다. 합성 생물체에 대한 첫 번째 논문이라고도 볼 수 있는 2010년 <사이언스>에 실린 크레이그 벤터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이 발표한 논문의 제목은 '화학적 합성 유전체에 의해 조절되는 박테리아 세포의 창조'였다. (☞관련 자료 : Creation of a Bacterial Cell Controlled by a Chemically Synthesized Genome)
그들은 과감히 '창조'라는 단어를 논문의 제목으로 사용하였다. 내가 처음 이 소식을 접하고 그 논문을 읽었을 때 나는 이미 생명이 있는 생명체에 단지 유전 정보만을 합성해 생명체가 이미 가지고 있던 유전 정보와 바꿔치기 한 것이 정말 생명을 '창조'한 것이라고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렇다면, 왜 크레이그 벤터를 비롯한 합성 생물학을 이끄는 과학자들은 이런 도발적인 '창조'라는 단어를 고의적으로 가져다 쓴 것일까? 거기에 합성 생물학자의 궁극적 목적이 내재되어 있다. 궁극적으로 합성 생물학을 통해 생명체를 만들어 생명체에 대한 완벽한 근본 지식을 얻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크레이그 벤터는 그의 자서전에서 "나는 진정한 인공 생명을 창조해서 우리가 생명의 소프트웨어를 이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줄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화학 물질에서 시작해 생명체의 구성 요소를 만들고 더 나아가 궁극적으로 생명체까지 만들어 가는 과정을 통해 생명의 작동 원리를 밝히고 싶다는 것이다.
이러한 합성 생물학의 목적은 생명이란 무엇인가의 가치관 외에도 우리에게 또 다른 윤리적 문제를 제기한다. 생명체의 기준은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현대 생물학에서 생명체를 정의하는 기준인 물질 에너지 대사와 생식 등 디자인되어 만들어진 합성 생명체가 생명의 특징을 보인다면 우리는 이들을 모두 생명체로 받아들여야 하는가 하는 생명의 철학적 문제가 있다.
이렇게 근본적인 생명과 생명체에 대한 가치의 윤리적 문제가 전혀 해결되지 못한 현 상황에서, 합성 생물학에 대한 실용적 접근은 '생명체를 DNA라는 소프트웨어가 담긴 유전자 회로로 구성된 하나의 기계'로 인식하고 인류가 직면한 식량, 환경, 의료 등 여러 난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기술이라는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이유로 합성 생물학은 현재 미국 등 여러 선진국을 비롯해 우리나라에서도 생명공학 분야가 나아갈 방향으로 인식되고 있다. 오늘날 '살아있는 생명체'의 자리에 기업들의 자본이 폭포수처럼 밀려들어오면서 '생물'을 자본을 통해 산업으로 추동하는 추세는 급물살을 타고 있다. 세계화된 자본주의의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경제적 이익이 될 수 있다면 모두 선(善)인가 라는 질문의 핵심에 합성 생물학이 서있다.
대부분의 과학과 기술은 우리에게 유용할 수도 있고 위험할 수도 있는 양날의 칼이다. 특히 합성 생물학은 그 연구 대상과 목적이 무엇인가에 따라 인간에게 매우 유용할 수도 있지만 치명적인 위협을 초래할 수도 있고 안보 위협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합성 생물학은 대표적으로 민간 부문에 적용될 목적으로 개발되었지만 군사적 목적으로도 이용될 수 있는 이중 활용 기술이다.
또 최근 과학자들이 모여 연구 의지를 표명한 '인간 유전체 쓰기' 사업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현재 주로 미생물이나 단순한 생명체에 적용되던 합성 생물학 기술은 점차로 더 복잡한 소위 고등 동물로 확대될 전망이다. 따라서 유익함과 위험성 사이에서 그 대상과 연구 절차에 대한 윤리적 기준과 규제의 방법이 국가적이고 국제적인 차원에서 속히 마련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
내가 두려운 것은 우리 사회에서 합성 생물학은 새로운 경제적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테크노로지 정도로 인식되고, 거기에 포함되어 있는 생명에 대한 가치관의 문제나 안정성, 보안 문제, 규제 등에 대해 정책적 고민이나 열린 논의가 없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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