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열린우리당이 <시사저널> 사태 해결을 위한 진상조사단을 결성한 데 이어 일부 야당 의원들도 이번 사태에 대한 해결을 촉구하고 나섰다.
한나라당 대선 경선 출마 의사를 밝히고 있는 고진화 의원은 2일 서울 태평로 삼성 본관 앞에서 언론노조가 개최한 '자본 권력 삼성의 언론통제 규탄 기자회견'에 참석해 "국민들은 언론사 경영진과 광고주를 위해 언론자유를 쟁취한 것 아니다"면서 <시사저널> 사태를 유발한 삼성과 <시사저널>의 경영진을 싸잡아 비난했다.
고 의원은 "광고를 얻기 위해 언론 자유를 버리는 구시대적 경영관이 21세기에 어떻게 있을 수 있나"라며 "현대판 분서갱유 사태가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동당의 천영세 의원은 "우리는 오늘 대선 자금도 아니고, 정경유착도 아니고, 제왕적 경영권 문제도 아닌 삼성의 '언론통제'를 규탄하기 위해 삼성 본관 앞에 섰다"며 "정치인들은 이 문제에 계속 관심을 가질 것이며 2월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정치문제화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사저널> 사태는 지난해 7월 편집국장의 동의 없이 삼성 관련 기사가 삭제되며 불거졌으며 기자들은 지난 달 5일부터 '편집권 독립 장치 마련'을 주장하며 파업을 전개하고 있다.
"<시사저널> 사태는 언론-자본 관계의 시금석 될 것"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다른 이들 역시 삼성의 '대언론정책'에 대한 우려와 비난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SBS 최상재 노조위원장은 "삼성은 어느 기업보다도 투입비용 대 산출비용 계산을 잘 하지 않나"라며 "사회공헌팀을 운영하는 등 그렇게 노력해도 삼성에 대한 미움을 갖는 이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삼성은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향신문>의 이중근 노조위원장은 "과거에는 군부가 총칼로 언론을 억압했다면 이제는 삼성이 밧줄로 언론의 목을 죄고 있다"며 "<시사저널> 사태는 앞으로 언론과 자본이 맺을 관계에 대한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24일 <시사저널> 사태를 우려하며 성명서를 발표했던 아주대 교수 33명을 대표해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 학교 김철환 교수(경제학)는 "과거에는 언론인들이 정치권으로 갔다면 이제는 삼성으로 간다"며 "정치권력이 빠진,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그 자리를 이제 자본권력이 차지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삼성, 주최 측에 과잉 대응, 사과 거부
한편 이날 기자회견을 저지하려는 삼성 경호원들과 주최 측 사이에 승강이가 벌어져 기자회견이 예정보다 10여분 늦게 시작됐다.
경호원들은 완력으로 주최 측의 차량을 밀어내려고 시도했으며 이에 항의하는 주최 측을 밀쳐 넘어뜨리기도 했다. 넘어졌던 <시사저널>의 기자가 사과를 요구하자 자리를 피하던 경호원들은 쫓아오는 기자를 완력으로 다시 밀어내고 욕설을 하며 사과를 거부했다. 이를 취재하던 MBC 카메라맨에게는 '초상권 침해'라며 촬영 중이던 카메라와 마이크를 뺏으려고도 했다.
취재진 및 기자회견 주최 측에 대한 삼성 직원들의 과잉 대응과 사과 거부는 오래 전부터 논란을 빚어 왔다. 삼성은 지난해 12월 직원들이 취재진을 폭행해 다음날 일부 임원진이 기자실을 찾아 사과하는 일도 있었다.
당시 삼성 직원들은 서울고등법원에서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발행' 결심공판을 마치고 나온 허태학 전 에버랜드 사장과 박노빈 현 사장를 취재하던 기자들의 카메라를 틀어막고 밀치는 등 격렬하게 취재를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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