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노조위원장과 사무국장의 단식농성 5일째를 맞고 있는 <시사저널>의 한 기자가 최근 있었던 노 대통령과 언론단체 대표들과의 '맞장토론'을 본 소감을 밝혔다.
"나라는 망해가는데 고담준론 즐기는 사대부들 같았다"
<시사저널>의 고재열 기자는 시사모(시사저널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회원들에게 이메일로 보낸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시사저널> 기자들의 릴레이 편지'에서 이날 토론회에서 대해 "비유하자면 임기를 반 년 정도 밖에 남겨놓지 않은 망해가는 명나라(노무현 정부)와 시급한 국방(언론자유) 문제는 팽개친 조선 사대부들이 공허한 고담준론을 즐기는 듯한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고 기자는 "이날은 <시사저널> 기자들이 청나라(삼성)의 기사 삭제 침입을 받고, '펜은 돈보다 강하다'는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농성하기 시작한 지, 꼭 1년이 되는 날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 무의미한 대화를 보면서 제가 오직 하나 관심을 가졌던 것은 우리 <시사저널> 문제가 회자되느냐 마느냐하는 것"이라며 "인터넷 기자협회 이준희 회장이 잠깐 언급해 주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이라는 칸으로 대표되는 자본권력의 언론통제 문제가 우리 언론계의 가장 시급한 현안"이라면서 "그 칸에 봉사하는 선봉장 용골대, 금창태 <시사저널> 사장 같은 사주(혹은 경영진)의 편집권 간섭으로부터 기자들이 '내적 자유'를 확보하는 것이 지금 우리 앞에 놓인 숙제"라고 주장했다.
그는 "기자실을 두느니 마느니 싸우는 기자들의 모습은 나라가 망해가는데 성리학과 양명학을 놓고 싸우는 사대부들의 모습과 그대로 겹쳤다"고 덧붙였다.
"<시사저널> 정신 간직한 새 매체 창간하겠다"
고 기자는 "이제 파업 기자들에게는 '죽어서 아름다울 것인가, 살아서 더러울 것인가' 하는 두 가지 길이 있다"면서 "파업기자들은 예외 없이 죽어서 아름다운 길을 택했다. 우리는 심상기 회장의 집을 우리가 죽어야할 남한산성으로 삼았다"고 심 회장 집 앞에서 농성을 벌이는 의미에 대해 밝혔다.
그는 "우리는 <시사저널> 기자의 이름으로는 죽지만 다시 아름다운 기자의 이름으로 부활할 것"이라면서 "<시사저널> 제호는 가져오지 못하더라도 <시사저널> 정신을 간직한 새로운 매체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고 기자는 파업 기자들의 <시사저널> 퇴직금을 모아 새 매체 창간을 위한 초기 자본금으로 삼기로 했다면서 "우리의 운명을 독자들에게 맡기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6월 삼성 관련 기사를 금창태 사장이 편집국장의 동의없이 일방적으로 삭제하면서 불거진 <시사저널> 사태는 이제 1년을 지나 막바지에 치닫고 있다. <시사저널> 노조는 지난 18일부터 기사 삭제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사측의 매각 시도를 규탄하면서 서울 북아현동에 위치한 심상기 회장의 집 앞에서 무기한 단식 농성을 벌이고 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