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는 6일자 1면 머릿기사 ‘미, 북 미사일 감시체제로, 작년 대포동 2호 엔진시험 3∼4차례 포착’을 통해 북한이 지난해 신형 장거리 미사일 엔진시험을 3,4차례 이상 실시한 것으로 확인돼 미 정부가 북한의 미사일 개발 및 수출활동에 대한 총체적인 감시체제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북한이 신형 미사일 엔진시험을 했다는 사실은 이미 지난해 7월 5일자 조선일보는 물론이고 연합뉴스와 동아일보 등 대다수 국내언론이 한 차례 보도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또 조선일보가 미 정부가 총체적인 감시체제에 들어간 원인이 됐다고 지적한 북한의 미사일 엔진시험 자체는 미국의 최고위 외교사령탑 가운데 한 사람인 아미티지 국무부 부장관이 지난해 7월 6일 국무부 브리핑에서 ‘북한의 미사일 엔진시험 자체에는 잘못된 것이 없다’고 말한 바 있어 조선일보가 부시의 대북 강경발언을 빌어 한반도에 긴장국면을 조성하려고 시도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해 7월 5일자 ‘미 “북 미사일 개발 예의 주시” 국무부, 엔진시험 확인’이란 기사를 워싱턴타임스 2001년 7월 3일자 보도 등을 인용해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또 지난 해 3월 2일자 ‘노동1호 추가배치/후방 지하기지 3곳 건설 등 북 미사일 비밀증강 계속’이란 기사에서도 “북한이 지난 2년간 사정거리 1천3백여km의 노동1호 미사일을 2배 가까이 증강하고, 대포동2호 미사일 엔진시험을 계속해온 것으로 밝혀짐에 따라 국제적인 파장이 예상된다”고 보도한 바 있다.
결국 6일 조선일보가 “서울의 한 외교 소식통”의 말이라며 보도한 북한의 대포동 2호 엔진시험은 새로이 밝혀진 사실이 아니라 계속 진행돼온 북한의 미사일 엔진시험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진 것으로 볼 수 있으며 갑자기 한반도에 긴장을 야기시킬 원인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조선일보가 새롭게 발굴한 내용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은 한 외교소식통을 인용한 북한이 “작년 12월 중순 함경북도 대포동 시험장에서 대포동2호로 추정되는 장거리미사일 엔진분사시험을 실시한 흔적을 미 첩보위성이 포착했다”는 것과 “미 정부가 북한의 미사일 개발 및 수출활동에 대한 총체적인 감시 체제에 들어간 것으로 5일 알려졌다” ‘CIA가 북한을 아랍지역에 대한 미사일 부품 장비 기술 등을 제공하는 주요수출국으로 지목했다’ 등이 전부다.
한가지 분명히 짚어 봐야 할 사실은 지난해 실시된 것으로 보도된 북한의 미사일 엔진시험이 1994년 제네바 북미합의나 1999년 북미간 베를린 협약에서 밝힌 탄도미사일 발사시험 유예 약속을 어긴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미사일 엔진시험은 약속파기 아니다**
아미티지 미 국무부 부장관은 지난해 7월 6일 국무부 브리핑에서 ‘북한이 최근 로켓엔진을 시험한 것은 사실이나 그 자체에는 잘못된 것이 전혀 없다’며 북한이 유럽연합 대표단에 미사일 개발계획을 동결하겠다고 밝힌 약속도 ‘어긴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아미티지 국무부 부장관의 브리핑 내용은 지난해 7월 7일 연합뉴스와 7월 9일자 동아일보 등이 보도했으나 조선일보는 다루지 않았다.
북한은 1999년 베를린 선언에서 장거리미사일 시험 발사(완성된 탄도미사일의 발사)를 유예하겠다고 약속했으며 미국은 이에 맞춰 북에 대한 일부 경제제재를 완화하기도 했다. 문제가 되고 있는 미사일 엔진시험은 북한이 약속한 미사일 개발계획이나 장거리미사일 발사시험 중단과는 다른 사안으로 북한 입장으로선 미사일 기술의 현상유지를 위해 엔진시험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게 군사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북한 전문가 이종석 박사(세종연구소)는 “북한이 약속한 것은 미사일 시험발사를 유예하겠다는 것이지, 엔진시험을 중단하겠다고 약속한 적은 없다”며 “엔진시험 중단이나 이라크 이란을 대상으로 한 미사일 부품이나 기술 등의 수출 중단은 향후 북미간 대화의 협상 대상이며 이를 약속파기로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박사는 또 “협상도 안하면서 북한의 엔진시험 실시만을 갖고 문제라고 말할 수는 없다”며 “조선일보가 이미 알려진 사실을 갖고 무책임하게 뻥튀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한편 국방연구원 서주석 박사는 조선일보가 이 기사에 '미 북 미사일 감시체제로'라는 제목을 달아 1면 머릿기사로 보도한 데 대해 “북한의 모든 동향은 늘 미국의 특별감시체제하에 있는데 새삼 그렇게 크게 보도할 필요가 있느냐”며 '뻥튀기 기사'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엔진시험 횟수가 많아졌다는 것을 문제삼을 수는 있겠으나 남북관계 교착, 북미관계 악화 등의 어려운 상황 속에서 북한으로서는 유일한 자위 수단이자 협상 카드인 미사일 능력을 유지하려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조선일보 "부시 행정부 자세 강경해져"**
이에 대해 기사를 작성한 조선일보 기자는 "북한이 지난해 12월 미사일 엔진시험을 했다는 것은 가장 최근 밝혀진 사실로 시험횟수가 99년 베를린 선언 이후 현저히 저하됐다가 지난해 다시 급하게 늘어 CIA 리포트 등에서 미국이 주목하고 있다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엔진시험 자체가 베를린 선언에 위배되는 것이냐는 문제는 기사에서 전혀 지적하지 않았다. 다만 부시 행정부의 자세가 지난해와는 달리 9.11 테러 이후 상당히 강경해져 이제는 엔진시험 자체도 문제삼고 있다는 것을 보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자는 조선일보가 의도적으로 긴장국면을 조성하려고 한 것은 아니냐는 질문에 “가치판단의 문제다. 한반도에 긴장국면이 조성된 원인은 부시의 ‘악의 축’이라는 강경발언과 주민들의 굶주림과 관계없이 대량살상무기를 생산하고 있는 북한의 실상 양쪽에 있는데 최근 한국정부와 미국정부 관료들간에 북한 미사일 문제에 대한 논의가 많아 이를 주목한 것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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