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2009년, <프레시안>에 '덴마크에서 살아보니', '한국에서 살아보니' 등을 연재했던 김영희 씨가 지난 2011년 전라남도 곡성군에 터를 잡았다. 덴마크 사회를 흥미롭게 소개했던 김 씨의 귀촌 생활기를 연재한다.
드디어 밭을 만들어서 콩을 심으려니 주위에서 '심어봤자 날이 가물어서 싹이 안 난다.' '새가 콩을 다 먹어버린다.' 심지어 '시기가 늦었다'고 말한다. 어찌하나 우왕좌왕 하는데 용케 콩모종 200주를 얻게 되었다. '됐구나' 하고 이틀에 걸쳐 모종을 심었다. 한 주씩 한 주씩 정성스레, 넉넉히 사이를 띄어서.
곡성 장에 갔다가 늦은 옥수수 모종을 보고 덥석 사 왔다. 욕심을 냈는데 내 재주로 과연 모종 값이나 건질 것인지 알 수 없다. 하여간 이것도 콩 둘레에 심었다. 콩처럼 퇴비도 안주고. 아니 퇴비 넣는 것을 잊어먹고 맨땅에
그냥 심었다.
'어디, 집이 얼마나 좋은가 보자.'
아직 도배를 못해서 돗자리를 깔아놓은
방바닥 위에 앉아 둘러보신다.
그런데 집 구경 후, 내 밭 구경을 하다가 깜짝 놀란다.
"아니 콩모종을 한 개씩 심었네? 엥?"
깔깔깔. 데굴데굴. 그리고는 나를 우리 집에 붙어있는 동네 분 밭으로 데리고 갔다.
"자 여길 봐봐. 세 개씩 심었잖여. 남 허는 대로 해."
콩을 세 알씩 심는 것은 알았지만 콩 모종도 세 개씩이나?
"선생님들이 미리 가르쳐 주셔야지. 동네에 소문 다 낼 거지요 잉?"
"몰르고 그랬응게 헐 수 없제. 깔깔깔"
내 자랑스러운 콩밭이 그만 동네 웃음거리 1탄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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