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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5 고속도로를 이용해 황하강 다리를 건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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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5 고속도로를 이용해 황하강 다리를 건넜다

[‘바이크 보헤미안’ 최광철의 수상한 여행 2] ⑥신장현·취워현 가는 길

허진시로 가는 한 시간 내내 차창 밖 풍광은 유별나게 아름다워 절로 콧노래가 나왔다. 지금껏 그토록 메마른 황야를 달려왔는데 새삼스레 뭐가 그리 아름다운 것일까?

그렇게 아름다움에 취해 들뜬 기분으로 사마천의 고향 한청현에 잠깐 들렀다. <<사기>>를 저술하고 동양 최고의 역사가로 평가받고 있는 사마천은 기원전 145년 이곳에서 출생했다.

한무제의 노여움을 사 궁형을 받고 고환이 제거되어 그의 초상화에는 수염이 없다고 한다.

G5 고속도로를 이용해 황하강 다리를 건넜다. 황토물은 한강보다 수량이 적고, 강바닥은 사막인지 벌판인지 분간하기가 어려웠다.

중국 문명의 요람지로 이름이 높은 황하강은 흐르는 물속에 포함된 진흙의 양이 ‘물 1말에 진흙 6되’라는 말 그대로 진한 갈색이었다.

▲황하강. ⓒ‘바이크 보헤미안’ 최광철

허진시 금항용만 대주점에 도착해 운전기사에게 주유라도 하라며 100위안(2만 원)을 주니 몇 번이고 사양하다가 받았다.

갑자기 자전거 타기가 싫어졌다. 승합차를 빌려 자전거 싣고 여행 다닐까? 여하튼 오늘은 행운의 날이다.

▲차량이동. ⓒ‘바이크 보헤미안’ 최광철

▲차량이동. ⓒ‘바이크 보헤미안’ 최광철

이 주점의 하루 숙박료는 230위안(4만 6천 원)으로 좀 비싼 편이지만 시설은 그에 걸맞게 특급 호텔 수준이었다. 저녁 먹고 1층 로비에서 쉬고 있는데 안내데스크 직원이 다가와 말을 건다.
“어디서 오셨어요?”
“예, 한국에서요.”

우리의 여행 소개서를 보여줬다.
“두 분이서 다니시는군요. 혹시 이런 거 있어요?”
직원은 소개서를 읽고 나서 자신의 휴대폰을 꺼내 중국어 번역기 앱을 가리키며 물었다. 아마 더듬거리는 내 말을 알아들을 수 없었던 모양이다.

“아니요, 없어요.”
“중국 여행하다 보면 이거 쓸모 있을 거예요. 괜찮은 건데 스마트폰에 깔아 드릴까요?”

그 직원은 내 스마트폰 인터넷을 열어 ‘바이두(百度) 번역’ 앱을 다운로드해 주었다. 그러고 나서 테스트도 할 겸 번역기를 이용해 대화를 주고받았다.

앱을 사용해도 상대방의 말을 정확히 알아듣지는 못하지만, 내 의사를 명확하게 전달하는 데는 상당히 유용할 것 같았다.

“그리고 앱 하나 더 알려 드릴게요.”
“뭔데요?”
“혹시 중국 지도 앱 있어요?
“아뇨. 우린 구글 지도를 사용하고 있어요.”

“중국에서는 구글 지도가 안 되는 곳이 많아요. 이거 깔아 드릴 테니 사용해 보세요.”
“아하, 그렇습니까? 고마워요.”

그 직원은 ‘바이두 지도’라는 걸 내 스마트폰에 다운로드해 주었다. 시험해 보니 구글 지도보다 훨씬 정확하게 정보를 제공해 주고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구글 지도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이정표를 보거나 길 가는 이에게 물어물어 달려왔는데 천사를 만난 느낌이었다.

다음 날 아침. 바이두 지도를 열고 신장현으로 향했다. 여전히 기어 변속이 불안정하다. 연신 갓길에 자전거를 세우고 이리저리 조작을 해 봐도 내 기술로는 안 된다.

