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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문제 외면한 것 반성"…교수들, 거리로…

KTX 여승무원 지지교수 167명으로 늘어 "직접고용해야"

지난 달 27일 74명의 교수들이 KTX 여승무원을 철도공사가 직접고용해야 한다는 의견서를 제출했으나 노동부는 '합법파견'이라는 결론을 내렸고, 철도공사나 정부는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이에 기존 74명의 교수에 다시 93명이 늘어 총 167명이 KTX 여승무원의 직접고용을 촉구하고 나섰다. 특히 9월에는 의견서만 제출했으나, 이번에는 직접 거리에 나섰다.

'KTX 승무원 직접고용을 촉구하는 교수모임'은 25일 서울역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KTX 여승무원에 대한 성차별적 불법고용을 해결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는 여승무원들을 직접고용하는 것"이라며 "이는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으로 거듭 확인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노동부와 철도공사는 10월 31일까지 KTX 여승무원 직접고용에 대한 약속을 할 것과 그러한 약속을 이행할 계획을 발표하라"고 다소 도발적인 요구를 하는 등 매우 적극적인 자세로 KTX 승무원 문제 해결에 나섰다.

"침묵으로 방관해온 책임 통감가능한 모든 역할 다 할 것"

일반적으로 '거리에 나서는 것을 싫어한다'고 알려진 교수들이 이렇게 직접 거리에 나선 데에는 '지식인으로서의 반성'이 큰 몫을 했다. 이들은 "KTX 여승무원들이 최소한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힘겹게 싸워 오는 동안 우리 교수들은 침묵으로 방관해 왔다"며 "오늘 우리는 지식인으로서의 책임을 통감하며, 부끄러운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어 "비록 늦었지만,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으로 KTX 여승무원들의 정당한 요구가 이뤄질 때까지 우리는 지식인으로서 할 수 있는 가능한 모든 역할을 다 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조은 동국대 교수는 "여기 뒤에 있는 승무원들도 우리를 거쳐 사회에 나갔을 것"이라며 "이렇게 많은 실업자를 키워냈다고 생각하면 낯이 뜨겁고, 왜 이들을 위해 진작 나서지 못했나 부끄럽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또 "철도공사 간부가 여승무원들더러 '정규직 달라 떼쓴다'고 했다는데, 이들이 떼쓰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론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교수들의 임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는 "이들의 거칠고 기나긴 투쟁에 지식인들이 동참하지 못한 것을 뼈저리게 반성한다"며 "같이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하겠다"고 다짐했다.

▲ KTX 여승무원들과 함께 서울역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KTX 여승무원 지지' 교수들.ⓒ프레시안

"KTX 사건, 노무현 정부의 수준과 성격 보여줘"


KTX 여승무원 문제가 단지 240일이 넘게 싸움을 벌이고 있는 350여 명의 해고 여승무원들의 처우 문제만이 아니라 현 한국사회의 노동과 안전에 관한 의식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사회적 사건'이라는 점도 170여 명의 교수들이 직접 거리에 나서게 된 배경이다.

조한혜정 연세대 교수는 "이 사건은 노무현 정권의 수준을 보여주는 사건이고, 이 정부를 어떻게 불러야할지 알려주는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조한혜정 교수는 "노무현 대통령은 '일단 아이를 낳기만 하면 국가가 길러주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대통령에 당선됐으나, 현 정부의 여성의 노동에 대한 정책을 보면 열악하기 그지 없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여성 노동에 관한 적극적인 문제제기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중기 한신대 교수는 "서명에 참여한 교수들은 우리나라의 노동관계 정책과 법제도를 생산하는 분들"이라며 "이들이 불법파견임을 이론적으로 증명하고 직접고용의 필요성과 가능함을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공공연히 허위 주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 교수는 특히 "지난 89년 국회의원이던 이철 철도공사 사장은 당시 전교조가 결성될 때 노태우 정권의 전교조 탄압에 맞서 정부의 탄압계획 문건을 발굴해 폭로하는 등 노동계에 큰 힘이 됐던 인물이고, 그 위의 이상수 노동부 장관은 노동탄압에 맞서 항상 앞장서서 투쟁하던 노동 변호사 출신이며, 그 위의 한명숙 총리는 70년대 말 박정희 정권 시절에 여성노동운동을 하다 구속됐던 인물이고, 그 위의 노무현 대통령은 노동인권 변호사로 국회의원으로 이름을 날렸던 인물"이라며 "그런데 KTX 문제 하나 해결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 한심스럽다"고 말했다.

