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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믿지 말라"

데스크칼럼-민족 화해와 대미 공조

미국 정부가 미일 관계에 관해 즐겨 쓰는 말이 있다. 일본은 아시아 안보의 초석(cornerstone)이라는 것이다. 미국이 한국전쟁에 참전한 것도, 베트남전쟁의 수렁에 빠져든 것도 바로 일본을 지키기 위한 것이었다는 사실을 미국은 인정한다. 2차대전 후 일본은 소련 공산주의의 팽창으로부터 미국이 반드시 지켜내야 할 세계 4대 선진공업지역의 하나였기 때문이다.

이처럼 미국이 애지중지하던 일본도 1971년 여름 한달사이에 2번이나 미국으로부터 '배신‘을 당한다. 첫 번째는 71년 7월 15일, 닉슨 당시 미 대통령의 중국 방문 발표였고 두 번째는 꼭 한 달뒤인 8월 15일, 미국의 일방적인 브레튼우즈 체제 탈퇴였다. 이른바 ’닉슨 쇼크‘다. 두 경우 미국이 일본을 어떻게 대접했는가를 보면 국가간의 외교관계라는 것이 얼마나 무상한가를 실감할 수 있다.

1950년에서 60년대초까지 주미 대사를 지냈던 아사카이 고이치로는 ‘어느 날 갑자기 미국이 일본에는 통보조차 않은 채 중공을 승인하는’ 꿈에 자주 잠을 설쳤다. 이른바 ‘아사카이의 악몽’이다. 19세기 중반 이래 아시아에 진출한 미국의 궁극적 목표가 중국이었다는 점에서 이는 단순한 기우는 아니었다. 아사카이는 자신의 꿈을 미국 관리들에게 얘기하곤 했는데 그때마다 미국측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달랬다고 한다.

‘아사카이의 악몽’이 현실로 나타난 것은 71년 7월이었다. 7월초 키신저 당시 국가안보보좌관이 극비리에 중국을 방문, 닉슨의 방중에 합의하고 돌아온 것이다. 미국 정부는 이 사실을 7월 15일에 공식 발표했다. 발표 24시간 전에 이 사실을 일본측에 통보하자는 미 외교관들의 건의를 닉슨은 거절했다.

당시 일본 총리 사토 에이사쿠가 이 사실을 전해 들은 것은 공식 발표 3분전이었다. 불과 1주일 전만 해도 멜빈 레어드 당시 미 국무장관으로부터 미국의 대중 정책에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말을 들었던 사토로서는 실로 엄청난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이 발표가 있은 후 얼마 되지 않아 사토 총리는 한 외국 정치인과의 면담에서 “미국이 원하는 모든 요구를 다 들어주었는데 그들은 나를 배신했다”면서 눈물을 글썽였다고 한다.

그로부터 한 달후 닉슨은 브레튼우즈 체제로부터의 일방적 탈퇴를 선언했다. 베트남전에의 과도한 전비 지출 등으로 미국은 더 이상 금 1온스당 35달러의 금태환제를 유지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당시 미국은 무역적자 악화를 막기 위해 수입품에 대한 추가 관세 조치도 취했다. 그런데 일본과의 무역적자 때문에 미국의 경제가 악화됐다고 생각한 닉슨은 유독 일본산 섬유제품에 대해서는 적성국교역법을 적용시키도록 하고 이 사실도 공표하도록 명령했다. 발표일을 대일본 승전 기념일인 8월 15일로 잡은 것도 ‘쪽바리(Japs)'들에 대한 닉슨의 깊은 증오감 때문이었다고 한다.

미국측은 이 사실을 닉슨의 TV 연설 10분전에 일본측에 통보했다. 차이나 쇼크때보다는 7분 일찍 알려준 것이다.

부시의 ‘악의 축’ 발언 이후 남북화해와 한미공조 중 무엇이 우선돼야 하느냐를 놓고 온 나라가 시끄럽다. 대부분의 이른바 메이저 신문들은 ‘우리가 어떻게 미국을 거스를 수 있겠느냐’며 ‘전통적 한미 공조’를 강조하고 있는 모습이다.

걸핏하면 ‘외교에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동지도 없다’고 되뇌던 이들 논객들이 어째서 미국이 유독 한국에 대해서만은 ‘영원한 우방’으로 남아 있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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