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년 12월 27일 18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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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 갔지만 그 꽃 또 보지 못했네!
[꽃산행 꽃글·끝] 제주도 가는 길 ②
#1 오후 탐사의 주제는 서귀포 근처의 상록수림을 관찰하는 것이다. 고개를 젖힌 채 공중으로 높이 뻗은 훤칠한 나무들을 보았다. 너무 높이 올라간 잎들과 열매는 육안으로 잘 동정이 되질 않아서 주위에 떨어진 작은 단서를 찾기도 했다. 이미 반쯤 썩기 시작한 잎과 열매
이굴기 출판인
우리는 제주도의 속살을 모른다
[꽃산행 꽃글·82] 제주도 가는 길 ①
개천절 연휴를 이용하여 한라산을 비롯한 제주의 식물을 탐사하는 여정에 올랐다. 생물다양성센터에서 주최하는 3박 4일의 식물 기행이다. 짐을 꾸리면서 핸드폰으로 내일의 날씨를 검색하는데 아주 낯선 이름이 등장했다. 피토라고 했다. 태풍의 이름이었다. 피토는 제주 먼
당신의 '마지막 문장'은 무엇입니까?
[꽃산행 꽃글·81] 소나기 마을에서
올해 여름 날씨가 아주 변덕스러웠다. 장마도 제법 길었다. 1년에 한 번 있는 사촌 형제들과의 모임을 양평 어느 계곡에서 물놀이를 겸해서 했다. 오랜만에 만난 형님, 누이들과 옛날이야기를 하면서 재미있게 놀았다. 하룻밤을 자고 그냥 헤어지기는 서운해서 어디를 갈까
감기 날릴 보리수나무 열매에 얽힌 추억
[꽃산행 꽃글·80] 해인사에서 만난 보리수나무 열매
콜록콜록. 몇 해 만에 감기에 걸렸다. 으슬으슬 한기는 없었지만 기침이 요란하게 몸 안에서 나왔다. 가래도 몹시 집요하게 끓었다. 땅에 떨어져 지독한 냄새를 풍기는 은행이 은행나무에서 바람 불 때마다 떨어지는 것처럼 그 좁은 목구멍 안에 웬 그리 많은 기침과 가래가
"보리수나무, 넌 누구냐?"
[꽃산행 꽃글·79] 나무들의 인적 사항
한번 보고 딱 알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우리는 그렇게 생겨 먹지를 못했다. 그냥 한두 번 만나 저절로 알아지는 건 없다. 그것은 우리의 한계이기도 하고, 세상의 작동 방식이기도 하다. 여러 번 보아야 한다. 그렇게 해야 겨우 안면을 익히는 정도이다. 안다는 건 그러고
"하늘에서 물이 나타나 아래로 떨어진다!"
[꽃산행 꽃글·78] 울릉도 봉래폭포 앞에서
산에 가서 골짜기로 올라갈 때 폭포 하나 만나기는 그리 드문 일은 아니다. 어느 산 어느 골짜기인들 저런 절벽 하나 가지고 있어 아찔한 단절과 후련한 굉음을 만들고 싶지 않으랴. 하지만 그게 또 마냥 쉬운 일은 아니라서 지형과 지세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산들도 나름
추석, 이맘때 생각나는 꽃 하나 시 한 편
[꽃산행 꽃글·77] 현호색 생각
두 해 전. 꽃 공부를 하겠다고 처음 들어간 곳은 서울 근교의 천마산이었다. 겨울을 막 빠져나왔지만 희끗희끗한 잔설이 보이고 꽃샘추위가 매서운 날씨였다. 그곳에서 태어나고 처음으로 작정을 하고 본 꽃들이 있었으니 그중의 하나가 점현호색이었다. 임도를 따라 올라가
섬꽃 한 송이에 술 한 잔, 백령도로 순간 이동!
[꽃산행 꽃글] 백령도에서 만난 꽃과 술병
식탁 위에 있는 허리가 잘록한 물병. 저 병에 지금은 물이 들어 있지만 어제까지만 해도 독한 백주(白酒)가 들어 있었다. 물론 그 전에는 공장에서 주입된 청량음료가 들어 있었다. 말하자면 저 병은 며칠 만에 세 번의 변신을 거듭한 셈이다. 참 썩기 어렵다는 플라스틱 병
보라색 꽃으로 치장한 특별한 논
[꽃산행 꽃글·75] 물옥잠표 쌀
날씨 참 좋다. 싱그러운 들판을 걸어가면 햇빛의 알갱이가 잘 여문 벼 이삭처럼 하늘에서 마구마구 쏟아지는 것 같다. 겨드랑이를 파고드는 삽상한 공기들. 이 툭진 기운을 짓기 위해 올 여름이 그렇게 뜨거웠나 보다. 이제 고슬고슬한 고두밥을 제대로 익혀놓고 굴뚝을 빠져
"잊으라, 모든 것을 잊으라!"
[꽃산행 꽃글·74] 무궁화 그늘에서
여기는 강화도 고려산. 전날에는 석모도에서 수생, 염생 식물을 관찰하고 오늘은 역사의 흔적이 가득한 이 야트막한 산을 올랐다. 미꾸지 고개에서 올라 정상을 거쳐 백련사까지 일주하는 코스였다. 능선을 따라 걷는 길이라 좌우로 서해 바다가 훤히 보이고 북으로 눈길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