몇 군데 자전거 가게에 들렀는데 생활용 자전거만 취급하는 곳이라서 수리를 할 수 없다고 했다.

어렵사리 자전거를 이끌고 가는데, 국도에서 좁은 길로 연결된 마을 입구에 ‘○○촌’이라고 쓰인 열녀문 같이 생긴 관문이 보였다.

번듯한 개인집 대문에는 빨강색으로 ‘가화만사흥’이라고 써 놓았는데 이는 가정이 화목해야 모든 일이 잘 이루어진다는 뜻일 게다.

▲신장현 가는 길. ⓒ‘바이크 보헤미안’ 최광철

▲가화만사흥. ⓒ‘바이크 보헤미안’ 최광철

신장현 가는 길은 석탄을 가득 실은 화물 차량들이 하루 종일 줄지어 과속으로 달리고, 아스팔트 위에는 달리는 차량에서 떨어진 것으로 보이는 시커먼 원석 덩어리가 여기저기 나뒹굴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초대형 화물 트럭이 도로 한가운데 전복돼 있었다. 갑자기 장애물이 나타나면 급정지를 할 수 없어 전복 이외에 달리 방법이 없었을 것이다.

▲대형 트럭 전복. ⓒ‘바이크 보헤미안’ 최광철

오후 5시. 신장현 해천 대주점에 체크인을 하고 나서 곧바로 직원과 바이두 번역기를 이용해 대화를 나눴다.

“혹시 이 도시에 자전거 정비소가 있나요?”
“네, 있어요. 그런데 조금 먼 곳에 있습니다.”
“미안하지만 같이 가 주실 수 있나요?”

대주점 남자 종업원과 둘이서 자전거를 타고 정비소를 찾아 나섰다.
“앞장서세요. 내가 뒤따를 테니.”


정문을 나와 30분 정도 달려가니 자이언트 MTB 전문점이 있었다. 와! 정말 다행이다. 점검 결과 가느다란 기어 변속 줄이 모두 끊어져 버렸단다.

우선 고치는 데 시간이 좀 걸리니 자기네 자전거를 타고 숙소에 갔다가 한 시간 후에 다시 오라고 했다.

숙소에 돌아와 쉬다가 이번에는 추니와 둘이서 그곳에 다시 찾아갔다. 자전거 가게 주인은 우리에게 갈기갈기 끊어진 기어 줄을 꺼내 보여줬다.

“기어 변속 줄을 교체했는데 여전히 앞쪽 3단 기어 중 1단 기어는 작동이 불안정합니다.”
통째로 뭘 바꿔야 하는데 비용도 많이 들고, 또 그곳엔 부속품이 없다는 얘기를 이해하느라 힘들었다.

“할 수 없지, 그대로 탈 수 밖에….”
더 큰 도시에 가서 손을 봐야 할 것 같았다.
“수리비 얼마예요?”
우린 지갑을 열어 돈을 꺼내려는데 극구 손사래를 친다.
“아뇨, 드려야죠. 부속품을 교체했는데요. 얼마입니까?”

그러자 주위에 있던 다른 중국인들도 “한궈런(한국인), 한궈런.”하며 합세해 그냥 가라고 한다. 너무 고맙고 미안했다. ‘씨에(고마워요), 씨에.’

▲대형 트럭 전복. ⓒ‘바이크 보헤미안’ 최광철

▲대형 트럭 전복. ⓒ‘바이크 보헤미안’ 최광철

“앗!”
주점으로 돌아가는 길에 카메라를 어깨에 대각선으로 메고 달리다가 갑자기 끈이 풀어지는 바람에 땅바닥에 떨어져 나뒹굴었다. 하마터면 뒤따르던 차량이 카메라를 깔아뭉갤 뻔 했다.

깜짝 놀라 집어 들고 전원을 켜니 깜깜 무소식이다. 이리저리 주물러 봐도 아무런 반응이 없다. 아직 갈 길이 먼데 어쩌지? 이번 동북아 여정에 너와의 인연은 여기까지인가 보다.


