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명이 넘는 교수들이 'KTX 승무원 직접고용을 촉구하는 교수모임'에 참여해 철도공사가 KTX 여승무원들을 직접고용해야 하는 이유를 적극 주장하고 나서자, 철도공사가 이에 반박 자료를 내는 등 본격적인 논쟁이 펼쳐지고 있다.
특히 KTX의 승객 안전 문제에 대한 철도공사의 답변이 논란을 일으킬 전망이다. 교수모임은 지난 25일 서울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화재 등의 위급한 상황에서 총 18량에 길이만 388m에 이르고, 1000여 명에 달하는 승객의 안전을 1인의 열차 팀장이 도맡아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교수모임은 승무원의 인터뷰를 통해 "만약 화재가 났을 때 18개의 문이 열리고 닫히는지 확인하고, 승객들이 제대로 내리는지 확인해야 하며, 승객 중에는 장애인, 노약자, 환자도 있는데 어떻게 이를 열차 팀장이 모두 확인하고 처리하느냐"며 "열차팀장과 승무원이 한 기관에 소속돼 유기적인 팀웍을 유지해야 한다"고 '직접고용'을 주장했다.
철도공사 "안전 협조 승객도 정규직 채용해야 하나"
하지만 철도공사는 26일 즉각 반박자료를 내고 "만약 열차에 불이 나는 이례적 상황이 발생한다면, 승무원은 물론이고 KTX에 타고 있는 승객들 모두가 협력해서 안전을 위해 불을 끌 것"이라며 "따라서 이례적인 상황을 기준으로 승무원들이 안전업무를 담당하기 때문에 공사 정규직으로 고용해야 한다는 것은 KTX에 탑승하는 철도공안, 검수원, 판매원 등 소속과 업무가 다른 사람들 모두를 철도공사가 직접고용해야 한다는 논리"라고 주장했다.
철도공사는 "나아가 안전을 위해 협조한 승객들조차도 공사 정규직으로 채용해야 한다는 억지논리와 같다"고 덧붙였다.
철도공사는 또 "교수모임의 주장은 업무설계의 기본 원칙에서 벗어나는 것으로 업무설계는 긴급상황 등 이례적인 상황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정상적인 상황과 상시적인 업무를 바탕으로 해야 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결국 이와 같은 설명은 철도공사가 열차 화재와 같은 위급한 상황에 대해 '승객들이 협력해서 안전을 위해 불을 끌 것'이라는 시민의 자발적 선행을 전제로 업무 대응구조를 설계했음을 드러내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또한 이러한 위급상황에서 장애인이나 노약자, 환자들도 선량한 시민들이 알아서 구조할 것이라는 기대에 근거하는 것이다.
더군다나 대구지하철 화재와 같은 끔찌한 인재(人災)를 겪은 상태에서 철도공사의 안이한 태도는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여승무원의 불법파견 여부와 관련해 철도공사 소속의 열차팀장의 여승무원에 대한 업무지시 여부가 관건이었고, 노동부는 "일부 업무지시가 있지만 여승무원의 기본적인 업무는 서비스에 한정돼 열차팀장과 다른 업무를 하고 있다"는 이유로 합법파견 결정을 내렸었다. 즉 여승무원에 대한 외주위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열차팀장이 여승무원의 업무에 절대 간섭해서는 안 된다.
특히 화재와 같은 위급 상황에서 여승무원들이 승객들의 대피에 도움을 줘도 '업무'가 아니라 '선행'이 되는 것이다.
철도공사 "3급이상 임직원 정당한 노동의 대가…반자본주의적 발상"
또한 교수모임의 "평균연봉 7500만 원의 3급 이상 직원의 임금인상률 1%만 인하해도 400여 명의 여승무원들을 직접고용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철도공사는 '반(反)자본주의적 발상'이라고 반박했다.
철도공사는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 개인의 정당한 노동에 의한 대가를 자발적 동의에 의하지 않는 방법으로 분배하라는 것은 법을 어기라는 것이고 사회통념에도 어긋나는 것"이라며 "이는 누가 봐도 반자본주의적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정당한 노동에 의한 대가'라는 부분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다. 과연 3급 이상의 임직원의 급여와 비교해 1/5 수준에 불과한 여승무원들의 연봉 1500만 원은 과연 정당한 노동의 대가인지도 되물어볼 대목이기 때문이다.
철도공사의 반박자료를 접한 교수모임 관계자는 "완전 코메디 수준"이라며 29일까지 재반박 자료를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교수모임은 31일까지 철도공사와 정부의 직접고용 요구에 대한 입장을 들어본 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공개토론 제안 등 전면적인 활동에 나선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철도공사의 이번 반박자료를 통해 사실상 교수모임의 요구를 거부한 것이어서 교수모임이 어떤 활동을 펼치게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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