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축년 겨울.
의정부에서는 다음해인 무인년에도 명나라에 주청사를 보내기로 결정했다. 명나라에 주청할 안건은 태조의 종계개정(宗系改正)이었다. 왕실의 법통을 바로 세우는 일이었으므로 종계개정은 어느 왕조에서나 숙원이었는데, 명나라 <대명회전(大明會典)>에는 아직도 조선 태조의 아버지가 이인임(李仁任)으로 잘못 기재되어 있었던 것이다.
조광조는 이미 주청사로 낙점된 이자와 한충도 박경의 옛집으로 불렀다. 이자는 선산이 같아 용인에서부터 친하게 지내는 사이였고, 한충 역시 일찍이 도학에 뜻을 둔 의기투합할 수 있는 선비였던 것이다. 조광조가 동지들을 명경으로 부르지 않고 박경의 옛집을 찾곤 하는 것은 그만큼 서얼 출신인 박경에 대한 추모의 정이 깊고 가시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박경의 옛집에 들른 조광조는 기다리고 있던 한천을 조용히 나무랐다. 한천이 명경에서 들었던 이행과 심정의 얘기를 전해주었던 것인데, 조광조는 한천의 그런 행동이 못마땅했던 것이다.
"너도 소인배가 되고 싶어 그러느냐. 비록 지금은 이 집이 너의 집이라고는 하지만 예전에는 남곤과 심정의 모함으로 죽은 내 동지 박경의 집이 아니더냐. 동지의 원혼이 억울하여 아직 이곳을 떠나지 못하고 있을 터인데 어찌 경솔하게 소인배들의 얘기를 여기서 꺼낼 수 있단 말이냐."
"스승님, 죄송합니다."
"군자는 박쥐처럼 남의 얘기를 숨어 엿듣지 않는 법이다. 그것은 소인배나 할 짓이니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하거라. 오늘은 즐거운 날이니 더 이상 말하지 않겠다."
조광조는 소인배들이 자신을 시기하는 일이 있더라도 일절 대꾸하지 않겠다고 덧붙여 말했다. 중종의 신뢰가 점점 더 커지고 있으니 소인배들이 견제하고 질투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여겼다. 조광조는 그들과 맞설 생각이 전혀 없었다. 덕행이 높은 군자가 조정에 중용되어 바른 정치를 펴면 소인들은 저절로 설 자리가 없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즐거운 날이라니 저도 기쁩니다."
"너를 이끌어 줄 만한 분들이 오기로 했으니 예를 갖추어 접빈(接賓)하라."
"어느 분입니까."
"송재(松齋; 한충의 호) 선생과 차야(次野; 이자의 자) 선생이니라."
거문고를 잘 타는 한충(韓忠)은 진사시를 거쳐 계유년(1513년)에 문과 장원 급제를 한 수재였다. 일찍이 그는 <소학>과 <근사록>을 어찌나 사숙했던지 방바닥에 두 무릎이 닿은 데가 뚫어질 정도였고, 재물에 대한 욕심이 없어 창고에 든 수백 석의 양곡을 부친 한창유를 설득하여 곤궁한 사람들에게 다 나누어준 적이 있는 선비였다.
이자(李耔) 역시 한충처럼 강직하고 의(義)를 소중히 여기고 악을 미워하기를 원수같이 하는 선비였다. 목은 이색의 후손으로 서울에서 났지만 관동에서 자란 것은 부친의 임지를 따라 다닌 까닭이었다. 14세에 두타산 중대사(中臺寺)에 올라가서 송사(宋史)를 읽고 개연히 발분하여 만언소(萬言疎)를 지어 연산군에게 바치려고 했으나 당시 대사간이었던 부친 이예견(李禮堅)이 말려 뜻을 이루지 못한 것은 유생들 사이에 널리 알려진 사실이었다. 이자는 연산주 때 마지못해 벼슬은 했으나 술로써 자학하다가 부모의 봉양을 핑계로 의성 원으로 나갔다가 반정 후에 조정의 요직에 들어 중종의 사랑을 받은 선비였다.
