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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도 백가쟁명

'악의 축' 발언 놓고 각계 논쟁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지난 달 29일 연두 국정연설에서 북한을 이라크, 이란과 함께 '악의 축'(axis of evil)으로 규정한 이후 중국 러시아가 강력히 비난하고 미국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북한과는 적대적인 축에 맞물린 우리로서는 부시의 발언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북한에 대한 미국의 정책은 아프간 전쟁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남북간의 긴장 격화 또는 완화, 미국과 중국의 동북아 패권 다툼, 일본의 재무장 등 복잡한 문제를 짚어보아야 할 사안이어서 단순히 '테러와의 전쟁' 선상에 둘 수 없다.

오는 19일 부시의 방한을 앞두고 한미 정부간에는 대북 정책의 틀을 두고 물밑 조율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우리 사회 내에서도 부시의 발언을 두고 견해가 분분하다. 프레시안은 이 문제에 관해 현장의 여론을 좀더 생생하게 전달하려고 한다. 증권가, 문화계, 대학가, 일반 시민들의 현장 목소리를 정리한다. 편집자

***증시에의 영향은 거의 없어**

증시 분석가들은 부시의 강경 발언으로 인한 정치적 긴장이 증권 시장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동원증권 이숭용 투자분석실장은 '악의 축' 발언에 대해서 "9.11 이후 강화되고 있는 미국의 패권주의적 태도에서 나온 것으로 본다"며 "일각에서 제기하는 것처럼 전쟁 운운할 만큼 심각한 상황은 아닐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실장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우리 정부가 따질 것은 따지면서 당당하게 대처하는 것이 바람직하겠지만 (우리의) 현실적 정치역학상 선택의 폭이 제한된 것으로 본다"고 했으며 "최근 돌아가고 있는 사회적 분위기에 대해 찬반의 의사는 없다"고 잘랐다.

그는 증시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증시 상황을 점검하는) 회의에서 북미관계가 항상 논의되기는 해도 큰 변수로 지목하고 있지는 않다"며 "상황 전개는 봐야 하겠지만 지금 같은 분위기에서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증시분석가들, 정치적 판단은 '유보'**

대우증권 신성호 투자전략팀장도 "지난번 북한의 핵사찰을 둘러싸고 북미간 긴장이 고조됐을 때도 증권가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었다"며 "이번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 팀장은 "부시의 발언은 도가 지나쳤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개발 등에 관한 새로운 정보에 근거해서 말한 것일 수 있기 때문에 발언의 의도를 정확하게 판단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부시 방한 및 한미정상회담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찬반을 밝힐 근거가 없으며 정치적, 사회적으로 의견이 대립되는 현상에 대해서는 특정 의견을 지지하거나 반대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LG증권 황창중 투자전략팀장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은 당연하지만 보수니 진보니 하는 문제로까지 생각해 본 적은 없다"며 정치적 판단을 유보했다.권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심리적 불안 요인이 되기는 하지만 시장 입장에서는 큰 임팩트로 받아들이지는 않는다"며 "오히려 악의 축 발언보다는 최근 외국 신용평가기관의 국가 신용도 상향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매력이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대신증권 김영익 투자전략 실장은 부시의 '악의 축' 발언에 대해서"개인적으로 생각해 본 바 없으며 (부시 방한에 대해서는) 부시 대통령이 강경하게 나오고 이회창 총재도 보수적인 입장을 보여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이 악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의견을 보였다. 다만 "부시의 발언으로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으므로 '정치적 상황'을 큰 변수로 여기고 있는 해외 투자자들이 매수를 보류할 가능성이 있다"고 증시에 미칠 영향을 분석했다.

***문화계 인사들은 비판적**

문화계 인사들은 부시 발언에 대해 상당수가 부정적이었다.

MBC 드라마 '그 햇살이 나에게'에 출연중인 배우 유선씨는 "부시의 그런 주장에 긍정하는 편은 아니다"라고 밝혔고 연극평론가 이영미씨는 " ('악의 축' 발언은) 말이 안 된다"며 "이런 발언은 미국 군수산업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한 냉전논리의 연장"이라고 잘라 말했다.

