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년 11월 24일 13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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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식한 자가 용감하다고 했던가
[‘바이크 보헤미안’ 최광철의 수상한 여행 2] ㉚에필로그
무식한 자가 용감하다고 했던가! 지나고 보니 한 여름밤 한바탕 꿈을 꾼 듯하다. 왜 이렇게 힘든 여행을 시도했는지 잘 모르겠다. 어떤 절박감이 우리를 이토록 불확실하고 험난한 길 위에 서게 한 걸까. 여행이라는 게 어려움을 극복하는 즐거움도 있다지만 이처럼 높은 파고가 시시각각 밀려오리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다. 돌아와 보니 지난 석 달이 3년은 넘은 것
최광철 여행작가
DMZ 비무장지대
[‘바이크 보헤미안’ 최광철의 수상한 여행 2] ㉙광화문 광장에서
동해안을 등지고 백두대간 진부령으로 핸들을 돌리자 완만하던 고개가 갑자기 급해지고 산허리를 깊게 돌아 다시 그 자리로 돌아오기를 반복했다. 급커브에 세워진 동그란 반사경이 낑낑대며 올라오는 우리를 안쓰럽게 기다리고 서 있다가 서로 머쓱하게 웃었다. 산야에 온통 붉은 단풍이 힘겨움을 조금이나마 잊게 해 준다. 동행친구가 도중에 우리와 같이 먹을 거라며 떡과
한국 평화누리길 횡단
[‘바이크 보헤미안’ 최광철의 수상한 여행 2] ㉘동해안 낭만가도
10월 18일 일요일 오전 4시. 무거운 엔진 소리와 함께 일렁이는 2층 침대 아래 칸 커튼을 살짝 여니 추니는 자고 있다. 객실 밖 지평선 저 멀리 오징어 배 불덩어리가 세 개는 불쑥 올라와 있고, 네댓 개는 식어 간다. 새벽 거친 파고를 넘는 DBS크루즈 페리 난간에 서니 지난 석 달 동안의 여정이 차갑게 떠오른다. 79일 전 초반의 기억이 마치 몇 년
히로시마 산책
[‘바이크 보헤미안’ 최광철의 수상한 여행 2] ㉗사카이미나토 항구로
10월 10일. 히로시마 시내 정원인 슈케이엔을 찾았다. 문자 그대로 아름다운 경치를 모아 축소해 놓은 곳이다. 중국 항주의 서호를 축소해서 본 땄다고 하는데 정원의 중앙에는 연못을 파서 크고 작은 10개의 섬을 만들고 주변에는 산과 계곡, 찻집, 정자들을 교묘하게 배치해 연못을 한 바퀴 돌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았다. 1620년에 조성된 이 정원은 1945
원폭 돔, 세계 평화를 위하여
[‘바이크 보헤미안’ 최광철의 수상한 여행 2] ㉖“우리는 한국에서 온 ‘자전거 보헤미안’ 부부입니다
다음 날 아침 히로시마 원폭 돔(原爆, Dome)을 찾아 나섰다. 히로시마 JR역 앞에서 지상 전철 6번을 타고 20분 정도 걸려 원폭 돔 정류장에 도착하자 바로 길 건너에 뼈대만 앙상한 채 흉측한 모습을 한 건물이 우뚝 서 있었다. 원폭 돔이었다. 우린 그 앞에 서서 비문을 꼼꼼히 읽었다. 원폭 돔. 소화 20년 8월 6일 역사상 처음 원자 폭탄에 의해
자전거 운송 규정
[‘바이크 보헤미안’ 최광철의 수상한 여행 2] ㉕곧바로 히로시마 JR기차역 역무원을 찾아갔다
10월 7일 아침 8시. 여느 때 같으면 떠날 채비를 하느라 분주할 시간인데 커튼이 내려진 채 한밤중이다. 추니의 눈두덩이 퉁퉁 부었다. 어제 너무 지치기도 했고, 이제 끝났다고 생각하니 몸이 축 처지나 보다. 고양이 세수를 하고 호텔에서 9시 전까지로 정해진 아침 식사를 마치고 방에 들어와 다시 드러누웠다. 오후 3시. 호텔 프런트에 내려가 자전거를 기차
日 티끌 하나에도 손길이 닿은 듯 정갈하다
[‘바이크 보헤미안’ 최광철의 수상한 여행 2] ㉔몸이 부들부들 떨려요
10월 4일. 기분 전환도 할 겸 오카야마에서 하루 쉬며 일본의 3대 정원 중 하나라고 하는 고라쿠엔을 찾았다. 녹차 밭과 노랗게 익은 벼, 굽이도는 물길, 이름 모를 조경수들이 2만여 평의 정원에 아기자기하면서도 자연스럽게 자리하고 있었다. 티끌 하나에도 손길이 닿은 듯 정갈하다. 너무 고요해서 내 숨소리가 낯설다. 추니와 얘기를 하다가 깜짝 놀라 뒤돌아
아악! 뺑소니 추돌 사고
[‘바이크 보헤미안’ 최광철의 수상한 여행 2] ㉓추니가 사고를 당한 게 분명했다
10월 3일 아침. 비 온 뒤 하늘이 맑고, 노란 가을 들녘이 상쾌하다. 출발 전에 지도를 보니 국도 2호선을 따라 오카야마로 가는 90km 남짓 거리에 고개와 터널이 몇 개 있는 것 같다. 우리는 갓길 흰색 차선 안쪽을 달리기도 하고, 울퉁불퉁한 좁은 인도를 이용하기도 했다. 오후 4시. 오늘 세 번째 터널이 저만치 보이는 완만한 고갯길을 근근이 시속
교토의 밤거리
[‘바이크 보헤미안’ 최광철의 수상한 여행 2] ㉒인연, 페이스북 친구
교토의 밤거리 9월 28일. 히코네시 루트인 호텔 1층에 보관했던 자전거를 꺼내 가방 여섯 개를 나눠 싣고, 추니는 ‘수상한 여행’ 깃발을 달았다. 핸들에 나란히 꽂은 한·중·일 국기가 바람에 펄럭이고, 호텔 종업원들은 신기한 듯 지켜보고 서 있었다. 얼굴에 선크림을 바르고 버프로 가렸다. 헬멧 조임줄 틈새로 고글을 끼워 넣고 체인에 기름을 둘렀다. “하나
메이조 대학생들
[‘바이크 보헤미안’ 최광철의 수상한 여행 2] ㉑역시 일본은 교통 선진국답다
9월 21일. 일본 시즈오카에서 70km 떨어진 가케가와로 향했다. 긴 철교를 건너고 높은 고개를 넘고 풀이 무성한 좁은 길을 통과했다. 점심은 편의점에서 김밥과 닭튀김, 콜라를 주문했다. 자전거 가방이 식탁으로 제격이다. 일본에서는 아직 자전거 여행하는 이들을 못 봤다. 시내와 공원에서는 자전거를 많이 타는데 도시와 도시 구간은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