두 대간(大諫)의 방문은 조광조의 위상이 어떤지를 말해주기에 충분했다. 한충은 조광조보다 두 살 후배지만 직제학이란 종 3품의 벼슬을 하고 있었고, 이자는 부제학이라는 높은 관직을 가지고 있었다.
"송재 선생은 홍문관 직제학이시고, 차야 선생은 부제학이시다. 성정이 강직한 분들이니 네가 배울 점이 많은 것이다. 특히 그분들은 내년 무인년 초에 주청사로 중국에 다녀오실 분들이다. 그분들을 네가 모시고 중국에 간다면 그보다 더한 영광이 어디 있겠느냐."
"스승님, 저를 천거해주십시오. 잘 모시겠습니다."
"알겠다만 그분들이 너를 어찌 생각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조광조는 역관이 된 한천을 주청사 일행을 보좌하게 하여 경험을 쌓고 돌아오기를 마음속으로 바랐다. 두뇌가 명석하고 상황판단이 빠른 한천이야말로 훌륭한 역관이 될 자질이 충분하다고 믿었던 것이다.
"술상을 좀 봐야 하는데 누가 오기로 했느냐. 아무래도 오늘은 이런 저런 얘기로 술자리가 길어지겠구나."
"소옥이 오기로 했습니다."
"소옥이라면 네가 좋아하는 여인이 아니냐."
"알 수 없습니다."
"네가 좋아하지 않았느냐."
"장차 갖바치 스승을 시봉하는 여승이 되고 싶다고 합니다."
"마음이 변한 것이냐."
"아마도 명경의 초설이 누님을 따라다니다 마음이 변한 것 같습니다. 초설이 누님을 따라 갖바치 스승을 몇 번 만난 적이 있는 모양입니다."
"그래도 사람의 운명이란 모른다. 정말 네 마음에 드는 여인이라면 잘 설득해 보거라."
"이제는 지쳤습니다. 사실 소옥이에 대한 애정이 식기도 했고요."
한천은 아직도 소옥에게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지만 여승이 되겠다고 고집을 피우는 그녀에게 차츰 지쳐가고 있음이 분명했다. 조광조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래도 한천이 부르니 바로 달려와 술상을 보아준다고 하니 그들 사이에 옛정이 아주 사라진 것은 아닌 듯했다. 그러고 보니 소옥이 아랫것을 앞세워 집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매서운 바람에 뺨과 코끝이 발갛게 물들어 있는 소옥의 얼굴은 여전히 앳되어 보였다. 조광조는 한천에게 눈치를 하면서 방으로 들어갔다. 소옥과 한천이 조금이라도 더 많은 얘기를 나누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관청마다 퇴청 시간이 다르므로 모이기로 한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오지는 않았다. 조광조와 가장 가까운 김식이 먼저 들어왔다. 그는 현재 관리들의 봉급을 관리하는 광흥창 주부(主簿; 종 6품)로 있었다. 한직이었으므로 다른 사람보다 먼저 올 수 있었던 것이다.
"아직 아무도 오지 않았는가."
"조금 있으면 다 올 걸세."
"정암, 누가 오기로 돼 있는가."
"내가 부를 만한 사람들은 다 불렀네. 이자, 한충. 김정, 김구, 기준, 윤자임, 박훈, 박세희, 최산두, 양팽손, 안처순 등이네."
"모두 믿을 만한 도학 선비들이군. 힘을 합치면 못할 일도 없을 걸세."
"정승들은 우리가 하는 일에 소극적이고, 재상들은 일마다 견제를 해오니 우리라도 의기투합해야지."
"누가 그런단 말인가. 나는 봉급이나 나눠주는 한직에 있어 잘 모르겠네."
"한천을 야단쳤네만 그가 전해준 말에 의하면 소인배 심정과 남곤 김안로 등이 무슨 계책을 꾸미고 있는 모양이네."