"철도공사 3급이상 연봉 인상률 1% 줄이면 여승무원 400명 직접고용 가능"

한편 이화여대 조순경 교수는 "철도공사가 KTX 여승무원들을 직접 고용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하나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있다"고 거듭 주장했다.

조 교수에 따르면 2005년 기준으로 철도공사 3만여 명의 직원 중 3급 이상이 9500여 명이고, 이들의 평균연봉은 7400만 원이다. 반면 KTX 여승무원의 연봉은 1500만 원 수준이다. 조 교수는 "당시 이들의 임금인상률이 6.6%였는데, 임금인상률을 1%만 줄여도 400여 명의 여승무원을 직접 정규직으로 고용하고도 남는다"고 주장했다.

조 교수는 또 "기획예산처에서 공기업 경영평가를 한 결과 철도공사가 하위에 쳐져 직원들 보너스가 200%로 제한됐는데, 전체 보너스만해도 1000억 원에 이르고, 그 중에 1/20만 써도 여승무원들을 직접 정규직으로 고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철도공사의 여성고용비율이 5% 수준으로 전체 공기업 중 최하위"라며 "여성고용 의무 조항을 이행하기 위해서라도 현재 남아 있는 정원 500여 명을 여승무원들을 직접 고용해 채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예 열차에 '승객의 안전을 책임질 수 없다'는 경고 문구 새겨라"

▲ 18량 1000여 명의 승객의 안전을 팀장 혼자서 책임진다? KTX 승객 안전을 위해 여승무원을 철도공사에서 직접 고용해 승무업무 자체가 철저한 팀웍에 의해 수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프레시안

모임에 참여한 교수들의 전공도 다양하다. 사회학, 여성학, 경제학, 법학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망라돼 있다. 그 중에서도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교통공학을 전공하는 조중래 명지대 교수가 눈에 띄었다. 조 교수는 승무원의 고용형태와 열차 안전의 역학관계에 대해 역설했다.

'교통 전문가'여서 철도공사에도 아는 사람이 많다는 조 교수는 "KTX는 18량이 연결돼 길이만 388m에 이르고 1000여 명의 승객을 태우고 가는데 철도공사 소속의 팀장 한 명과 철도유통 소속의 승무원 2~3명(경부선 3명, 호남선 2명)이 승무업무를 담당하며 승객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다"며 "그러나 이번 노동부의 불법파견 여부 판정과 철도공사의 해명에 따르면 승객안전은 오로지 팀장만 책임지고, 승무원들은 아무런 지시도 받지 않고 오직 서비스에만 종사하도록 돼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팀장 혼자서 1000여 명의 승객 안전을 책임지라는 말이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이어 "승무원의 업무는 안전관리가 핵심"이라며 "안전관리가 제대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긴급상황에서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팀장과 승무원들의 팀웍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이어 "그러나 현재 외주위탁된 체계는 병원에서 의사와 간호사의 소속기관이 달라 서로 의사소통을 하지 않고 환자를 돌보게 하는 것과 같은 짓"이라고 비판했다.

조 교수는 또 "철도유통에서는 KTX 잡지에 대피방법이 설명돼 있다고 변명하고 있으나, 이는 승객들더러 위급 상황에 '알아서 살아나라'는 얘기나 마찬가지"라며 "담배 갑에 표시돼 있는 경고 문구 처럼, 철도공사는 아예 열차에 '이 열차는 승객의 안전을 책임질 수 없다'고 경고 문구를 표시하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철도공사는 '동북아시대 선도하는 세계 철도'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갖고 있는데, 이 정도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는 철도공사가 어떻게 러시아와 중국, 나아가 유럽의 철도와 경쟁하겠다는 것인지 한심스럽다"고 꼬집었다.

