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다리를 부러뜨렸다. 캄캄한 밤에.
별도 없는 캄캄한 한겨울 밤, 해남 근교의 한 논바닥에 굴러떨어져 왼쪽 무릎 아래 다리를 부러뜨렸다. 지독한 통증 속에서 별도 없는 캄캄한 겨울 하늘을 쳐다보았다. 나는 북극성과 북두칠성을 찾아야 한다. 그것은 확신과 고요일 것이다. 내 삶에 머지않아 어떤 예언이 있을 것이다. 내 몸, 부러진 다리가 신체의 통증이 그것을 알려주었다. 나는 깊이 감사했다. 박순태 아우 부부가 나를 차에 태우고 마산의 한 종합병원으로 데리고 갔다. 곧 연락을 받고 마산에 내려온 아내가 나를 데리고 구급차로 서울에 올라와 동대문 이대병원에 입원시켰다.
다리도 다리였지만 오랜 편력으로 인해 나의 정신상태는 그리 정상이 아니었다. 다리는 외과수술을 받았고 정신은 신경정신과에서 입원치료를 하였다.
물리치료까지 받는 동안 몇 달의 세월이 흘렀다. 벗 이부영 의원과 정성헌 형, 그리고 최정명, 문국주 아우가 고맙게도 문병을 와주었다.
길고 긴 시간, 병원 뒤쪽의 낙산 자락 창신동 일대를 창밖으로 멍하니 바라보며 그곳 출신인 옛 시인 임화의 한 시행을 읊조렸다.
바다여
너는 몸부림치는
육체의 곡조를 탄주하라!
육체의 곡조! 육체의 곡조!
육체는 그 나름의 율려를 갖고 있다. 그 율려의 입이 가끔씩 말한다.
ꡒ네 곡조는 이제 달라질 것이다!ꡓ
이미 달라지고 있었다.
도원(道原) 유승국(柳承國) 선생의 명저인 《동양철학연구》를 꼬박꼬박 꼼꼼히 샅샅이 두번째 읽었다. 그리고 나머지 시간은 토막토막 난 필름들의 속절 없는 유전(流轉)이었다.
몸!
몸 속의 별!
머지않아 내 몸을 통한 예언이 올 것이다!
임화는 그것을 어떻게 알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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