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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악! 뺑소니 추돌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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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악! 뺑소니 추돌 사고

[‘바이크 보헤미안’ 최광철의 수상한 여행 2] ㉓추니가 사고를 당한 게 분명했다

10월 3일 아침. 비 온 뒤 하늘이 맑고, 노란 가을 들녘이 상쾌하다. 출발 전에 지도를 보니 국도 2호선을 따라 오카야마로 가는 90km 남짓 거리에 고개와 터널이 몇 개 있는 것 같다.

우리는 갓길 흰색 차선 안쪽을 달리기도 하고, 울퉁불퉁한 좁은 인도를 이용하기도 했다.

▲오카야마. ⓒ‘바이크 보헤미안’ 최광철

▲오카야마. ⓒ‘바이크 보헤미안’ 최광철

오후 4시. 오늘 세 번째 터널이 저만치 보이는 완만한 고갯길을 근근이 시속 7~8km 정도로 오르고 있었다.

“아~악 !”
갑자기 뒤따라오던 추니의 목소리였다.
사고다.
추니가 사고를 당한 게 분명했다.
“아~악!”

연이어 찢어지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나는 순간 뒤를 돌아볼 겨를도 없이 뭔가에 의해 강한 충격을 받고 자전거 뒷부분이 찌그러져 주저앉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는 자전거 핸들이 좌우로 심하게 흔들리고 뒤뚱거리다가 넘어지면서 가드레일에 아슬아슬하게 걸렸다.

정신을 차려보니 가까스로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위기를 모면하고 있었다.
“아악! 저기!”
대체 무슨 일이 발생한 걸까?
나는 괜찮은데 추니는 여전히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저기! 저기!”
나는 가드레일에 걸린 채 뒤를 돌아봤다.
“저기 저 차!”
추니는 터널 쪽을 손으로 가리키며 고함을 지르고 있는 것이었다.

추니가 살아 있었다. 그 순간 살아 있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안도했다. 사고가 날 수도 있지, 조금 다칠 수도 있지, 자전거가 다 부서질 수도 있지. 분명 추니가 자전거를 멈춘 채 서 있었다.

“저 앞에 저 차.”
터널 쪽을 보니 승용차 한 대가 보였다.
“저 차, 사진 찍어. 얼른!”

그런데 나는 정신이 혼미해서 상황이 뭐가 뭔지 잘 모르겠다. 사진을 찍으라고 말했는지도 정확히 알아듣지 못했다. 그 승용차는 곧 시야에서 멀어지며 터널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자전거를 가드레일에 기대 놓고 서둘러 추니 곁으로 다가가 보니 추니는 다친 곳이 없었다. 그런데 왜 이 난리가 났을까? 알고 보니 아까 그 승용차가 갑자기 내 자전거를 들이받고 그냥 도주하는 상황이었다.

바로 4~5m 뒤따라오던 추니가 이 상황을 고스란히 목격하고 놀라 비명을 지른 것이었다.

정신이 없어 카메라를 작동시키지 못했지만 아마 도망가는 순간을 포착하기는 어려웠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와중에 추니는 차량 번호를 기억했다. 뒷 번호 67 - 40.

번호 앞 지역명은 확인하지는 못했단다. 잊어버릴까 봐 그 자리에서 차량 번호를 적어 놨다. 자전거 뒤 가방 노란색 덮개에 차량 바퀴 흔적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차가 살짝 스쳐 지나간 게 아니고 두텁게 밀고 지나간 흔적이었다. 다행히 다친 데가 없었고, 자전거를 살펴보니 짐 싣는 캐리어가 왼쪽으로 확 돌아간 상태에서 뒷바퀴가 지그재그로 구르고 있었다.

그러나 핵심 부품은 고장 나지 않았다.

짐을 내리고 차체를 전반적으로 반대쪽으로 조금씩 이동시켰다. 절그럭 절그럭 소리는 나지만 그럭저럭 타고 갈 수는 있을 것 같았다.

우린 둘이서 아무 말 없이 한참 동안 멍하니 하늘만 처다 보며 놀란 가슴을 추슬렀다. 파란 하늘에 흰 구름 조각들이 지나고 주변은 고요했다.

저만치에 어두컴컴한 터널만이 입을 딱 벌린 채 우리가 들어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감사하다. 정말 감사하다. 이만하길 다행이라며 마음속 깊이 감사했다.

그러나 다시 자전거 안장에 올라앉을 맘이 생기질 않았다. 자전거를 끌고 터널 앞까지 다가가 그냥 앞에 서 있었다. 터널 안으로 들어갈 용기가 나질 않았다.
“자아, 출발!”

여러 대의 차량들이 굉음을 내며 터널 속을 빠져나가고 잠시 끊어진 틈을 이용해 가까스로 페달을 밟았다.

▲오카야마. ⓒ‘바이크 보헤미안’ 최광철

▲오카야마. ⓒ‘바이크 보헤미안’ 최광철

▲오카야마. ⓒ‘바이크 보헤미안’ 최광철

▲오카야마. ⓒ‘바이크 보헤미안’ 최광철

경찰에 신고할까, 말까? 결과적으로 큰 사고도 아닌데 만약 신고했다가 조사할 게 있으니 오라 가라 하면 어쩌지?

“아냐, 이건 그냥 지나칠 수 없어.”
“경찰서에 가서 뺑소니 차량 신고해요.”

추니도 단단히 열 받았다. 그냥 없던 일로 하기에는 너무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운전사가 갓길로 달리고 있는 우리를 왜 해코지하려 했는지, 그리고 넘어진 사람을 놔두고 뺑소니를 친 이유가 뭔지 알고 싶었다.

터널을 지나 10분 정도 달려 가까운 파출소를 찾았다. 근무 중인 여성 경찰관에게 전반적인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자 경찰관은 내 여권에 적힌 인적사항을 대장에 기록하고 나서 어딘가에 보고를 했다. 잠시 후 또 한 명의 경찰이 참여했다.

경찰관은 줄자를 들고 나와 자전거 규격을 재고, 고유 번호를 확인하고 난 뒤 고장 상태를 일일이 체크했다.

“사고 낸 차량을 긴급 수배했습니다.”
“네. 잘 부탁드려요.”

“차량이 확인될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사고 차량이 확인되면 자전거는 보험금으로 수리할 수 있을 겁니다.”

“광복 70주년 기념 여행 중에 이런 사고가 발생했어요. 사고 차량 운전기사 확인되면 무거운 처벌보다는 교육 지도를 잘 해 주세요.”
“네. 잘 알겠습니다.”
“수고 많으셨어요. 여기요.”

두 경찰관에게 2018평창동계올림픽 기념 배지와 일본어로 번역된 우리의 소개서를 꺼내줬다.

“수배되는 대로 연락드리겠습니다.”
“저희가 10월 16일까지는 일본에 체류할 겁니다. 소식 기다리겠습니다.”

▲일본 오카야마. ⓒ‘바이크 보헤미안’ 최광철

▲일본 오카야마. ⓒ‘바이크 보헤미안’ 최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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