◇9월 25일 의견서 제출 당시의 'KTX 승무원 직접고용을 촉구하는 교수모임' 참여 교수.(74명)

강남훈(한신대), 강이수(상지대), 강현수(중부대), 권인숙(명지대), 김경희(중앙대), 김명연(상지대), 김상곤 (한신대), 김세현(상지대), 김수진(이화여대), 김수행(서울대), 김순영(성공회대), 김영연(상지대), 김용창(세종대), 김원열(성균관대), 김은실(이화여대), 김의섭(한남대), 김종서(배재대), 김창호(동의대), 김철홍(인천대), 김한성(연세대), 김홍기(한남대), 노중기(한신대), 도지호(김천대), 류종영(목원대), 민완기(한남대), 박거용(상명대), 박경(목원대), 박동혁(동의대), 박정원(상지대), 배은경(서울대), 변창흠(세종대), 서관모(충북대), 서도식(서울시립대), 서유석(호원대), 송주명(한신대), 송태복(한남대), 신광영(중앙대), 신원철(부산대), 심상완(창원대), 양현아(서울대), 오용록(서울대), 오정진(부산대), 우기동(건국대), 유병제(대구대), 이광택(국민대), 이상수(한남대), 이상철(성공회대), 이성대(안산공대), 이승협(중앙대), 이영자(카톨릭대), 이은희(충북대), 이재승(전남대), 이종구(성공회대), 이화영(서일대), 이희영(성공회대), 장덕조(서강대), 전지용(조선대), 전호근(호서대), 정명기(한남대), 정세은(충남대), 정승국(승가대), 조돈문(가톨릭대), 조순경(이화여대), 조은(동국대), 조주현(계명대), 조한혜정(연세대), 주은우(중앙대), 채종화(부산경상대), 최유진(경남대), 최인이(이화여대), 최정우(목원대), 최현(성공회대), 홍장표(부경대)
▲ 교수들은 "KTX 여승무원들이 최소한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힘겹게 싸워오는 동안 우리는 침묵으로 방관해왔다"며 "지식인으로서의 책임을 통감하며, 부끄러운 마음으로 기자회견 자리에 섰다"고 고백했다.ⓒ프레시안

◇추가로 모임에 동참한 교수.(93명. 총 167명)

강민아(이화여대), 강인순(경남대), 강희경(충북대), 강정구(동국대), 공미혜(신라대), 구자순(한양대), 금인숙(충북대), 김갑선(성균관대), 김경일(한국학중앙연구원), 김경화(카톨릭대), 김명수(한양대), 김민정(강원대), 김상률(숙명여대), 김성례(서강대), 김성훈(이화여대), 김소영(한국종합예술학교 영상원), 김수영(중앙대), 김영화(경북대), 김양희(한국여성개발원), 김인춘(연세대), 김종덕(경남대), 김종엽(한신대), 김철규(고려대), 김태현(성신여대), 김현미(연세대), 김혜경(전북대), 김혜순(계명대), 나간채(전남대), 나윤경(연세대), 노승희(전남대), 남춘호(전북대), 문현아(여성문화이론연구소), 민경배(경희대), 박경태(성공회대), 박기남(상지대), 박노영(충남대), 박상언(충북대), 박신의(경희대), 박재신(독일 베를린 자유대학), 박준식(한림대), 방혜신(서강대), 변인경(주성대), 변혜정(이화여대), 손장권(고려대), 손지아(가야대), 손현숙(신라대), 송다영(호서대), 신경아(상지대), 신병현(홍익대), 안진(광신대), 야마시다 영애(일본 리츠메이칸대), 염미경(제주대), 원재연(연세대), 유철인(제주대), 윤덕희(명지대), 윤명희(부산대), 윤민재(서울대), 윤진호(인하대), 이경순(전남대), 이덕로(서원대), 이문숙(서울사이버대), 이상화(이화여대), 이송희(신라대), 이영숙(한림대), 이영희(가톨릭대), 이은진(경남대), 이정순(이화여대), 이주희(이화여대), 이화영(서일대), 이희영(성공회대), 임상훈(한양대), 임운택(계명대), 임인숙(고려대), 임춘성(목포대), 임희숙(아시아기독교문화연구소), 장덕조(서강대), 장미경(전남대), 장상환(경상대), 장세훈(동아대), 장지연(한국노동연구원), 전성우(한양대), 전지용(조선대), 전호근(호서대), 정근식(서울대), 정명기(한남대), 정성기(경남대), 정은(현도사회복지대), 정태석(전북대), 정태식(경북대), 조성숙(한국가족문화원), 조중래(명지대), 조형제(울산대), 조효래(창원대), 진수미(경북대), 최태룡(경상대), 한경희(연세대), 한내창(원광대), 한상진(울산대), 허라금(이화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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