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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전쟁광 부시에 놀아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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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전쟁광 부시에 놀아나지 말라"

한반도 문제는 우리 손으로 풀어가야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한 부시 미국 대통령은 과연 ‘북한 응징’에 나설 것인가. 다시 말해 부시의 연두교서는 미 대북정책의 근본적인 변화를 예고하는 것일까. 대부분의 북한 및 미국 전문가들은 ‘그렇지 않다’고 대답한다.

부시의 이번 발언은 기본적으로 국내정치용 수사일 뿐, 미국이 ‘북한 응징’에 곧바로 나선다거나 미 대북정책을 근본적으로 바꾸기에는 국제적 여건이 여의치 않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은 남과 북의 지혜로운 대응에 달려있다고 지적하면서 전쟁 열기에 물든 미국의 강경 언사에 지금처럼 언론과 야당이 놀아난다면 파국을 불러올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부시 발언은 기본적으로 국내용'**

미국 전문가인 가톨릭대의 박건영 교수(국제정치학)는 “부시의 이번 연두교서는 85-90%가 국내용”이라면서 부시는 이번 발언을 통해 “엔론 스캔들을 희석시키고 미국인들의 애국심에 호소해 올 가을 중간선거에서의 승리를 겨냥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북한이 악의 축에 포함된 것은 문명충돌론적 관점을 피해야겠다는 계산에서 나온 것으로 본다”고 진단했다. 이라크, 이란만 악의 축으로 규정해서 ‘왜 우리만 겨냥하느냐’는 이슬람권의 불만을 사게 되는 사태를 피하기 위한 방편이라는 것이다.

박 교수는 현 상태에서 북한에 대한 무력 응징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단언했다. 우선 중국 러시아 등이 이를 용인하지 않을 것이며 무엇보다도 미국이 무력행사를 고려하고 있다면 이 사실을 미리 연두교서에 밝힐 턱이 없다는 것이다.

미국의 대북정책에 대해 그는 “페리보고서를 통해 마련된 초당적 합의, 즉 클린턴 트랙을 결국은 밟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주당에서 공화당으로 정권이 바뀌면서 곧바로 클린턴의 대북정책을 계승하는 모양새 때문에 드러내놓고 표방하지 않을 뿐이지, 현재로서는 클린턴 트랙을 대신할 정책틀이 없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북한의 태도를 비롯해 국제적 여건에 변화에 없는 상황에서 부시행정부가 대북정책의 내용을 바꾸기는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북한전문가 이종석 박사(세종연구원)는 “부시, 체니, 럼스펠드 등 이른바 부시마피아의 대북 인식이 극우적이며 흑백론적이라는 것, 상대를 고려않은 채 기분내키는 대로 거침없는 언사를 내뱉는다는 것은 이미 다 알려진 사실 아니냐”면서 하지만 “미국의 대북정책이 달라졌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박사는 “부시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북한의 태도가 달라졌다든가, 또는 도발적 행동을 한 적이 있느냐”고 반문하면서 북한의 입장이 이전 클린턴 행정부에 비해 변한 게 없는데 미국의 정책이 달라졌다면 그것은 미국측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방연구원의 서주석 박사도 “부시 발언은 대내용”이라면서 “행동을 위한 발언이기보다는 대북 협상을 미국에 유리하게 이끌기 위한 강압적 언사(verbal aggression)로 본다”고 말했다. 북한과의 협상을 당장 포기한다면 구체적 행동에 나서야 하는데 이를 위한 명분이나 근거가 그리 마땅치 않다는 것이 그 이유다.

그는 또 동아시아 순방을 눈앞에 둔 부시가 북한에 대한 실력행사를 현실적 정책으로 고려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중국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란 이유에서이다. 실제로 중국 외교부는 부시 발언 이후 강경한 비난 성명을 발표했다.

서 박사는 앞으로 북미협상이 클린턴 행정부때처럼 구체적 성과를 이루기보다는 교착과 소강상태를 거듭하면서 질질 끌 공산이 크지만 북한의 결정적 태도 변화 등 별다른 변수가 없는 한 협상은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그러나 북미관계가 클린턴 행정부 때에 비해 후퇴한 것은 사실이라면서 ‘아프간전쟁이 없었더라면’ 또는 ‘전쟁이 조기에 끝나지만 않았더라도’ 현재와 같은 상황 악화는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미국이 지금처럼 오만방자한 태도로 나오지는 못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서 박사는 따라서 북한에 대한 미 국무부의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는 “사실상 물건너 갔다”면서 부시 행정부는 대북협상의 3대 과제로 이미 제시한 핵 미사일 재래식군비 외에 테러지원 또는 생화학무기 등을 협상 의제로 추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또 ‘북한 정권이 주민들을 굶기고 있다’는 부시의 발언에 비추어 북한에 대한 미국의 인도적 지원도 축소, 또는 철폐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현재 미국에 체류 중인 원광대의 이재봉 교수(정치학)는 부시 연설의 핵심은 북한과의 전쟁이 아니라 미사일방어망 추진 및 국방비 대폭 증액에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과의 전쟁은 여러 여건상 가능하지 않다는 점에서 현실적 가능성이 아니며 오히려 매년 3,4월에 시작되는 미 의회의 예산심의를 앞두고 국방비를 늘리려는 연례적인 안보위협론의 일환이라는 측면이 강하다는 것이다.