조광조는 조정에서 소인배들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을 따르는 아랫 관리들은 조정의 곳곳에서 조광조 동지들을 비아냥대거나 시기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지난 봄 아침 경연에서는 자신의 속마음을 중종에게 적나라하게 털어놓았던 것이다. 봄이 다가도록 서리가 내려 농작물이 얼어 죽는 등 피해가 극심해지는 재변이 일어나자 중종이 특진관 이자건으로부터 그에 대한 보고를 듣고 난 뒤 소인배의 발흥을 염려하고 있을 때였다.
"지금 조정에 소인이 있는지 없는지는 알 수 없으나 만일 과인이 한번이라도 도리를 잃게 되면 소인은 반드시 기회를 노리고 나타날 것이오."
이에 남곤이 털어서 먼지가 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는 투로 "지금 군자라고 하는 사람들도 모두 군자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라고 말하자, 신용개가 원론적으로 옛말을 예로 들어 아뢨다.
"옛말에 이르기를 '매우 간사한 자들은 충성스러운 체하고 매우 탐욕스러운 자들은 청렴한 체한다'고 하였습니다. 이러한 자들은 정사가 잘 되어가는 때는 재주와 처세로 정세를 잘 맞추어 나가기 때문에 임금이 모르는 것입니다. 그러다가 기회를 봐서 임금의 뜻을 앞질러 떠보고 계책을 세운 다음에는 아첨하여 총애를 굳게 합니다. 하여 마침내는 세상을 어지럽히니 두려워할 일이 아니겠습니까."
그러나 경연의 시강관인 조광조는 그의 곧은 성격대로 조정의 분위기를 자신이 보고 느낀 대로 솔직하게 말했다. 비유를 하거나 에둘러 말하는 것은 그와 거리가 멀었다. 남곤이나 신용개의 눈치를 보지 않고 중종 앞에서 직언을 했다.
"학문이 높고 마음이 거울처럼 맑다면 왜 소인의 진짜 모습을 알아내지 못하겠습니까. 상하가 한 몸이 되고 조정이 화목해지면 하늘의 재변을 가시게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지금 조정 안에서 재상은 옳다고 하고 대간은 그르다고 하여 시비를 벌이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한번 의견이 맞지 않게 되면 반드시 얼굴을 돌리어 서로 비방하고 상하가 어그러지곤 하는데, 신의 생각으로는 재변이 생기는 것은 조정이 화목하지 못한 데 원인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신은 훌륭한 세상에 태어났으므로 한번 일을 해보고 싶은 생각을 가지고 있으나 요즘 재변이 이러한 형편에 이르렀으니 신은 무슨 잘못으로 그러는 것인지 알 수 없으며 더욱 두려운 생각만 커가고 있습니다. 뜻있는 사람들은 임금을 도와서 지치를 이루어보자고 하지만 소인들은 제 마음대로 할 수 없게 되면 반드시 비방하며 헐뜯어 군자를 해치게 마련이니, 조정이 화합치 못한 원인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무오년에도 당시 사람들은 옛사람들처럼 되자고 마음먹고 옛날의 정사를 복구하는 데 뜻을 두고 있었습니다. 하오나 권력을 잡은 간신들이 옆에서 눈을 흘기곤 했습니다. 그러다가 마침내 이극돈과 같은 무리들이 착한 사람들을 살육하는 바람에 종묘사직이 거의 위태롭게 될 뻔하였으니 매우 두려운 노릇입니다.
물론 지금의 대신들은 모두 선비이므로 무슨 참혹한 변이야 있겠습니까. 그러나 어쩌다가 간사하고 좀스러운 무리들이 분별없는 재상과 단짝이 되어 간사하게 아첨하고 비위를 맞추면서 온갖 술책을 다 부리게 되면 소인 한 사람이 군자 여러 사람을 이길 수 있는 것입니다. 신이 두려워하는 것은 언제나 이것 때문입니다."
조광조의 진단은 조금도 과장된 것이 아니었다. 조정의 현실을 직시한 간언이었다. 재상과 대간들 사이에는 늘 시비가 끊이지 않았고, 의로운 신하를 넘어뜨리기 위한 비방과 시기가 금도를 넘어서고 있었다. 조광조도 그러한 분위기에 중종과 함께 이루려는 지치의 꿈이 좌절되지는 않을까 은근히 두려워하고 있었던 것이다.