'굿 로맨스' '사자성어' 등 독립영화를 연출한 이송희일 감독은 "부시 같은 '악의 축'이 오히려 악의 축이라는 발언을 한다는 것 자체가 우습다"며 "이회창 총재가 대통령이 되면 이 말을 믿고 '평양을 쓸어 버리겠다'는 식으로 나올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극작가 김태웅씨는 "부시가 이런 말을 한 것은 아프간전쟁 이후 미국이 군수사업을 계속 가동하기 위해 텐션(긴장)을 유지시키려고 한 발언이라고 생각 한다"고 밝히고 부시의 방한에 대해서도 "한반도 평화를 원하는 건지, 다른 이유가 있는 건지 뭔지 모르겠다."고 부정적으로 봤다.

KBS TV드라마작가 손근주씨는 "부시의 발언은 선거용이며 이런 면에서 자기 아버지(부시 전 대통령)보다 더하다"며 "새로이 시작된 팍스 아메리카가 어떤 것인지 알 것 같다"고 언급했다.

무대디자이너인 남현주씨는 "잘 모르겠다, 그런 문제는 관심을 가질수록 골치만 아파 관심을 끊으려고 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대학생은 대체로 비판적, 무관심도 많아**

대학생들은 부시의 발언에 대해 대체로 비판적이지만 무관심한 경우도 많았고 미국의 입장을 이해해야 한다는 학생도 있었다.

고려대 3년 송인방씨는 "뭐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라는 격이다. 한마디로 어불성설이다. 누가 진짜 '악의 축' 인가. 대량살상무기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팔아먹는 나라가 과연 어디인가"라고 했으며 고려대 4년 한종희씨는 "미국은 테러 이후 그들의 기준으로 세계를 편가르고 있다. 이번 발언은 자기 편이 아니라고 판단한 국가들을 제거하려고 이른바 살생부를 만든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고려대 4년 이수연씨는 "테러를 겪은 미국의 입장을 생각할 때 그런 발언을 할 수도 있었다고 생각되지만 특정국가를 지칭해서 그렇게 강경한 어조의 발언을 한 것은 미국이 세계에 끼치는 영향력과 국제사회의 반향을 고려할 때 너무 지나쳤다"고 평가했다.

서울대 4년 이학철 씨는 "미국으로서는 패권주의를 지향하며 자국내 보수세력의 위기를 밖으로 돌리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일단 한국이 이에 이용당해서는 안 된다. 부시의 발언이 지나친 면이 있으나 이 발언에 너무 흥분해 한미공조에 금이 가는 일이 발생해서도 안 될 것이다."고 말했다.

이화여대생 허신유씨는 "9.11 테러 때 미국에서 연수중이었다. 그 당시에도 그랬고 지금도 이민자들은 공화당 부시를 좋아하지 않는다. 자국 중심으로 똘똘 뭉친 부시의 발언이 우리와 북한의 거리만 더 멀게 만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언론 보도태도 비판**

성신여대 4년 김화영씨는 "부시가 북한을 깡패국가로 규정, 발언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부시는 항상 대북강경노선을 견지해 왔다. 문제는 우리 언론이다. 부시의 발언이 갑자기 남북, 북미 관계에 어마어마한 악영향을 당장이라도 미칠 것처럼 호들갑을 떨고 있다. 과거 안보를 이용해 여론을 호도하던 작태를 다시금 보는 것 같다"고 일부 언론의 보도 태도를 비판했다.

서울대생 백나리씨는 "부시가 악의 축을 규정하면서 난데없이 북한이 걸려들었는데 이건 사실 우연한 일이라기보다는 미국의 패권적 외교에 있어서 걸림돌이 되는 나라들을 제대로 명확하게 짚어낸 것이라고 본다"며 "9.11 테러로 전개된 미국의 패권주의에 대한 비판이 강하게 제기되면서 부시 행정부가 자기 중심의 도덕적 기준을 통해서 여론의 시선을 '적'과의 전선으로 옮기려는 시도"라고 보았다.

백씨는 "김대중 대통령은 9.11테러 때 미국보다 하루 먼저 조기를 내거는 충성심을 보여줬는데 이제 미국이 강경하게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면서 그동안 고수해왔던 햇볕정책이 흔들리게 되었다"며 "사실 햇볕정책이나 통일에 대해서는 대학생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별 생각이 없으나 이제까지 햇볕정책의 일환으로 전개되었던 인도적 측면의 성과(이산가족 상봉, 구호 물품 제공 등)가 도루묵이 되지 않을까 싶어 아쉽다"는 의견을 보였다.

