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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하 유역을 건너

[‘바이크 보헤미안’ 최광철의 수상한 여행 2] ④웨이난시 가는 길

린퉁 애금해 주점을 나서며 핸들 거치대에 스마트폰을 장착한 후 구글 지도를 열고 북동쪽으로 향했다.

간밤에 폭우로 도로 위에 큰 나무가 쓰러져 있고, 군데군데 고인 물웅덩이의 노면 상태를 알 수 없어 핸들을 꽉 잡고 뒤뚱거리며 통과했다.

차들이 속력을 내고 지나가는 바람에 흙탕물을 뒤집어썼다. 어느 차량이 누구한테 질러대는지 알 수 없는 경적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왔다.

▲웨이난시 가는 길. ⓒ‘바이크 보헤미안’ 최광철

▲웨이난시 가는 길. ⓒ‘바이크 보헤미안’ 최광철

해 저물어 웨이난시에 들어서자 도심은 높은 빌딩 숲으로 뒤덮였고, 왕복 10차선 도로는 사방으로 시원하게 열려 있었다.

교통신호가 채 바뀌지도 않았는데 오토바이와 자전거는 저만치 달려가고, 헬멧을 착용한 사람은 우리뿐이었다.

▲웨이난 시가지. ⓒ‘바이크 보헤미안’ 최광철

▲웨이난 시가지. ⓒ‘바이크 보헤미안’ 최광철

저만치 건물 옥상에 흥덕 주점이라고 써진 간판이 보였다.
“오늘밤 여기서 숙박하려고요. 두 사람입니다.”
“…….”
“예약은 안 했고요.”
아무 말 없이 우리 얘기를 듣던 여직원이 무슨 영문인지 갑자기 뒷문으로 나가 버렸다.

“다른 주점을 찾아봅시다.”
우리는 한참을 기다리다 못해 막 나가려고 하는데 사라졌던 여직원이 아주머니 한 분을 대동하고 나타났다.

아주머니는 우리를 보자마자 안쓰러운 표정을 짓더니 수건을 들고 나와 얼굴과 어깨를 닦아 주기 시작했다. 온몸에 흙탕물을 뒤집어 쓴 행색이 불쌍했던 모양이다.

“괜찮아요. 저희가 닦을게요.”
그래도 막무가내로 닦고 있었다. 마치 어린 시절 밖에서 데설궂게 놀다 집에 막 들어 왔을 때 얼굴이며 종아리를 써걱써걱 닦아 주시던 엄마의 손길이 느껴졌다.

“이제 됐어요. 고맙습니다.”

▲흥덕주점. ⓒ‘바이크 보헤미안’ 최광철

207호실. 방이 작아 자전거와 함께 겨우 들어갔다. 샤워하며 머리카락 속 굵은 모래를 씻어냈다. 추니는 빨래를 하고, 나는 큰 수건으로 빨래를 둘둘 말아 꾹꾹 밟으며 탈수를 했다.

말쑥하게 반팔로 갈아입고 프런트에 내려가 기념품과 중국어로 번역한 우리의 여행 소개서를 줬다. 여직원은 작은 핸드크림을 받자마자 곧바로 뚜껑을 열더니 은박지 속껍질을 벗겨내고 고양이 눈곱만큼 손등에 펴 발랐다.

그녀는 무척이나 좋아하면서 우리에게 한참 동안 뭐라고 말을 했지만 알아들을 수는 없었다.

▲흥덕주점. ⓒ‘바이크 보헤미안’ 최광철

다음 날 아침. 주점 1층 식당에서 누룽지 한 대접과 우엉 줄기, 채소 절임, 빵 한 개로 식사를 마쳤다. 9시 정각이 되자 식당 종업원 40명이 신나는 음악과 함께 출입문 앞 도로에 모였다.

조그만 식당에 웬 종업원이 저렇게 많은지 이해할 수 없었다. 반장으로 보이는 여성이 일일이 호명을 하고 나서, 다 같이 박수치며 무어라 구호를 외치고 음악에 맞춰 체조를 한다.

체조를 마치고 반장이 문 입구에 서서 식당 안으로 들어오는 직원들의 손을 일일이 잡아주며 한 마디씩 한다. 아마 오늘도 행복하게 열심히 일하자는 것 같았다.

이어 종업원들은 모두 종이 한 장씩을 받아들고 옆 사람 것을 힐끔힐끔 보면서 흥분된 표정을 짓는다. 오늘이 월급날인 것 같았다.

▲흥덕식당. ⓒ‘바이크 보헤미안’ 최광철

▲흥덕식당. ⓒ‘바이크 보헤미안’ 최광철

▲흥덕식당. ⓒ‘바이크 보헤미안’ 최광철

흥덕 주점을 나서며 스마트폰 구글 지도에 70km 떨어진 따리시를 목적지로 입력하고 108번 국도에 들어서는 데는 별 어려움이 없었다.

그런데 위하대교를 건너기 바로 전에 구글 지도가 흐려졌다. 국도 노선이 저만치 빗나가고 다른 지형 정보가 나타났다.

현 위치를 알려 주는 커서가 엉뚱한 곳에서 깜박거렸다. 할 수 없이 도로 이정표를 살피면서 만나는 사람들한테 길을 물으며 달렸다.