기준이 아랫것에게 술병을 들려 도착했다. 홍문관 박사가 되어 경연청의 사경(司經; 정 7품)이 된 기준은 늘 과격하고 급했다.
"정암 선생님, 늦어 죄송합니다."
"거문고는 김구가 가지고 오기로 했다네. 사정에 따라 오는 것이니 미안할 것도 없네."
"요즘은 신바람이 납니다."
"그렇더라도 경연에서 정승과 대신들을 너무 몰아붙이지 말게. 같은 말이라도 부드럽게 하고."
"아이고, 노천(김식의 호) 형님도 별 말씀을 다 하십니다. 저는 정암 선생님이 말씀 하신 뒤에 사족처럼 덧붙일 뿐입니다. 정암 선생님께서 어찌나 근엄하고 소신 있게 말씀하시는지 경연 자리에서 반박하거나 이의를 제기하는 대신은 아무도 없습니다. 전하께서도 정암 선생님의 말씀이라면 하나도 반대하시는 일이 없습니다. 경연에서만큼은 정암 선생님의 세상입니다. 하하하."
"정암, 벌써 경연을 장악했는가. 그렇다면 우리가 두려워 할 것은 아무 것도 없네. 우리는 세상을 차지한 것이네. 이제 우리 생각대로 지치를 이룰 수 있게 되겠구먼. 하하하."
기준은 신이 나 큰소리로 말했다.
"지난 봄 아침경연 자리에서는 십년 묵은 체증이 쑥 내려가는 듯하여 시원했습니다. 정암 선생님께서 누구를 거명하지는 않았습니다만 조정의 못된 소인배들을 향해 일갈을 하셨습니다."
"지금 나도 정암하고 조정의 분위기를 걱정하고 있었던 참이네. 그래, 자네는 뭐라고 했는가."
"전하께 이렇게 말씀드렸지요. '소인배들은 군자와 다릅니다. 제 마음대로 당파란 말을 끌어다가 군자를 구렁텅이에 빠뜨립니다. 이런 소인배를 등용하시면 사람들이 화를 당하는 것은 아침저녁이 될 것입니다. 훌륭한 세상에 이런 걱정을 왜 하겠습니까만 사람들의 마음이란 자꾸 변하는 관계로 시비가 뒤섞이게 되면 그 중간에서 반드시 소인배들이 나서게 될 것입니다'라고 아뢨습니다."
"자네가 말한 소인배는 누구인가."
"노천 형님은 다 아시면서 묻는 것입니까. 하하하."
조광조가 얘기를 듣고 있다가 한마디 했다.
"이런 문제를 빠르게 해결하려고 해서는 안 될 일이네. 소인배를 시끄럽게 내쫓기보다는 군자를 많이 등용하여 자연스럽게 물갈이하는 식이 돼야 하네."
"벌써 시비가 분분합니다. 소인배들이 준동하려고 합니다. 우리더러 붕당을 만들고 있다고 비난도 합니다. 그러니 때를 기다릴 것이 아니라 새로운 제도를 만들어 때 묻지 않은 초야의 선비들로 조정을 가득 채워야 합니다."
김식이 기준의 의견에 동의했다.
"오늘 얘기는 이것부터 하기로 하세. 오늘 만나기로 한 것도 동지들과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눠 보자는 것이 아니었는가."
이윽고 이자와 한충, 그리고 김정, 안처순이 도착했다. 모두 조광조와 함께 홍문관에서 일하고 있는 선비들이었다. 조광조가 김식에게 말했다.
"이분들의 고견을 듣고자 하여 초청했네."
"과찬의 말씀을 하십니다. 요즘 전하께서는 정암 부교리(副校理; 종5품)만 찾지 않습니까. 어느새 정암 부교리는 홍문관의 얼굴이 됐습니다."
이자는 상관이면서도 조광조에게 예를 갖추어 말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조광조는 홍문관과 사간원, 그리고 사헌부의 간원들 중에서 품계와 상관없이 중종이 가장 신뢰하는 신하로 부상해 있었다. 최근에 조광조 집에 드나들기 시작한 안처순이 말했다.