의외로 무관심하다는 반응이 많았다.
고려대생 정희정, 장정진, 김민숙 씨는 부시의 이번 발언에 대해 "관심이 없다"거나 "생각해본 적 없다"고 말했다. 이들 외에도 많은 학생들이 '악의 축'발언에 대해 아예 모르거나 관심을 갖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중앙대생 민상철씨는 "부시에 대한 생각과 미국에 대한 생각이 우리나라 전반에서 혼동하고 있는 것 같다. 나는 다만 부시의 발언으로 우리나라와 북한과의 관계가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닐지 우려가 된다"는 의견이었다.

이화여대생 이근주씨는 "찬성 반대라고 말할게 없다. 일간지에서 악의 축 발언에 대한 기사를 봐서 무슨 일인지 알고 있다. 미국이라는 나라가 대단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는 하지만 왜 나라는 개인이 미국 대통령의 발언에 좌지우지 하는 국가에 있는지 화가 난다. 그렇지만 국내에서 일어난 일도 아니고 내 입장을 판단할 근거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고 말했다.

연세대생 박지선씨는 "전혀 모른다. '악의 축' 발언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고, 친구들과의 대화에서도 소재가 된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한총련(한국대학 총학생회 연합) 사이트 게시판에서는 '전쟁광 부시의 서울방문을 저지해내자는 격문'과 악의 축 발언 이후 부시 방한을 반대하는 전국 각대학권(충청, 경기 등)의 성명서와 의견이 올라와 있으며 '부시방한반대 청년학생 공동투쟁 기획회의' 등을 통해 부시방한 반대 운동을 조직적으로 펼치고 있다.

전국 대학생 신문기자협회(전대기련) 의장은 성명서에서 "미국은 한반도에 영구분단의 딱지를 붙이려 들 것"이라며 "부시방한 저지투쟁은 우리민족과 미제의 한판승부를 벌일 때"라고 의견을 밝히고 있다.

***시민들 반응은 엇갈려**

시민들의 의견은 다양했다.

안티 DJ 사이트에서 출발한 네티즌 모임인 '민주참여네티즌연대'의 신혜식 대표는 "북한은 중동 테러 국가들에 무기를 수출하고 있기 때문에 악의 축임은 분명하며 악마를 악마라고 발한 부시의 발언 자체는 옳다"며 "단지 한반도 안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다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부시 대통령의 발언은 현 정부의 대미정책과 대북정책의 실패에 기인했다"며 "이제 좀더 침착하게 판단해서 거시적인 안목에서 보수층과 미국도 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영업자 김모씨(62)는 김대중대통령의 햇볕정책을 반대하지만 이번 미국의 대북 강경발언은 "결과적으로는 우리의 주권을 침해하는 내정간섭적인 행위"라고 비판했다. 택시운전기사 이모씨(45,여)는 "북한의 호전적인 태도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지만 미국의 발언은 지나친 것 같다"며 "유사시 직접 피해를 보는 것은 우리인데 부시의 발언은 지나치게 무책임했다"고 말했다.

회사원 양모씨(30)는 "민족적 차원에서 미국이 정말 분노할 만한 발언을 했는데 언론과 정치권은 지나치게 미국 측의 눈치만 보고 있는 것 같다"며 언론과 정치권의 소극적인 태도에 대해 비판했다. 회사원 박모씨(30,여)는 "부시 대통령의 발언이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지만 이에 대해 지나치게 감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초당적 대처' 요구도**

이상훈 재향군인회장은 부시 발언에 대해 "문제의 발단이 김정일 정권의 반평화적 행동과 이를 제지하기 위한 미국의 강경 정책에서 기인했다고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한반도 평화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만큼 이를 타개할 수 있는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정부는 특히 부시 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북미대화 촉구와 대화중재, 한미 공조 체제 재확인을 통한 신뢰증진, 남북대화 재개 등에 역점을 두고 초당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한참전단체연합회, 건국회 등 40여개 보수단체들로 구성된 자유시민연대 대변인 조남현씨는 부시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에 대해 "과거 클링턴 행정부와 다른 부시 행정부의 대북관의 원칙을 명확히 드러내 주었다"고 말했다.

조씨는 "북한이 여전히 미사일을 개발해왔다는 정확한 현실 인식에 기반한 발언"이라며 '부시 대통령의 발언이 한반도에서 전쟁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 "냉정한 현실 인식이 아니라 반미감정에 기반한 비판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주장했다. 자유시민연대는 참여연대, 민주노총 등 6백여 시민사회단체들의 대규모 방한 반대 집회에 맞서 '부시 방한 환영 집회'를 가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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