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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07 광화문엘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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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07 광화문엘레지

[문학의 현장] 여전히 촛불은 타오르고 있다

20161207 광화문엘레지

우리는 걸었다
흘렀다
흘리었다
스몄다
섞였다
일어났다
구부려 앉았다
꾸부정했다
올라섰다
올라탔다
팔을 올렸다
팔을 높이 올렸다
멈췄다
아주 오래 멀리 멈췄다
질렀다
크고 멀리 외쳤다
노래였다
외침이었다
고함이었다
함성이었다
가리킴이었다
팔을 잡아주고 내려주었다
걸었다
아주 길고 동그랗고 두껍게 돌고 돌았다
맞섰다
아주 오래 맞서 온 몸을 들었다
어둠을 향한 416횃불은 잘 탔다
우리의 울음은 활활 잘 탔고 잘 날았다
우리의 키는 하늘에 닿았다
우리의 목소리는 우렁찼다
흔들리는 것들은 흔들었고
차분한 것들은 곧았다
누구도 섣부르지 않았고 쉽게 주저앉지 않았다
마땅한 곳에서 묵묵한 몸짓이 바빴다
저마다의 표현으로 충분했다
누구 대신 무엇 대신이 아니었다
결국 사람이다
사람 사는 세상의 일이라서
약봉지를 건네고 고구마와 쑥떡과 파인애플식초와 물과 핫팩을 전했다
마음이 손이 말이 넘쳐흘렀다
우리는 그 때마다 충분했다
광장은 생생했다
- 우리가 광장이다
- 우리가 촛불이다
- 우리가 횃불이다
- 우리가 나라다
- 우리가 사람이다
- 우리는 저항이다
- 우리는 외침이다
우리는 오래 걸었다
간격 없는 차벽이 스스로 허물어지는 상상
차 위의 방패가 하늘 뒷편으로 사라지는 상상
저 푸른 집의 대문이 열리고 한 마리의 조류가 눈물방울로 터지는 상상
마침내 아무도 미친 권력은 부리지 않는 세상
고요한 웅크림으로 보둠어 안는 만민의 빛
마침내 천막을 걷고 기지개를 활짝 펴고 각 자의 일상으로 돌아가는
하염없이 걸으면 도착하고야마는 그 곳을.

ⓒ프레시안(최형락)

시작노트

한 번은 참여코자 벼르던 광화문의 촛불 행진. 12월 7일 차표를 구하지 못했다. 무작정 창원 중앙역으로 지인과 함께 갔다. 동반석 2좌석이 거짓말처럼 남아있었다. 우리는 더없이 벅차고 아프고 타올랐다. 누가 촛불을 들고 설치는가, 그거 좀 들면 뭐가 달라지냐며 비아냥거리는 사람도 있었다. 우리는 확인해야했다. 함께 섞여 그 뜨거운 무엇을 발견해야했다. 아니라는 것을 알았으니 목이 터져라 외치고 달라져야하기 때문이다. 어떤 설움이 이보다 서러울까. 안팎으로 진창이다. 귀담아 듣고 촛불, 횃불로 어둠살을 뚫고 나가야할 때다. 광화문에 도착해보니 사방이 눈물바다였다. 너나할 것 없이 전단지를 나눠주고 독려하고 껴안아야했다. 어둠이 짙어지면서 촛불이 번지고 횃불이 용광로 쇳물처럼 뜨거웠다. 차벽을 만들고 있던 경찰들, 광장에 합류하지 못해 빙빙 돌던 바깥 길에도 그 밤은 계속 빛날 것 같았다. 그 벅참을 안고 다시 창원행 심야버스를 타고 내려왔다.
여전히 우리는 촛불은 활활 타오르고 있다.
유모차를 몰고 나온 임산부, 백발의 굽은 등의 노부부, 한약을 나눠주는 한의사, 핫팩을 나눠주는 나들 가게, 휴대용 방석을 건네는 중년부부, 하얀 개, 차벽 안팎의 아들들, 스치던 따스한 기운들, 웃음, 눈물. 이토록 낯선 이들을 따뜻하게 볼 때가 또 있을까. 그 밤을 그 붉음 오래 걸었던 그 광화문을 오래토록 잊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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