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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블록 쌓기, 바이오브릭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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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블록 쌓기, 바이오브릭을 아시나요?

[송기원의 포스트 게놈 시대] 합성 생물학 : 공학적 접근

우리는 과학기술을 대할 때 흔히 두 가지의 상반된 태도를 보인다.

한 가지 일반적인 태도는 지금 우리가 해결할 수 없는 인류의 난제를 과학기술의 발전이 모두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 순진하고 막연한 희망이다. 또 다른 태도는 예를 들어 '합성 생물학'처럼 새로운 개념의 과학기술이 빠른 속도로 다가올 때 갖는 막연한 불안감과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거부감이다.

이 두 가지 상반된 태도는 개인마다 다르게 나타나기도 하고, 한 개인 안에 혼재되어 나타나기도 한다. 우리는 쉽게 과학기술에 대해 이중적인 태도를 갖는다. 특히 인간의 욕망을 등에 업은 첫 번째 태도는 쉽게 새로운 과학기술의 발전을 용인하게 한다.

합성 생물학 연구의 두 가지 큰 흐름, 즉 생명과학자를 중심으로 한 기본 화학 물질로부터 실험실에서 생명체의 작동을 위한 유전 정보 전체인 유전체를 합성하여 생명의 본질을 알아내겠다는 접근은 인간이 생명체를 만드는 것이 위험한 발상이 아니냐는 과학기술에 대한 거부 반응을 쉽게 유발시킨다.

그러나 우리가 직면한 식량 문제, 환경 문제, 의료 문제를 합성 생물학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하면 갑자기 위험해 보이던 것이 인류에 꼭 필요한 과학기술이 된다. 막상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연구의 궁극적인 목적이 다를 뿐 사용하는 방법이나 기술은 거의 같은 것이다. 즉 동전의 앞면과 뒷면이라고나 할까.

지난 글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공학자들이 중심이 된 실용성을 목적으로 하는 합성 생물학은 '생명체를 DNA라는 소프트웨어가 담긴 유전자 회로로 구성된 하나의 기계'로 인식하는 곳에서 출발한다. 가장 효율적인 생산 설비인 생명체를 설계하고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원하는 물질 생산을 위해 유전 정보를 조합하여 모듈을 설계하고, 이를 다시 시스템적으로 통합해 현재 생명체를 변형시키거나 새로운 생명체를 디자인하는 것이다.

초기부터 합성 생물학 연구에 참여한 스탠포드 대학교의 에릭 쿨(Eric T. Kool)은 기존의 DNA를 변형시킨 새로운 유전 정보로 작동되는 시스템을 제작하고 있다. 그는 합성 생물학을 이렇게 정의한다.

"합성 생물학은 공학적인 개념을 생물학에 적용한 것으로 현재의 생물계로서는 할 수 없는 일을 수행할 수 있도록 재설계 과정을 거쳐 생물체나 바이오 시스템을 만드는 데 그 목적이 있으며 (…) 먼저 새로운 표준화, 규격화된 생물 부품을 만들어내고 그 부품을 서로 조립해서 하나의 소자를 만든 후 이를 조립해 하나의 바이오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정의는 우리가 생물 시간에 처음 배웠던 생명의 기본 단위라는 세포를 하나의 복잡한 기계 장치라고 인식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부품을 직접 만들어 이 세포라는 기계를 조립하고, 또 기계에서 필요한 부품만을 꺼내어 새로운 장치를 만드는 데 관심을 두고 있다.

예를 들어 식물 세포에서 광합성 작용을 담당하는 세포 소기관과 각종 효소의 구조를 파악한 후, 이를 세포 밖에서 만들어 내어 에너지를 생산하는 나노미터 수준의 '장치'를 제작하고자 하는 것이다. 또 이런 시도를 확장하여, 의약품 생산, 환경오염 물질 제거, 에너지 생산 등 인간의 목적대로 디자인된 인공 생명체를 개발하는 것이다.

합성 생물학에 대한 공학적 접근은 자연계에 존재하는 생명체의 유전자를 모두 분리한 후 변형 및 재조합하는 방법을 취한다. 원하는 목적에 따라 유전자를 마치 레고 블록의 부품처럼 만들고 다양하게 조합한 후 미생물에 삽입하는 연구를 진행하는 스탠포드 대학교의 드루 엔디의 연구나 식물의 유용 유전자를 대량으로 미생물에 삽입해 미생물을 살아 있는 미세 화학 공장으로 이용하려는 버클리 대학교의 제이 키슬링 (Jay Keasling)의 연구가 대표적이다.

공학적 전략이란 엔디의 말을 빌면 '생명체를 제작하기 쉽게 하는 것으로 생명체의 생명 현상을 컴퓨터 부품처럼 단순화시키고 이로부터 인간에게 유용한 특성과 물질을 대량으로 얻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하여 유전체 변형 과정을 DNA, 부품(parts), 설비(device), 시스템(system) 등 4단계로 구분하여, DNA는 유전 물질, 부품은 DNA의 유전자가 모여 기본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장치, 설비는 인간이 요구하는 기능을 수행하도록 부품이 다양하게 조합된 장치, 그리고 시스템은 이런 다양한 설비의 조합으로 설명하였다.

유전체 변형 각 단계의 기계적 표준화를 위하여 설비와 시스템 수준에서 유전자가 모여 독립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표준화된 '생명 부품'을 정의하고 이를 '바이오브릭(biobrick)'이라 명명하였다. 또 생명 부품의 표준화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관련 연구를 진행하는 연구자들이 모여 2006년 바이오브릭 재단(The BioBricks Foundation)을 설립하고 그 홈페이지를 공개하였다. (☞바로 가기 : The BioBricks Foundation)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접속하여 생명체를 설계하는데 필요한 다양한 기본 부품을 설계하고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BioFab 프로젝트의 홈페이지도 만들었다. (☞바로 가기 : biofab)

이미 수천 개의 바이오브릭이 등록되어 있고 누구나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또, 관심 있는 누구나 구조와 기능이 명확한 각 바이오브릭을 조합해 컴퓨터에서 이들의 작동 여부를 시뮬레이션한 후 이들 DNA를 실제로 합성해 단순한 단세포 생명체인 세균이나 이스트에 집어넣고 작동 여부를 확인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이러한 합성 생물학에 대한 공학적 접근의 가장 성공적인 보기가 바로 말라리아 치료제인 '아르테미시닌'이다. 세계보건기구(WHO)의 보고서에 따르면 모기에 의해 전염되는 말라리아는 2013년 한 해 동안 58만4000명의 사람의 생명을 앗아간 질병으로 열대 말라리아 열원충(Plasmodium falciparum)이 그 원인이다.

인류는 그동안 말라리아에 대한 적절한 치료제를 가지고 있지 못했다. 중국의 재야 과학자 투유유는 오래전부터 한약재로 사용해오던 개똥쑥의 아르테미시닌이 말라리아 열원충을 효율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고 밝혔고 그 공로로 2015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그러나 개똥쑥에서 얻을 수 있는 아르테미시닌의 양이 매우 적어서 치료제 생산에 큰 걸림돌이었다. 키슬링 연구 팀은 합성 생물학적 접근으로 아르테미시닌 전구체를 합성해 낼 수 있는 개똥쑥과 효묘 균에서 유래한 유전자 부품을 대장균에 집어넣어 아르테미시닌을 쉽게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길을 열게 되었다.

여러분에게 묻고 싶다. 합성 생물학은 인류에게 두려운 시도인가 아니면 새로운 가능성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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