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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맵 합의, 한국노총에 부메랑 돼 돌아올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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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맵 합의, 한국노총에 부메랑 돼 돌아올 수도"

'노사관계 로드맵 드라마' 총연출한 이용득 위원장의 득과 실

노사관계 법·제도 선진화방안(로드맵)은 결국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의 계획대로 마무리 됐다. 국제노동기구(ILO) 아시아·태평양 지역 총회장을 박차고 나온 이용득 위원장은 노사정 대표자회의 불참을 선언했지만 그 이후 지난 2일 '복수노조 허용,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등 로드맵의 핵심 쟁점 두 가지를 5년 동안 다시 유예하기로 경영계와 전격적으로 합의하며 반전드라마를 연출해 냈다.
  
  이용득 위원장의 '돋보인' 정치력…과연 '득' 될까?
  
  정부는 한국노총과 경영계가 합의한 '5년 유예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내년부터 두 쟁점사안의 시행을 바탕으로 한 정부안의 단독입법예고를 강행할 것을 시사했지만 결국 정부마저도 이용득 위원장 앞에 무릎을 꿇었다. 유예기간을 3년으로 줄이겠다는 이용득 위원장의 카드를 노동부가 수용한 것이다.
  
  더욱이 11일 오전까지만 하더라도 단식 기자회견까지 열면서 협상결렬을 준비하던 이용득 위원장이었다. 그런데 돌연 정부가 '이용득의 카드'를 수용하면서 이날 오후 민주노총을 제외한 노사정 대표자들은 악수를 하며 '노사정 대타협 선언문'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파국'과 '극적 합의'를 반복하며 미궁 속에 빠져들었던 로드맵 협상이 정부의 '이용득 카드' 수용으로 끝내 마무리되자 노동계 안팎에서는 이번 합의가 한국노총과 경영계, 정부의 '정치적 야합'이라는 거센 비판 가운데서도 "이용득의 정치력이 돋보였다"는 평가가 나왔다. 자신이 총연출한 드라마에서 끝까지 주인공 자리를 지켜낸 이용득 위원장의 협상력에 대한 찬사였다.
  
  이번 합의로 복수노조 시대에 대해 두려움을 갖고 있던 삼성, 포스코 등 일부 대기업들은 한시름을 덜게 됐고 정부도 노정관계를 파국으로 치닫게 했다는 비판에서는 놓여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아무리 뒤집어 보고 돌아 봐도 이 두 주체 역시 이용득 위원장이 연출한 드라마의 조연일 뿐이었다.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그렇다.
  
  그러나 노동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곰곰이 따져보면 과연 이번 합의의 최종 승자가 이용득 위원장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이용득 위원장 스스로 이번 합의의 역풍을 맞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재계 패러다임에 한국노총이 말려든 꼴"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은 "외형상으로는 한국노총이 절실하게 원하던 두 가지가 모두 실현된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재계가 옛날부터 파 놓은 함정에 결국 노동계가 놀아나고 있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문제는 10년 전부터 재계가 복수노조 허용을 막기 위해 함께 걸어놨던 것인데 이 패러다임에 한국노총이 말려들었다는 것이다.
  
  김유선 소장은 복수노조의 경우 단결권의 문제로 ILO에서도 수 차례 권고한 바 있는 사안으로 노조 전임자 임금 문제와 함께 논의될 성격의 사안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김 소장은 "결국 이번 합의는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에 묶여 노조의 자주적인 단결권을 한국노총이 스스로 포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스스로 '개혁의 기회' 발로 차버린 이용득 위원장의 '아쉬운' 행보
  
  더욱이 한국노총이 조직의 사활을 걸고 있는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의 경우도 이번 합의로 3년간 유예된 것일 뿐이라는 데에 또 한 가지 고민이 있다. 당장은 안도의 한 숨을 내쉬고 있지만 3년 후면 다시 위기감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노사관계연구본부장은 "이번 기회를 잘 살렸다면 한국노총의 내부 개혁에 도움이 될 수 있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한국노총 스스로 빠르게 변화하는 외부 환경에 적응력을 갖출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스스로 지연시킨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노조전임자 문제의 경우 특히 단계적으로 줄이는 방안 등 다양한 방법을 협상장에서 사용할 수 있었고 이번 기회로 한국노총의 내부 개혁을 역설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용득 위원장은 그러지 못했다.
  
  더욱 아쉬운 것은 지난해 2월 재선된 직후 "3년 동안 한국노총을 많이 변화시키겠다"며 개혁의 바람을 다짐했던 이용득 위원장이 '개혁의 기회'를 스스로 발로 차버렸다는 점이다.
  
  배규식 본부장은 이같은 면에서 이번 합의를 주도한 이용득 위원장의 행보에 "아이러니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산별체제로의 전환을 통해 노조 전임자 문제 또한 풀 기회를 모색해 온 민주노총과 비교해 봤을 때 이용득 위원장의 행보에 대한 아쉬움은 더하다.
  
  배규식 본부장은 "그런 면에서 자칫하면 이 합의가 그대로 한국노총에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양대 노총, 서로 "해체하라" '격앙'…이용득 위원장에게 '실'로 작용할 듯
  
  더욱이 이번 사태의 후폭풍이 노-정 갈등보다 더 격한 양상의 노-노 갈등으로 폭발되는 듯한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12일 양대 노총은 서로를 향해 "해체하라"는 격앙된 구호를 들고 나왔다. 표면적인 이유는 3년 유예 합의에 대한 민주노총의 비판과 민주노총 간부들의 이용득 위원장에 대한 구타 때문이다.
  
  그러나 이같은 노-노 갈등의 격화도 이용득 위원장에게 결코 이로울 것은 없어 보인다. 민주노총과의 공조를 통해 내부 혁신을 도모해 왔던 이용득 위원장이 외부의 적을 만들 경우 3년 후를 대비한 한국노총의 개혁 과제가 탄력을 받을 수 있겠냐는 지적이다.
  
  배규식 본부장은 "앞으로 민주노총과 협력해야 할 일이 적지 않을 텐데 민주노총과 너무 각을 세우고 나가는 것은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라며 "이용득 위원장의 개인적인 커리어로 봤을 때도 그렇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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