▲따리가는 길. ⓒ‘바이크 보헤미안’ 최광철

▲따리가는 길. ⓒ‘바이크 보헤미안’ 최광철

▲따리가는 길. ⓒ‘바이크 보헤미안’ 최광철

햇살이 강하고 달리는 차들이 구름먼지를 일으키는 바람에 얼굴 가린 버프를 내릴 수 없어 갑갑했다.

밭에서 직접 따 온 수박을 갓길에 쌓아 놓은 아주머니가 그늘 아래 쉬고 있는 우리와 눈이 마주치자 빙그레 웃으며 수박 한 개를 썰어 오셨다. 추니는 벌떡 일어나 단숨에 수박 한 통을 해치웠다.

“얼마예요?”
가격을 물으니 뒷걸음치며 안 받는단다. 우리는 억지로라도 주려고 5위안을 건네자 1위안만 받고 4위안은 거슬러 주면서 미안해하는 기색이다. 우리는 기념 부채를 한 개 줬다.

▲수박아줌마. ⓒ‘바이크 보헤미안’ 최광철

▲수박아줌마. ⓒ‘바이크 보헤미안’ 최광철

▲수박아줌마. ⓒ‘바이크 보헤미안’ 최광철

간판에 써진 메뉴를 보니 칼국수를 하는 집 같아 국도변 식당에 들어갔다.
“파이구따오샤오미엔(排骨刀削面) 2인분 주세요.”

반찬은 간장과 껍질 안 깐 통마늘뿐이었다. 국물이 느끼하고 너무 짜서 조금 먹다가 젓가락을 놓았다.

▲점심식사. ⓒ‘바이크 보헤미안’ 최광철

▲점심식사. ⓒ‘바이크 보헤미안’ 최광철

따리시 전방 10km를 지나는데 구슬픈 농악 소리가 크게 들리고 들녘 밭고랑 사이로 커다랗고 둥근 흰색 화환이 길게 줄지어 지나간다. 슬픔 보다는 먼 길을 기쁘게 환송해 주는 분위기다.

가족 잃은 마음 어찌 슬프지 아니할까. 잠시 이슬같이, 먼지같이, 바람같이 스쳐 지나가는 삶. 쓰린 마음을 애써 풍악으로 승화시키고 있는 거겠지.

▲ 구슬픈 농악. ⓒ‘바이크 보헤미안’ 최광철

8월 6일 아침. 따리시를 떠나 63km 떨어진 허양현으로 가는 길. 산시성의 8월은 옥수수가 살찌는 계절이다.

농토의 절반은 옥수수밭이고 해바라기, 대추, 사과, 포도, 복숭아도 재배하고 있었다. 특히 대추는 주먹만큼 알이 굵다.

연평균 강수량이 600mm로 우리나라의 반도 못 미치는 가뭄 속에 곡식들이 부실하게 자라고 있었지만 노는 땅은 없어 보였다.

▲허양현 가는 길. ⓒ‘바이크 보헤미안’ 최광철

▲허양현 가는 길. ⓒ‘바이크 보헤미안’ 최광철

108번 국도와 철로 교차 지점에서 건널목 보수 공사를 하느라 많은 차량들이 정체되어 있었다.

차량들이 기다리다 못해 쟁기질 사이를 비집고 움푹 파인 공사장에 먼저 앞바퀴를 들이밀어 순식간에 한 대씩 지나가느라 난리법석이었다. 짜증스런 상황이지만 어느 누구도 언성을 높이거나 시비가 붙지 않는 게 다행스럽다.

‘허참! 우회로를 만들어 주던가, 공사를 잠시 쉬던가 하지.’
답답한 마음으로 자전거를 끌고 줄 서있는 차량들을 살금살금 지나쳐 공사장 맨 앞에서 대기했다.

‘자, 통과!’
대형 트럭 한 대가 움푹 파인 도랑에 빠져 잠시 멈칫하는 순간 잽싸게 핸들을 들이밀었다. 하마터면 찜통더위와 먼지 속에서 하염없이 기다릴 뻔 했다.

▲도로공사. ⓒ‘바이크 보헤미안’ 최광철

저만치 의춘 톨게이트가 나타났다. 통행료는 어떻게 계산하지? 가까이 가 보니 맨 가장자리에 자전거와 오토바이, 경운기, 보행자는 무료로 지날 수 있는 별도의 좁은 통로가 나 있었다.

▲ 톨게이트. ⓒ‘바이크 보헤미안’ 최광철

▲ 톨게이트. ⓒ‘바이크 보헤미안’ 최광철

한 시간 정도 달리고 10분 정도는 쉬겠다고 마음먹었지만 그날그날 기분에 따라 들쭉날쭉하다. 시안을 출발한 지 나흘째, 고갯길이 계속 이어졌다.

높은 고갯길은 없었지만 자전거 기어 변속이 잘 되질 않아 작은 고개도 중턱에서 끌고 올라가느라 시간이 꽤 걸린다.

▲허양현 가는 길. ⓒ‘바이크 보헤미안’ 최광철

▲허양현 가는 길. ⓒ‘바이크 보헤미안’ 최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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