숙소에 들어와 카메라 속에 들어 있던 메모리를 꺼내서 예비용으로 가져간 작은 카메라에 넣어 보니 다행히 그동안의 여정이 다시 화면에 나타났다. 영혼은 아직 살아 있었던 것이다.

다음 날 아침. 주점 프런트 직원에게 감사의 인사라도 하려고 찾으니 근무 교대를 하고 집에 들어갔단다.

“이거요, 어제 그 직원이 선물 전해 달라고….”
옆자리 여직원이 우리한테 쇼핑백을 건넸다. 엊저녁 우리가 준 기념품의 답례인 것 같았다. 꺼내 보니 동그랗고 딱딱한 ‘보이차’였다.

“그 직원에게 감사하다는 얘기 꼭 전해 주세요.”
정문을 나서며 잠시 멈춘 채 주점을 눈에 익혔다. 정겹게 도움을 많이 받았다.

▲신장해천대주점. ⓒ‘바이크 보헤미안’ 최광철

▲신장해천대주점. ⓒ‘바이크 보헤미안’ 최광철

▲신장해천대주점. ⓒ‘바이크 보헤미안’ 최광철

▲신장해천대주점. ⓒ‘바이크 보헤미안’ 최광철

오전에 황하강의 지류인 린펀강 다리를 건넜다. 노점상에서 사과 두 개와 복숭아 두 개를 사백 원에 샀는데 두 개를 덤으로 받았다. 응원을 받은 듯 따뜻해진 마음으로 다시 힘차게 길을 나섰다.


타이항 산맥 서쪽에 있다고 해서 유래된 산시성은 가는 곳마다 활기가 넘쳤다. 사람들의 몰골은 대부분 가난과 고생으로 찌든 모습이 역력해 보이지만, 눈빛은 반짝였고 발걸음은 바빴다.

마치 새벽종이 울리고 새 아침이 밝아 온 우리나라 6, 70년대의 모습이 떠오른다.

중국 전체 석탄 매장량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곳인 만큼, 하루 종일 석탄을 실은 대형 차량들이 꼬리를 물고 있었다.

한편, 시가지 사방으로 뻥뻥 뚫린 넓은 대로는 비행기가 뜨고 내려도 충분할 정도로 넓고 길었다. 곳곳에 아파트가 치솟고, 끝이 안 보일 정도의 드넓은 벌판에는 사회 기반 시설 공사가 한창이었다.

▲취워현 가는 길. ⓒ‘바이크 보헤미안’ 최광철

취워현을 조금 지나 수영장이 딸린 주점인 만경가일 주점에 여장을 풀고 주점 옆 숲이 우거진 운치 있는 야외 식당으로 들어갔다.

종업원이 메뉴판을 들고 왔는데 오늘도 여전히 고민이 되었다. 메뉴판에 적힌 음식 종류가 백 가지도 넘는 듯했다.

“매콤한 고기 요리 한 접시 주세요.” 느끼한 게 싫어서 자극성 있는 걸로 주문했다. 한참 후, 넓은 접시에 커다란 고깃덩어리를 가져왔다.
“더 주문하실 것 있나요?”
“먹고 나서 더 주문할게요.”

‘헉!’
요리를 먹으려고 자세히 들여다보는 순간 경악했다. 튀김옷 사이로 눈과 이빨이 보이는 게 아닌가! 아마 동물의 머리를 튀긴 음식인 듯 했다.

두 눈은 똥그랗게 뜬 채 우릴 쳐다보고 있었고, 활같이 휜 날카로운 하얀 이빨은 곧 달려들어 물 것만 같았다. 한마디로 흉측했다.

“이건 무슨 요리예요?”
“…….”
“여기 번역기에 대고 말해 줄래요?”
“마마토토(媽媽兎兎).”

‘엄마 토끼’ 머리 고기였다. 맛이 어찌됐든 도저히 젓가락이 가질 않아 계산만 하고 그 자리를 떠났다.

▲마마토토. ⓒ‘바이크 보헤미안’ 최광철

▲마마토토. ⓒ‘바이크 보헤미안’ 최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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