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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갑자기 바다에 한꺼번에 들어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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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갑자기 바다에 한꺼번에 들어가 버렸다

[문학의 현장] 연애편지

소란한 신발들이 조용해졌다
신발장처럼 나란히

나는 네게 걸어갈 수 없어

하지만 매일 저녁, 노을의 습관처럼
우선 신발을 벗고
죽음의 하얀 목소리보다 조금 더 가까운 곳으로
너보다 더 가까운 곳으로

봄이니까
떨어진 안경을 주울게
너는 부끄러운 비밀처럼 발목이 희구나

늘 거기 있어
발목과 안경 사이에

몸이 없어도 이해해 줘

ⓒ연합뉴스

시작 노트

맥랑(麥浪)이라는 단어가 있다. 사전을 찾아보면 '보리의 물결'이란 뜻으로, '보리나 밀이 바람에 물결처럼 흔들리는 모양을 나타내는 말'이다. 오래전 사춘기 소녀, 소년들의 풋풋한 일상을 그린 '맥랑시대'라는 드라마가 큰 인기를 끌고 방영한 적이 있다. 길에서 깔깔거리며 지나가는 청소년들을 보면 봄의 보리 물결이 연상된다. 누구나 속수무책으로 아득해진다. 그들이 길을 가다가 갑자기 바다에 한꺼번에 들어가 버렸다. 바람만 불어도 온 몸을 흔들며 풍선처럼 웃음이 터지는 나이다. 사춘기는 봄을 살거나 생각하는 시기이다. 그네들은 맥랑시대를 다 살아보지 못했다. 누구는 짝사랑하는 아이에게 간절한 편지를 써 놓고 호주머니에 넣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물이 목까지 차올랐을 때 문득 전하지 못한 편지를 생각하고 무척 후회했을지 모른다.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다고 누가 증언할 것인가! 우리 어른들은 조금 늦었지만 그것을 꼭 전해주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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