"정암께서 대간의 역할도 훌륭하게 수행하고 계십니다만 재상이 되시어 하루빨리 지치의 길을 닦았으면 좋겠습니다."
"이왕 세상에 나왔으니 한번 나라를 위해 크게 일해보고 싶소만 조정의 갈등이 끊이지 않고 심상치 않으니 나는 이것이 두렵소."
기준이 또 과격한 언사로 말했다.
"사심 없이 나라를 걱정하기 위해 이렇게 모인 것도 붕당으로 몰아붙이는 소인배가 있으니 탈입니다."
조광조는 눈을 지그시 감고 말했다.
"재상들이 아랫사람을 자기 아들이나 아우처럼 보고 아랫사람들은 재상들을 아버지나 형처럼 여겨서 서로 숨기는 일 없이 충고하고 공경하게 되면 자연 군자가 나오고 소인이 물러가련만."
한충이 고개를 흔들었다.
"반정 후 공신들이 하는 짓거리를 보지 않았소. 이제는 우리가 앞장서 나설 때입니다."
"어떻게 나선단 말이오."
"오늘 모임에서는 그것부터 얘기를 합시다."
벼슬을 선발하는 제도에 대해서 혐오감을 느끼고 있던 김식이 먼저 말했다.
"과거제도부터 개혁해야 합니다. 폐주 때의 대신들을 보시오. 문장을 달달 외워 과거에 급제 한 그들을 보면 겉은 화려하나 내실이 없습니다. 수신(修身)이 없으니 행동이 부박하기 짝이 없습니다."
"덕행이 없는 그들이 정치를 하였으니 폐주가 나왔던 것이고 오늘 나라가 이 모양으로 어수선합니다."
뒤늦게 온 최산두나 박세희, 양팽손도 이 부분에서 동감을 했다. 이들의 생각은 도학에 뜻을 둔 인물들을 중용해야 한다는 쪽으로 자연스럽게 모아졌다. 그러나 이자는 조금 다른 의견을 냈다.
"무오, 갑자년에 맑은 선비들이 희생되어 지금 우리가 인재난을 겪고 있는 것이오. 그러니 군자와 소인이라는 너무 엄격한 기준으로 사람을 찾지 말고 덕행이나 능력이 웬만한 사람이라면 수신이 부족하더라도 쓰도록 해야 합니다. 부족한 부분을 도와주면 더 잘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지난 초여름 경연에서 전하께서 '과거로 사람을 뽑으면 그 재능은 알 수 있지만 행실은 알기가 어렵다. 초야에 있으면서 고도(古道)에 뜻을 두고 과거에 힘쓰지 않은 사람들이 어찌 없겠는가. 대신들이 마땅히 힘써 찾아내어 천거해야 할 것이오' 하고 말씀하셨지만 천거된 사람이 그리 많지 않소. 너무 엄격하게 잣대를 들이대니 그러한 것이오."
조광조의 생각도 이 부분에서는 동지들처럼 까다롭지는 않았다.
"인사가 있으면 간원은 직책상 벼슬아치의 사람됨을 논하게 되지만,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고 일할 만한 사람인데도 사기를 꺾는 일은 삼가야 할 것입니다. 다만 무함을 즐기고 꾀를 내어 일찍이 사람들에게 해를 입힌 사람은 철저히 가려내야 할 것입니다."
"정암, 바로 내 생각도 그렇소."
조광조의 말은 곧 그의 동지들에게 철칙이 되었다. 기준은 성에 차지는 않지만 조광조의 말을 받아들였다. 이자는 아주 만족해했다. 그러나 조정에서 이미 활동하고 있는 재상들 중 일부에 대해서는 그들을 소인배로 규정하는 데 모두 다 주저하지 않았다. 남곤과 심정, 김안로, 홍경주 등이 그들이었다.<계속>
*[정찬주 연재소설] "하늘의 도"는 화순군 홈페이지와 동시에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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