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이 일을 처음 알게 된 것은 27일이에요. 효순이와 미선이가 13일날 죽었는데 나는 그걸 보름 후에나 알게 됐어요. 신문이나 방송에 거의 안 나왔잖아요.
효순이, 얘들이 살아 있었다면 목이 터져라 '대~한민국'을 외쳤을 텐데... 우리 딸도 중학교 3학년인데 길거리 응원 갔다와서 '대한민국 국민인 게 너무 자랑스럽다'고 그러더라구요.
그런데 얘들이 그렇게 자랑스러워했을 '대~한민국'이 해준 게 뭐가 있어요. 정말이지 보름동안 아무것도 몰랐다는 게 너무 미안하더라구요. 그래서 우리 아파트 인터넷 게시판에다 눈물을 흘리면서 이 사건에 대한 글을 써서 올렸어요.
그 글을 보고 같은 동네 주부 7명이 모여 어제(28일) 밤새도록 검은 리본을 만들었어요. '대~한민국'이 아무 것도 해준 게 없지만, 그래도 너희들의 죽음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보고 원한이나마 덜라고...이 자리에 나온 사람들 다 이런 마음으로 나왔어요."
***"살아 있었다면 목이 터져라 '대~한민국'을 외쳤을 텐데..."**
네티즌들의 자발적 모임인 '미선과 효순이의 억울한 죽음을 바로 알리기 위한 사람들'은 29일 광화문에서 오후 12시부터 3시까지 거리 응원단에게 검은 리본, 검은 손수건, '시민호소문' 등을 나눠줬다.
이 자리에 참석한 김미숙씨(가명)는 중3인 딸을 둔 평범한 주부다. "내 딸이 이런 일을 당했으면 얼마나 가슴이 아플까 생각하니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이 일에 참여하게 됐다고 했다.
"솔직히 1인당 위로금 1백만원이면 장례비용도 안 되잖아요. 그리고 나서 우발적인 사고라며 사과조차 안 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
이날 광화문 동아일보 앞에는 인터넷을 통해 소식을 접한 평범한 직장인, 학생, 주부 등 20여명이 자원봉사를 하겠다고 모였다. 거리 응원단이 직접 검은 리본을 얻으려 찾아오기도 했다.
"인천에서 포목점을 운영하는 사람인데 검은 천으로 리본을 만들어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응원단들에게 나눠주고 싶다"는 문의전화가 오기도 했다.
***경찰 제지하려 하자, 응원단 "그만 두라"며 항의**
당초 서울 광화문, 시청, 강남과 대구 월드컵 경기장에서 검은 리본을 나눠주기로 했던 계획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부산, 인천 등 전국 각지로 퍼졌다.
또 광화문에 모인 거리 응원단들은 검은 리본과 검은 손수건을 나눠주자 취지에 기꺼이 공감하며 검은 리본을 가슴에 달고 검은 손수건을 손목에 묶었다.
검은 리본을 직접 받으러 온 임다빈(17. 학생)양은 "인터넷을 통해 이 사건을 알게 됐다. 주변 친구들도 모두 이 사건을 알고 있고 미국측의 처사가 부당하다고 말한다"면서 "당연히 검은 리본 달기에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고 신효순·심미선 양 사진과 '우리도 응원 하고 싶어요'라고 쓰인 피켓을 든 자원봉사자를 경찰이 "사람들에게 혼란을 준다"며 제지하자 주변 응원단들은 "그냥 두라"며 경찰에게 항의하기도 했다. 그러자 경찰은 "사람들 가운데 서 있지 말고 주변에 서 있으면 막지 않겠다"며 다소 누그러진 태도를 취했다.
***"차제에 불평등조약 '소파' 개정해야"**
이 일을 처음 제안했던 네티즌은 "이번 사건이 우발적인 사고일지라도 이후 미군은 제대로 진상조사도 하지 않는 등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면서 "미군과 정부가 이 사건에 대한 국민들의 공분이 어느 정도인지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군은 철저한 진상규명과 유가족에게 공개 사과하고 최대한 배상해야 한다"며 "미국에 의한 민간인 피해가 계속 은폐·축소되는 근본 원인인 불평등한 한미행정협정(SOFA)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선과 효순이의 억울한 죽음을 바로 알리기 위한 사람들'은 앞으로도 인터넷 상에서 고 신효순·심미선 양 사건을 알리는데 주력하며 이번 사건과 관련된 집회에도 참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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