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수 노동부 장관 발언의 파문이 확대되고 있다. 노사관계 법·제도 선진화 방안(로드맵)을 위한 노사정 대표자회의가 새달 2일 최종 협상을 가질 예정인 가운데 한국노총이 이상수 장관의 30일 오전 기자간담회 발언을 문제 삼아 제14차 국제노동기구(ILO) 아시아·태평양 지역 총회에서 철수한다고 선언했다.
"어떻게 노사정이 주체가 되는 ILO 총회 중에 그런 행동을…"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은 이날 부산 벡스코 기자회견장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9월 2일까지 공식적인 협상 일정이 아직 진행 중임에도 불구하고 이상수 장관이 협상 내용을 밝히고 '노동계 의견을 수용할 수 없으며 정부안 단독 입법을 추진할 수 있다'고 밝힌 것은 비열한 행위"라고 비난했다.
이 위원장은 "이 장관의 행동은 대화와 타협을 통해 사회적 대화를 추진하려는 노사의 노력을 외면한 채 정부안대로 노사관계를 개편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며 "더욱이 지금은 노사정 3자가 주체가 되는 ILO 총회 기간 중이 아니냐"며 불쾌감을 토로했다.
이 위원장은 "노사정 간의 신뢰와 사회적 대화가 담보되지 않는 한 더 이상 ILO 총회는 노동계에 의미가 없다"며 "가슴 아픈 심정으로 ILO 총회 대표단은 전면 철수한다"고 밝혔다.
한국노총은 새달 2일로 예정된 최종 노사정 대표자회의 참가에 대해서도 "전면 거부를 고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노총의 ILO 아태총회 철수는 이 장관이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로드맵에 대한 노사정 논의에 진전이 없으면 새달 7일 입법예고할 생각"이라고 정부의 단독입법 추진 의지를 밝힌 데 대한 반발이다.
더욱이 이 장관은 이날 기자들에게 협상 결렬시 정부의 계획뿐 아니라 노동계에 민감한 문제인 직권중재 폐지와 관련해 "필수공익사업장에서 직권중재를 폐지하는 대신 혈액과 항공 등 범위를 확대한 공익사업장에서 대체근로를 허용하고 최소업무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며 노사정 대표자회의에서 진행된 협상 내용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기도 했다.
"'총회 철수' 상식적으로 이해 안 되겠지만…비상식은 정부가 먼저"
이용득 위원장은 "정부가 노동조합을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에서 앞으로 대화와 협상을 있을 수 없다"고 강력한 입장을 밝혔다.
2일 노사정대표자회의 거부 결정과 관련해서 이 위원장은 "내일이나 모레 한국노총 산별대표자회의를 거쳐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거부 고려'가 참여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은 아님을 못 박았다.
국제행사 중에 주최국 노동계 대표 중 하나인 한국노총이 ILO 총회에서 전면 철수를 결정한 것은 상당한 파문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이번 ILO 아태 지역 총회는 지난해 노정간 긴장 격화로 이미 한 차례 연기된 뒤 개최된 것이다.
이 위원장은 "한국노총의 전면 철수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겠지만 이상수 장관의 행동 역시 도저히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일"이라며 "정부의 비상식적인 행동을 전 세계에 알려야겠다고 판단했다"고 총회 철수 결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 위원장은 한국노총의 이같은 행동과 관련해 노사정 대표자회의의 노동계 측의 또 다른 대표인 민주노총과 사전에 논의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로드맵 추진을 위한 노사정 대표자회의는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문제와 복수노조 문제 등에서 노사간 합의를 이루지 못해 이미 협상 결렬 가능성이 점쳐져 왔지만, 이 장관의 발언 파문이 한국노총의 ILO 총회 철수로 이어지면서 노정간 갈등은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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