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년 11월 24일 13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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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중국 여행 와서 왜 경찰서를 들락날락해야 하는 거지?
[‘바이크 보헤미안’ 최광철의 수상한 여행 2] ⑩이제 베이징을 200km 앞두고 있다
자정 넘어 센현을 3km 앞두고 길가에 일가 빈관이 눈에 띄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자 50대 중반으로 보이는 아주머니가 소파에서 일어나 우리를 맞이했다. “우리는 한국인이에요. 자전거 여행을 하고 있어요.” “…….” “오늘밤 여기서 묵으려고요.” “…….” 주인아주머니는 아무 말 없이 서 있었다. 우린 얼른 프런트 메모장에 글자를 적어 보여줬다. 그러
최광철 여행작가
공안국의 추방 명령
[‘바이크 보헤미안’ 최광철의 수상한 여행 2] ⑨다음 도시에 가면 잘 곳이 있을까?
해 저물어 우이현에 도착해 태상 빈관에 들어갔다. 프런트에는 젊은 남자 직원이 앉아 있었는데 스마트폰을 보느라 우리가 들어오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한국에서 왔어요. 오늘 밤 여기서 좀 묵으려고요.” “신분증 좀.” “여기 있어요, 여권.” “아니요…….” 자기 신분증을 내보이며 주민등록증 같은 것을 달라고 한다. “우리는 외국인이라서 이 여권
한단지몽(邯鄲之夢)
[‘바이크 보헤미안’ 최광철의 수상한 여행 2] ⑧웨이현가는 길
타이항 산맥을 넘으며 운전기사와 말이 안 통해 제각기 자기 말만 하고는 히죽히죽 웃었다. 운전기사가 인터넷 내비게이션을 잘 다루지 못해 종종 갈림길에 차를 세우고 다른 운전기사에게 길을 물었다. 그런데 한참 잘 얘기하다가는 갑자기 욕을 해가며 싸우기도 했다. 혹시 ‘~로 가는 길입니까?’의 중국말인 ‘~시발루마?’였던 걸까? 바이두 맵을 검색해서 오늘 밤
타이항 산맥을 넘다
[‘바이크 보헤미안’ 최광철의 수상한 여행 2] ⑦인간의 괴로움은 ‘탐·진·치(貪瞋癡)’
8월 11일. 취워현을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V자 모양의 깊은 계곡이 나타났다. 이글거리는 아스팔트 열기 속에 맨 아래가 아련하게 보이고, 시선이 고갯마루에 오르자 정상은 뿌연 안개 속에 가려졌다. 내리막길에 굵은 모래가 군데군데 깔려 있어 스르륵스르륵 바퀴가 미끄러지고 사금파리들이 타이어에 밟혀 찌그락 째잭 소리를 질러댔다. 곧 오르막이 이어지자 뒤
G5 고속도로를 이용해 황하강 다리를 건넜다
[‘바이크 보헤미안’ 최광철의 수상한 여행 2] ⑥신장현·취워현 가는 길
허진시로 가는 한 시간 내내 차창 밖 풍광은 유별나게 아름다워 절로 콧노래가 나왔다. 지금껏 그토록 메마른 황야를 달려왔는데 새삼스레 뭐가 그리 아름다운 것일까? 그렇게 아름다움에 취해 들뜬 기분으로 사마천의 고향 한청현에 잠깐 들렀다. 사기를 저술하고 동양 최고의 역사가로 평가받고 있는 사마천은 기원전 145년 이곳에서 출생했다. 한무제의 노여움을 사 궁
황하 유역을 건너
[‘바이크 보헤미안’ 최광철의 수상한 여행 2] ④웨이난시 가는 길
린퉁 애금해 주점을 나서며 핸들 거치대에 스마트폰을 장착한 후 구글 지도를 열고 북동쪽으로 향했다. 간밤에 폭우로 도로 위에 큰 나무가 쓰러져 있고, 군데군데 고인 물웅덩이의 노면 상태를 알 수 없어 핸들을 꽉 잡고 뒤뚱거리며 통과했다. 차들이 속력을 내고 지나가는 바람에 흙탕물을 뒤집어썼다. 어느 차량이 누구한테 질러대는지 알 수 없는 경적소리가 끊임없이
중국 대륙 횡단
[‘바이크 보헤미안’ 최광철의 수상한 여행 2] ③북새통 시안
8월 1일 새벽 4시. 승합차에 자전거를 싣고 치악산 기슭을 내려와 영동고속도로를 달려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하자 먼동이 트기 시작했다. “엄마, 올해 생신은 같이 못하겠네요?” 애들이 환송을 나왔다. “그렇구나. 너희 둘이서 촛불 켜고 멀리서라도 축하해 줄래?” “아빠, 추석날엔 어디쯤 있을 거야?” “음…. 일본 나고야쯤 될걸.” “너희들 다음 주에 휴가라
석 달간의 짐
[‘바이크 보헤미안’ 최광철의 수상한 여행 2] ②떠나자, 동북아로!
파릇파릇 햇순으로 짙어진 치악산 끝자락을 추니와 하루 두세 시간 가량 오르내리지만 먼 길 여정에 비하면 동네 한 바퀴에도 미치지 못했다. 체력은 단기간에 좋아지는 게 아니라서 가능하면 매일 자전거를 타려 하지만 피곤하다고, 비 온다고, 간밤에 술 마셨다고 건너뛰기 일쑤다. 여행하다 보면 피곤한 날도 있고, 비 오는 날도 있을 텐데 그때마다 달리지 않으면 어
무모한 도전
[‘바이크 보헤미안’ 최광철의 수상한 여행 2] ①동방 비단길을 열자
‘추니’와 처음 자전거를 같이 타기 시작한 지는 10년이 됐지만 먼 곳으로 여행을 함께 떠나게 된 건 불과 5년 정도다. 자전거 여행이라고 해 봤자 고작 일 년에 한 번 주어지는 하계휴가 때 캠핑 장비를 싣고 어설프게 국내여행을 떠난 정도였다. 첫 해는 춘천에서 출발해 해남 땅끝마을로, 이듬해는 부산 을숙도로, 그 다음해는 강화도를 찍었다. 2014년 6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