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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현장] 이러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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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현장] 이러려고

[문학의 현장] 지금부터 시작이다

이러려고

이러려고 운동을 했나
고등학교 때부터 쉰다섯이 되도록 수십 번
새벽 댓바람부터 상경해
붉은 띠를 머리에 칭칭 동여매고
광화문, 서울시청, 국회 앞 딱딱한 아스팔트에 앉아
구호를 외치고 함성을 지르고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고 노숙을 했나
국정원에서, 검경에서, 검은 안경 쓴 낯선 사람에게서
회유당하고 협박당하고 생명까지 위협받으며 싸움을 했나
나는 교사, 자랑스러운 전교조 담양지회장,
교단에서 ‘나를 징계하라’ 배를 내밀며 서명을 했나
아이들에게 민주와 정의를 말하고 저항시를 썼나
이러려고 선생이, 이러려고 시인이 되었나
자괴감까지 들고 괴롭다
죽 쑤어서 개 주려고, 닭 주려고
박근혜, 최순실, 그 부역자들만 살맛나는 세상을 만들려고

그런 세상을 만들지 않으려고 우리는
마침내 촛불을 들었다
골골마다 분연히 일어난 촛불은
강물이 되고 강물은 흘러 횃불바다가 되었다
무혈 시민혁명이었다

그러나 이것이 끝이 아니다
일제잔재 아듀!
유신 안녕!
굿바이 박정희!
재벌 해체!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영면!
사드 철회!
한일위안부협정 무효!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 책임자 처벌!
개성공단 재개!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
지금부터 시작이다

ⓒ프레시안(최형락)


시작노트

이명박근혜 정권 국정원은 대선 댓글 공작을 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다. 304명의 어린 목숨을 수장했던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실 규명을 방해했고, 아직도 돌아오지 못한 아홉 분과 함께 차가운 바다 속에 누워있는 세월호를 인양하지 않고 있다. 밀양 골안마을에 고압 송전탑을 군사 작전하듯 건설했고, 인류의 재앙인 원전을 없애기는커녕 증축하고자 한다. 아시아태평양전쟁에 강제로 끌려가 성노예 생활을 했던 할머니들은 줄곧 일본의 전쟁범죄 인정, 공식 사과, 법적 배상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한-일 정부는 할머니들을 배제하고 한-일위안부합의를 맺어 할머니들의 명예를 훼손하고 역사를 지우려 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국민의 함의도 없이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도 모사를 꾸미듯 체결했다. 중국을 방어하기 위해 미국의 최전방 한국에 사드를 배치하겠다고, 그래서 한반도를 세계의 전쟁터로 만들려하고 있다. 한국사를 국정화해 임시정부를 부정하고 박정희의 친일을 은폐하고 그의 독재를 미화했다. 권력을 자기 호주머니에 집어넣고 민간인 여자와 국정을 마음껏 농단했다. 마침내 이 나라의 주인들은 분연히 일어나 박근혜 정권의 오만과 불통과 무능과 무지와 부정부패를 무혈의 촛불시민혁명으로, 탄핵으로 심판했다.




김정원

전남 담양 출생. 2006년 『애지』 등단. 시집, 『국수는 내가 살게』 등. 리얼리스트100 회원, 한국작가회의 회원.

주소: 61040, 광주광역시 북구 일곡마을로 55, 현대아파트 201동 1507호
전화: 010-8433-3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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