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91년 한미행정협정(SOFA) 개정 이후 처음으로 미군측에 재판관할권 포기를 요청할 것으로 전망돼, 각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송정호 법무장관은 10일 오전 신효순·심미선양 압사사건과 관련, 정부측에 재판관할권 포기 요청을 요구하며 법무부를 방문한 국회의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민여론에 반하지 않도록 조치하겠다"고 말해, 법무부가 미군측에 재판권 포기를 요청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정리했음을 강력히 시사했다.
***송 법무장관, "국민여론에 반하지 않도록 조치하겠다"**
송 장관의 이날 발언은 한나라당 김원웅, 민주당 이미경 임종석 김성호 송영길 김희선 의원이 이날 오전 송장관을 만나 미군측에 재판권 포기를 요청하는 국회건의안을 전달하는 자리에서 나왔다.
한나라당 김원웅 의원은 송 장관 면담후 "이 자리에서 송 장관은 국민의사에 반하지 않게 결정하겠다는 의사를 전해왔다"면서 "법무부에서 재판권 포기 요청을 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그러나 만약 법무부가 재판권 포기 요청을 하지 않아 미군측에 재판권이 넘어간다면 그 사법처리의 전 과정을 예의주시하겠다"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또 "이와는 별도로 부시 대통령의 사과를 받는 문제는 계속 추진할 계획"이라면서 "시일이 촉박해 개혁파 의원들 중심으로 서명을 받았는데 다른 의원들도 합류를 권유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날 재판권 포기 요청을 촉구하는 의원 건의안은 민주당과 한나라당 의원 24명이 발의했다. 이날 건의안에 서명한 의원은 김원웅 김성호 이종걸 이미경 박양수 정범구 서상섭 김홍신 김부겸 박명환 이부영 안영근 이창복 정동영 김희선 송영길 이재정 임종석 김태홍 송광호 천정배 의원 등이다.
김 의원을 비롯한 국회 '나라와 문화를 생각하는 의원모임'은 이에 앞서 지난 9일 국회의원 소회의실에서 이 사건과 관련, 범대위와 함께 대국민 합동보고대회를 갖고 ▲부시 대통령의 공개 사과 ▲미군 장갑차 여중생 치사사건 및 전동록씨 감전 사망사건에 대한 전면적 재조사 및 가해자 처벌, 철저한 배상 ▲미군측에 대한 정부의 형사재판권 포기요청 제기 ▲유족과 사회단체 대표들이 참여하는 공동진상조사단 구성 ▲사고부대 캠프 하우즈의 폐쇄와 철저한 사고재발방지대책 수립 ▲SOFA 협정의 조속한 개정 등 요구한 바 있다.
한편 '미군장갑차 여중생 고 신효순·심미선양 살인사건 범국민대책위'는 이날 오후 2시 법무부 앞에서 법무부의 재판권 포기 요청을 촉구하는 집회를 가졌다.
범대위 이시내 간사는 "법무부가 미군의 재판관할권 포기 신청을 하지 않을 경우 11일까지 법무부 앞에서 철야 농성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 한국내 반미감정 확산에 크게 긴장**
법무부가 미군에게 재판권 포기 요청을 하더라도 SOFA상 최종 결정권은 미군측이 갖고 있어 미군측에서 '우호적 고려'를 통해 재판권을 한국에 넘겨줄지 여부는 아직 미지수이다.
그러나 최근 미국이 한국에서의 광범위한 반미감정 확산에 크게 긴장하는 분위기여서, 섣부른 예단은 어려운 상태이다.
한 외교소식통은 "월드컵 기간중 수백만명이 자발적으로 길거리에 모여 일치단결된 모습을 보이고, 미국전에서 안정환 선수가 동점골을 넣은 뒤 선수들의 자발적인 '오노 세리모니'로 세계언론의 주목을 받는 등 한국에서의 반미감정이 심상치 않을 정도로 확산되고 있는 데 대해 국내에 나와있는 미국 정부관계자들이 크게 긴장하는 분위기"라며 "여중생 압사사건 직후 고자세를 보이던 미군측이 지난 4일 주한 미사령관 명의로 사과성명을 내는등 태도를 크게 바꾼 것도 이같은 국내분위기를 의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고 미군 2명 10일 오후 검찰 출두**
이같은 미국측의 분위기를 반영한듯, 신효순·심미선양을 치어 숨지게 한 미군 장갑차 운전자 마크 워커 병장, 관제병 페르난도 니노 병장 등 사고 관련 미군 2명이 10일 오후 2시15분 서울지검 의정부지청에 전격 출두, 한국측의 조사에 응했다.
사고 미군 2명은 이날 미군 헌병 차량의 호송을 받으며 승용차로 도착해 곧바로 청사로 들어갔다.
검찰은 이들을 상대로 지난 달 13일 양주군 광적면 효촌리 도로에서 장갑차를 운행하다 길을 가던 신효순·심미선 양을 치어 숨지게 한 사고의 자세한 경위에 대해 조사할 계획이다.
검찰은 특히 운전병이 여중생을 발견하지 못한 경위와 관제병이 여중생을 발견하고 경고했으나 운전병이 듣지 못한 이유에 대해 집중 추궁할 계획이다.
사고 미군 2명은 지난달 8일 검찰의 출두 요청을 받았으나 '신변안전'과 '초상권 침해' 등을 이유로 거부해왔다. 미군 측은 "미군 부대내에서 조사를 한다면 조사에 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뒤 이날 오전까지 출두 요구에 응하지 않아 '검찰 조사가 무산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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