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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사린 이인제ㆍ노무현ㆍ한화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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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사린 이인제ㆍ노무현ㆍ한화갑

'악의 축' 발언에 대한 대선주자들 반응

부시 미 대통령이 연두 국정연설에서 이라크, 이란과 함께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한 발언을 두고 여야 대선주자들의 견해 차이가 드러나고 있다.

정치권 내부에서 여야 간, 진보/보수 성향 의원들 간의 공방이 가열되고 있는 상황에서 ‘악의 축’ 발언에 대한 대선주자들의 입장은 각 진영의 대미관과 대북관을 가늠할 수 있는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부시 대통령의 대북 강경 발언과 관련해 가장 강도 높은 우려를 표명한 주자는 민주당 김근태, 김중권 고문이다.

정동영 고문과 유종근 지사는 부시 대통령 발언에 심각한 우려를 제기하면서도, 여야 개혁 성향 의원들의 강경대응 방침에는 미온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이인제, 한화갑 고문은 ‘악의 축’ 발언에 대한 구체적 입장 표명은 피한 채, ‘한반도 평화 유지’와 ‘대화’라는 원론적인 입장만을 되풀이하고 있다.

각종 현안에 강도 높은 발언을 서슴지 않던 노무현 고문이 이 문제에 대해 아직까지 선명한 입장을 발표하지 않은 점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인제, 한화갑, 노무현 고문은 현재 민주당 대권후보 경쟁에서 선두그룹을 형성하고 있는 주자들이다. 이들 세 주자들의 입장 유보는 ‘민감한 사안으로 튀지 않겠다’는 보신책이 아니냐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는 부시 행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에 원칙적인 동의를 표하며 북한의 태도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자민련 김종필 총재는 부시의 대북 강경 발언과 관련한 입장을 아직 표명하지 않고 있다.

***김근태ㆍ김중권 - 강경**

민주당 대권주자들 중 김근태, 김중권 고문은 부시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가장 강경한 반대 입장을 취하고 있다.

김근태 고문은 5일 국회 대표연설을 통해 “부시 대통령 ‘악의 축’ 발언은 한반도에서 작지 않은 파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진단하고 “이 발언이 남북한 화해와 평화를 발전시키고자 하는 햇볕정책을 흔들게 해서는 안된다”며 "지난 권위주의 시대에 미 행정부가 범했던 시행착오를 되풀이하지 않기 바란다"는 경고성 주장도 덧붙였다.

김중권 고문도 5일 토마스 허바드 주한 미국대사와 가진 조찬 간담회에서 “한반도 문제는 남북이 당사자인 만큼 미국은 주요 대북 정책 결정에 앞서 우리 정부와 사전 협의를 했어야 했다”며 부시 대통령의 대북 강경 발언에 강한 유감의 뜻을 보였다.

김 고문은 또 “미국은 남북관계의 안정적 발전을 위해 북한 문제에 대해 보다 인내심을 가져줄 것”을 당부했다.

***정동영ㆍ유종근 - 원칙적으로는 반대, 실천적으로는 유보**

정동영 고문은 4일 부시 대통령 발언과 관련한 성명서를 발표하고 “한반도의 긴장완화와 북한의 생존과 발전을 연계하는 포괄적인 해결방안이 필요하다”며 “그동안 안이하게 대응했던 외교부의 태도를 반성하고 관계기관이 태스크 포스를 구성해서 한반도의 평화와 민족의 생존을 보장하기 위한 신속하고도 신중한 대응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고문은 그러나 ‘악의 축’ 발언에 대한 분명한 태도나 북미관계에 대한 구체적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다.

공식적 입장 발표는 없었지만 유종근 지사도 부시 대통령의 발언에 유감을 표하고 향후 북미관계에 우려를 밝혔다.

유 지사는 3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강온 양면전략으로 북한을 압박하면 할수록 북한은 반발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미국의 일방적인 압박작전에 우리가 끌려 다녀서는 안된다”고 못박았다.

그러나 유 지사 경선캠프의 한 관계자는 부시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여야 개혁파 의원들의 강경한 반응에 “공감은 할 수 있으나 동참할 계획은 없다”며 직접적인 행동에는 거부의사를 밝혔다.

***선두그룹의 ‘몸사리기’?**

여당의 유력한 대권 후보로 꼽히는 이인제, 노무현, 한화갑 고문의 반응은 상대적으로 ‘거리를 두고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이인제 고문은 “부시 대통령의 발언으로 한반도 정세가 긴장으로 치달아서는 안된다. 우리 정부가 한반도 안정을 위해 적극적으로 역할을 해야 할 때”라며 다소 원론적인 입장만을 되풀이했다.

이 고문 경선 캠프의 한 관계자는 “부시의 ‘악의 축’ 발언이 국면 전환용인지,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들이려는 압박용인지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없는 상황이다”라고 밝히고 “국가 지도자를 준비하는 사람이 정확한 정보도 없이 함부로 나설 수는 없는 일”이라고 입장 표명을 유보했다.

한화갑 고문도 “부시 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한미관계나 북미관계와 관련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설정해야 한다. 야당도 한반도 평화와 안정이 이뤄질 수 있게 정부에 적극 협조해야 할 것”이라며 ‘악의 축’ 발언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피했다.

정국 현안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던 노무현 고문도 이번 부시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서는 “한반도 평화는 양보할 수 없는 우리의 생존권 문제이므로 남북과 북미관계는 어떤 상황에서도 대화로 풀어야 한다”는 원칙만을 강조했다.

***이회창 - “부시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에 동감”**

한편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는 4일 국회 대표연설에서 부시 미국 대통령의 연두교서 발표 이후 긴박하게 전개되는 한반도 정세와 관련한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이 총재는 “북한 대량살상무기 문제의 해결은 한반도 평화와 안전에 필수적”이라고 지적한 뒤 북한에 대해 국제원자력기구의 사찰 수용과 미사일 문제에 대한 북미 대화를 촉구했고, 미국 정부에 대해서도 “대화를 통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총재는 그러나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문제의 해결 없이는 한반도 평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북한은 과거 핵 활동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의 사찰을 수용하고 미사일 문제 해결을 위해 지체없이 미국과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 북한이 원인제공자라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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