***'야당과 교감, 대북정책 뒤집기 시도일지도'**

반면 상지대의 서동만 교수(북한정치)는 이들 전문가들보다는 미 대북정책의 실질적 변화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서 교수는 "미국의 대외정책은 9.11 테러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다"며 이번 연두교서는 9.11 이후 일방주의가 한층 강화된 미국의 새로운 대외전략을 천명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는 부시 대통령이 이번 연두교서를 통해 북한과의 협상에 관한 사실상의 전제조건을 내걸기 시작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특히 "최근 북한이 남한 및 미국과의 협상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는 시점에서 이같은 미국의 강경방침이 나왔다는 점에서 이번 발언을 단순한 수사로만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이회창 야당 총재의 방미 이후 미국이 그의 대북 강경태도에 고무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하면서 이같은 정황으로 보아 "미국이 노골적으로 DJ정부의 햇볕정책을 뒤집으려는 것은 아닌가라는 우려가 든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이어 따라서 "현 정부의 햇볕정책이 중대한 기로오 온 것 같다"면서 아마도 미국은 지금부터 대북 압박을 위한 명분을 쌓으면서 경수로 완공시한이자 남한의 정권 교체 이후인 2003년에 보다 적극적인 실력행사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 봤다.

그렇다면 부시의 이번 발언을 한때의 말장난으로 치부하고 넘어가도 좋은 것일까. ‘물론 그렇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반응이다.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부시의 이번 발언이 국내의 대북 태도에 혼란과 분열을 초래해서는 안 된다고 이들은 지적한다.

***문제는 우리의 대응, 남북관계 개선 계속해 가야**

가톨릭대 박건영 교수는 부시의 이번 연설이 미 정부내 강경파의 궁극적 승리를 뜻한다는 분석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면서 “강경파와 온건파는 늘 엎치락뒤치락 하는 것이며 다만 현 시점에서는 강경파의 논리가 정치적 설득력을 갖고 있다는 정도로 이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 국내정치의 상황논리에 의해 강경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는 “부시정권 나름의 동력(dynamics)이 있음을 이해해야 한다”면서 “그것이 정책의 실질적 변화가 아니라 단지 수사에 불과한 것이라면 한국 정부는 이에 대해 논평하거나 비판하지 않는 편이 상책”이라고 조언했다.

박 교수는 “문제는 부시의 발언이 우리의 국내정치 상황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라면서 이럴 때일수록 야당은 정부에 협조해야 하는데 오히려 정치적 호기라며 정부 비판에 나서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은 부시 발언에 흔들림 없이 북한과의 관계를 실질적으로 개선해 나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방연구원의 서주석 박사는 “김대중 대통령이 부시에 정면으로 거스르기는 곤란할 것”이라면서 그러나 “어쨌든 미국을 슬슬 구슬려가면서 북한과의 협상 기조만은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야당과 언론이 부시 발언에 대해 지나치게 과민하게 반응하고 있다면서 이와 같은 국내정치적 압력이 햇볕정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서 박사는 특히 남한의 정권이 바뀌고 제네바합의에 따른 북한 경수로 완공 시한인 2003년이 고비라면서 이 고비를 잘 넘기기 위해서는 남북미간 협상과 대화분위기가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종석 박사는 “우리 정부의 정책에 대해서는 지나칠 만큼 평가를 하고 인과관계를 따지는 언론이 미국의 정책은 무비판적으로 절대선인 양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이런 태도야말로 우리 운명을 남의 손에 맡겨버리는 사대주의의 전형이 아니냐”고 질책했다.

이 박사는 클린턴 행정부 8년간의 대북 태도를 하루아침에 바꿔버린 미국과, 94년 이후 일관되게 대미협상 태도를 견지해 온 북한중 어느 쪽이 더 문제인가라고 반문하면서 이처럼 분명한 문제적 상황을 직시하지 못하는 한국의 일부 언론이야말로 문제 중의 문제라고 질타했다.

그는 현재 한미관계의 성격상 “DJ 정부에게는 운신의 폭이 없다”고 지적하고 이런 때일수록 시민사회가 나서서 적극적인 미국비판을 벌임으로써 정부의 운신 폭을 넓혀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박사는 “일부에서는 우리가 미국에 저항해서는 잃을 것이 많다고들 말하는데, 그렇다면 끝까지 미국을 추종하다가 전쟁이 일어난다면 우리는 모든 것을 잃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왜 인식하지 못하는가”라며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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