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저널> 금창태 사장이 6일 서울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해 6월 <시사저널> 사태가 불거진 이후 금창태 사장이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시사저널 사태의 진실을 밝힙니다"라는 제목의 기자회견문 낭독을 통해 지난해 삼성 기사를 삭제하게 된 경위와 직장폐쇄 조치를 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금 사장의 기자회견이 끝난 직후 <시사저널> 노동조합은 같은 건물에 있는 전국언론노동조합 사무실 내에 마련된 임시사무실에서 반박기자회견을 열었다. 문제의 삼성 관련 기사를 썼던 이철현 기자는 "이제 거짓과 진실의 싸움이 됐다고 본다"며 금 사장의 기자회견 내용이 사실과 전혀 다르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삼성 기사 삭제 사건'을 둘러싼 당사자 간 의견이 공개석상에서 또 한번 맞부딪힌 가운데 <시사저널> 사태는 좀처럼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창태 "삼성 기사 삭제 지시? 검증 요구했을 뿐"
금 사장은 이날 기사 삭제 경위에 대해 "문제된 기사는 S그룹의 인사가 특정인 한사람의 자의에 의해 원칙, 능력과 상관없이 전횡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내용이었다"며 "이 기사의 원고를 검토한 끝에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어 그 기사를 보류하고 더 철저한 검증을 거친 후 다시 논의하자고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익명의 제보를 바탕으로 하고 있어 소스의 신뢰성 문제 △거론되는 당사자들의 직접 코멘트나 반론이 한 줄도 없다는 점 △내용의 상당부분이 사실을 왜곡하고 있었다는 점 등을 기사의 문제로 지적했다.
그는 "<시사저널>에는 뼈 아픈 경험이 여러 차례 있다"며 여의도 순복음교회 기사를 다뤘을 당시 자신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기사가 나가 순복음교회가 <시사저널>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던 사례를 언급했다.
그는 "이런 사태를 예방하려고 (삼성 기사에 관해) 편집국장과 수차례 협의했으나 편집국장은 기사를 인쇄소에 넘겨버린 뒤 사장과 회장의 전화를 받지 않고 퇴근해버렸다"며 "마감시간이 지난 급박한 상황에서 저는 편집인의 직무상 권한으로 인쇄소에 연락해 기사를 빼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노조의 파업으로 언론 중단되는 전례 남기지 않겠다"
또 그는 직장폐쇄 경위에 대해 "단체 교섭 중 일방적으로 파업을 선포한 노조가 회사 사무실과 비품, 통신시설 등을 이용해 편집인과 편집장(직무대리), 그리고 비노조원들이 발간하고 있는 <시사저널>의 제작을 방해하고, 비노조 편집위원들과 경영진을 비방하는가 하면, 촛불시위를 하는 등 온갖 불법행위를 저지르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회사 측은 파업 후 2주일 이상 인내하며 수차례에 걸쳐 이런 불법 행위의 중지를 노조 측에 호소하고, 업무에 복귀할 것을 종용했으나 응하지 않아 부득이 파업노조원의 사무실 출입을 막는 '부분 직장폐쇄조치'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시사저널>은 노조의 파업으로 참으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광고, 판매, 고객지원, 총무부서, 그리고 비노조 제작진들이 일체가 돼 <시사저널>을 지키겠다는 일념으로 제작에 임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시사저널>은 힘들지만 차질없이 발행될 것"이라고 거듭 밝혔다.
그는 "노조의 파업으로 언론이 중단되는 불명예스런 전례를 결코 남기지 않겠다"고도 덧붙였다.
기자회견문 낭독이 끝나자 기자들은 "발표한 내용은 이미 누차 배포했던 자료와 거의 다르지 않다"며 기자회견을 열게 된 이유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그런가 하면 한 기자는 "금 사장은 지난해 6월 가진 인터뷰 당시에는 기사 자체를 읽지 않고서 유보를 지시했다고 답한 바 있다"며 "당시 인터뷰와 지금 말한 내용이 다르지 않나"라고 묻기도 했다.
이에 대해 금 사장은 "편집인이 기사를 읽지 않고 어떻게 그런 지시를 할 수 있나"라며 "기자가 잘못 알았다"고 답했다. 그러나 기자가 재차 인터뷰 내용을 확인하며 기자회견문의 사실성 여부를 묻자 "그것은 우리 회사 내부의 문제"라며 "다른 질문을 해달라"고 답했다.
또 다른 기자가 기자회견문에 노조와의 협상 부분이 빠져 있는 점을 지적하며 협상 경과를 묻자 금 사장은 "우리는 항상 대화의 문을 열어놓고 있다"며 "기자들의 정당한 주장이 반영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이어지는 기자들의 질문을 뿌리친 채 회견장을 떠났다.
노조 "공개석상에서 거짓말 한 책임 물을 것"
이에 대해 '반박 기자회견'을 연 <시사저널> 노조는 "금창태 사장의 주장은 한마디로 진실을 호도하는 거짓말"이라고 거세게 비난했다.
노조는 "금창태 사장은 당시 삼성 그룹으로부터 전화를 받자마자 이윤삼 편집국장을 불렀으며 해당 기사를 쓴 이철현 기자에게는 기사를 보기도 전에 이학수 삼성 부회장과의 친분을 들어 기사를 쓰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며 "보완 후 게재를 지시했다는 금 사장의 항변은 거짓"이라고 밝혔다.
또 노조는 "금 사장은 이철현 기자에게 이미 '삼성의 전화를 받고 알았다'고 말했으며 그 사실을 공공연히 인정해왔다"며 "그런데 기자회견에서는 그것을 인정했다는 사실마저도 공공연히 부인하는 몰양식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당시 이윤삼 편집국장은 기사 삭제를 결정하는 회의가 열리던 시간에 평소대로 편집국에서 야근을 하고 있었다"며 편집국장에게 연락이 닿지 않아 기사 삭제 결정을 알리지 못했다는 발언 또한 '거짓말'이라고 밝혔다.
노조의 이 같은 주장은 지난해 6월 당시 노조와 금창태 사장 양측에 대한 인터뷰를 토대로 작성했던 <프레시안>의 기사(내용보기)와도 일치하는 대목이다.
또 노조는 직장폐쇄 조치 경위에 대해서도 "<시사저널> 편집국은 서울 서대문 사거리 부근에 있고 현재 <시사저널> 발간을 주도하고 있는 별도 편집국은 용산 서울문화사 부근 별관 사무실에 차려져 있다"며 "<시사저널> 기자들은 회사 관계자의 출입을 금하거나 불법 점거한 사실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기자들의 무도한 행위로 영업 행위를 하지 못했다고 표현한 것에 대해 경악을 금치 못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노조는 "(금 사장이) 오늘 공개석상에서 거짓말을 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직장 복귀 역시 원칙 없이 하지 않겠으며 이번 사태의 원인에서부터 문제를 깨끗이 마무리짓겠다는 원칙을 지킬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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